「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한때 유행했던 유행가의 한 구절로 세일즈맨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다. 요즘도 세일즈맨들은 노래방에 가면 이 노래를 자신들의 주제가로 애창한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실제 영업에서도 이대로 했다면 어떻게 될까. 무작정 돌아다니기만 한다고 물건이 팔릴까. 세일즈전문가들의 대답은 한마디로 「NO」다. 그랬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설명이다. 시대가 바뀌고 영업환경이 급변하는만큼 여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밖에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세일즈맨의 모습은어떤 것일까.◆ 근성에는 과학적 기법 뒤따라야미국에서 나온 결과지만 세일즈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전체 세일즈맨의 약 47%는 맨처음 만난 고객이 일단 노(NO)라고 말하면 두번 다시 찾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접촉을 시도했다가 퇴짜를 맞으면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두번까지 찾아가는 세일즈맨은 전체의 28%, 세번까지 따라붙는 경우는 12%쯤 된다고 한다. 결국 전체의 87%가 몇번 시도하다가 상대방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포기해버리는 셈이다. 반면 전체 세일즈맨의 10%는 다섯번 이상을 찾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한두번 시도했다가 안되더라도 줄기차게 고객을 물고늘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들 10%의 영업사원들이 회사 전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놀랍게도 무려 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1백명인 회사라면 이 가운데끈기파 10명이 전체매출의 80%를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일즈전문가들은 흔히 영업사원은 모름지기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는 세일즈맨 기본정신이라고할수 있다.지금은 바야흐로 경쟁시대다. 각 업체들은 상품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애프터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만약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든지 아니면 서비스가 부실하면 설 자리가 없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각 업체의 상품경쟁력이나 서비스의 내용이 아주 비슷해졌다. 얼핏 보아서는 각사가 내놓는 상품의 질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세일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상품이 엇비슷하다보니 이젠 누가 어떻게 파느냐가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특정상품 한두개가 시장을 장악하던 시대에는 상품지식과 시장분석, 이 두가지가 세일즈맨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이었다. 세일즈맨 입장에서 이들 사항만철저히 꿰뚫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팔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업종마다 수십여종의 상품이 등장,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벌인다. 결국 세일즈맨 자신이 뭔가 다른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고 또 실제로 사주기 때문이다.그 가운데 하나가 자기 나름의 독특한 퍼스낼리티(Personality)다.흔히들 타고난 세일즈맨은 없다고 한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잠재돼 있는 능력을 어떻게 개발해 자신의 특기로 살리느냐가 세일즈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성격이 좀 소극적이고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은 그 반대로 적극적이고 사교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개인의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한것이다. 권오근 한국판매교육원장은 『퍼스낼리티가 세일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슈퍼세일즈맨은 인간관계의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이 그리 부각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날로 커지고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한 슈퍼세일즈맨은 고객과 친할수록 물건을 파는데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단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어려울 때 도움을 줄수 있는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만남자체를 인간대 인간의 만남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상품에 대해서 얘기하면 상대방이 금방 싫증을 낼수 있다. 그 대신에 한동안은 수시로 들러 인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세일즈에 대한 얘기도 나눌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이 구매의 필요성을 느낄때 사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세일즈맨은 모름지기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한다.요즘 세일즈맨들 사이에 자주 등장하는 얘기 가운데 하나가 「세일즈는 과학인가, 근성인가」하는 말이다. 물건을 팔 때 근성을 발휘하기보다는 과학적인 기법을 동원해야 더 잘 팔리는지, 아니면 근성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물론 이전에는 근성을상당히 중요시하였고 지금도 그 중요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근성을 발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근성에는 반드시과학적인 기법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방문횟수와 매출액이 비례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고객관리프로그램을 활용해 고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영업스케줄을 새롭게 기획할수있도록 전체적인 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리 방문을 많이 하더라도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일즈는 종합예술, 본사 지원 필수적그러나 국내 세일즈맨들의 과학화는 아직은 초보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H사를 예로 들면 전체 영업사원의 약 30%만이 컴퓨터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관리를 과학적으로 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나머지는 그 활용도가 미흡한 실정이다. 회사에서도 자사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지만아직은 영업사원들의 열의가 높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것이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근성 못지 않게 과학화가 절실한시점이다. 결국 근성에 과학이 보태졌을 때 최대의 영업효과를 볼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영업사원들은 흔히 영업 외적인 일, 이를테면 사무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쓰면 쉽게 해결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정리하면 결국 세일즈맨은 퍼스낼리티와 인간적인 매력에 근성을 겸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여기에다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에 접근하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최근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바로 IMF라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한파다. 모든 것이 변하는 마당에 세일즈 전략 역시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앞서 말한 기본적인 것은 그대로 유효하다. 다만 전략적인 세일즈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을 때는웬만하면 구입하던 것도 소비가 위축되면서 이젠 사지 않는다. 결국 구매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좀더 면밀하게 분석해살만한 사람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고객관리는 필수적이다. 꾸준히 전화를 주고받고 판촉물도 보내준다. 당장은 구매력이 별로 없어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고객으로 돌아올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물 때 저수지를 만들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정보수집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어차피소비가 극도로 위축된만큼 발빠른 대응이 필수적인데 이런 경우 남보다 한발 앞선 정보수집이 실적에 큰 보탬을 줄수 있다는 얘기다.곽준상 한국판매대학원장은 『지금은 누구나 같은 입장』이라며 『정보수집력을 강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슈퍼세일즈맨들은 하나 같이 독자적인 영업비결을 갖고 있다. 그들은 팔리지 않는 시대라도 팔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이들이 갖고 있는 방식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한 슈퍼세일즈맨은 영업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은 크게 보아 두 가지 스타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세일즈맨의 기본자세를 모르거나 알더라도실천하지 않는 경우라는 설명이다. 자신이 기본적으로 할 것은 안하고 불평불만만 일삼으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얘기다.세일즈는 흔히 종합예술에 비유된다. 그리고 이런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느낌이다. 세일즈맨 개인만 잘해서도 실적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연출자격인 본사의 효과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한국판매교육원의 권 원장은 『영업조직을 효과적으로짜고 조직 자체를 각 영업사원의 활동을 최대한 지원해줄 수 있는방향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