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것은 곧잘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에 비유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귀중한 지혜가 담겨있는까닭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책을 가까이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이들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각 분야의 명사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이들은 개인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겠느냐는 물음에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히 해법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한결같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라고 조언했다.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자신이나 사회를 한탄하기보다는책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어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라는 설명이다.양서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마음의 양식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김홍신 의원 - <무소유 designtimesp=7606>크게 버려야 크게 얻을 수 있다유명한 소설가 출신으로 요즘은 국회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홍신 의원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designtimesp=7611>를 권했다. 법정스님이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을 묶은 이 책은 스님의 삶에 대한 세련된지적통찰이 담겨있다. 김의원은 『10여년 전에 읽었지만 법정스님이 전하는 감동적인 얘기는 늘 새롭게 와닿는다』며 『특히 다른사람의 부유함을 전혀 부러워할 것이 없다는 점을 가슴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의원은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으로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역리이니까」를 들며 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충고한다.◆ 윤재근 교수 - <맹자 designtimesp=7614>정신 무장으로 난국 극복하자동양의 고전을 읽을 것을 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의 조상들이 즐겨 읽었던 고전에는 그 어느 쟝르보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한양대 국문학과의 윤재근 교수는『<맹자 designtimesp=7619>는 누가 읽든 큰 힘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우리모두 맹자의 매를 맞아보자』고 권했다. 특히 윤교수는 자신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꺼내서 한줄한줄 읽으며 의미를 되새긴다며「구걸할 것도 애걸할 것도 없다」는 대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윤교수는 『요즘의 난국을 경제논리로만 풀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수 있듯이이런 때일수록 정신무장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또 그는 돈버는 데만 정신을 집중해서는 안되고 아껴쓰는 정신도꼭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흠 박사 - <채근담 designtimesp=7622>분수 지키며 바른 마음 지녀야물리학자인 김정흠 박사 역시 요즘같이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어려울 때는 동양고전이 최고라고 말했다. 김박사 자신도 어디를 가든 항상 들고 다니며 즐겨 읽는다며 <명심보감 designtimesp=7627>과 <채근담 designtimesp=7628>을추천했다. 우리의 마음을 밝게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이라는 의미를갖고 있는 <명심보감 designtimesp=7629>은 다른 유교경전들과는 달리 어렵지 않은데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격언들이 쉬운 문장으로 쓰여있어 누구든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김교수는 주어진 분수를 지키라는 「안분편」과 바른 마음을 지니라는 「존심편」이 최근의 시대분위기에 잘들어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입장 위에서 우주와 인생의진리를 훈계조로 전하는 <채근담 designtimesp=7630>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명상과사색의 세계에 잠기게 한다는 평을 듣는다. 김박사는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힘을 주는 등 누구에게나 인격수양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개했다.IMF시대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재계 인사들 역시 이런 때일수록 더욱 정신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자칫 우왕좌왕하다가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정리해고 도입 등으로 상황이 악화됐다고해서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자기 위치에서 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유상옥 사장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designtimesp=7635>어려울수록 도전의식 필요다니던 회사를 55살에 나와 홀로서기를 감행, 국내 굴지의 화장품회사를 일궈낸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사장은 요즘 들어 특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젠 경영자로서 IMF시대의 위기를 돌파해나갈 묘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사장은 자신의경험에 비춰볼 때 위기는 항상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준다며 절대좌절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는 좋은 책을 한두권쯤 읽을 것을 권했다. 경영을 하는 틈틈이 <나는 60에도 화장을한다 designtimesp=7640>, <33에 나서 55에 서다> 등 두 권의 책을 내기도 했던 유사장은 권하고 싶은 책으로는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designtimesp=7641>(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지음)와 <신화는 없다 designtimesp=7642>(이명박 전현대건설회장 지음)를 들었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이 두 책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 유사장은 항상 도전의식을 가질 것을 강조한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권회섭 사장 - <1분 매니저>경영자·근로자 함께 노력해야경제자유찾기모임 공동대표인 권회섭 경기화학 사장은 지금은 비록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지만 아주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올 하반기쯤에는 상황이 상당히 호전될 것이라고 분석한 권사장은서로가 조금씩만 허리를 졸라매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침팬지가 대통령이 되어도 잘되는 나라 designtimesp=7649>, <자유를 경영하라 designtimesp=7650> 등 2권의 스테디셀러 작가이기도 한 권사장은 『올 한해는 새로운 준비를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어떻겠느냐』며 『비가 올 때는 비를 맞는것도 괜찮은 법』이라고 말했다.권사장은 요즘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주문에는 <1분 매니저(The one minute manager)>(블랜차드, 캐네스 공저)를 소개했다.위기일수록 경영자와 부하직원이 함께 목표를 정하고 매일 1분씩그 목표달성 진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와닿는다고 말했다. 권사장은 이와 관련, 특히 경영자와 근로자는 잘한 것은 물론이고 잘못한 것도 매일매일 이야기해야 한다고강조했다.◆ 황필호 박사 - <팡세 designtimesp=7655>물질은 유한하나 정신은 영원하다철학자 황필호 박사와 신동헌 음반평론가협회 고문은 세계문학전집의 단골메뉴인 <팡세 designtimesp=7660>(파스칼 지음)와 (장크리스토프>(로맹 롤랑지음)를 IMF시대에 추천할만한 양서로 들었다.지난 7년 동안 한번도 빼먹지 않고 펴내온 철학 관련 계간지를 최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시 정간했다는 황박사는 그 자신도 일생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웬만하면 창간정신을 살려 중단하지 않으려 했는데 사정이 너무 힘들어 어쩔수없었다며 속이 상할 때마다 <팡세 designtimesp=7663>를 꺼내놓고 한줄씩 읽어내려간다고 말했다. 황박사는 최근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철학자답게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정신적인 부분까지 손상을 입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또 물질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정신은 영원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동헌 고문 - <장 크리스토프 designtimesp=7666>시련 극복하는 불굴의 정신 필요음반평론가협회 신고문은 패배의식을 갖지 말고 분발할 것을 호소했다. 자신이 청년 시절 두번이나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아 <장크리스토프 designtimesp=7671>를 추천한다는 신고문은 주인공 장크리스토프가 시련을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은 작곡가인 베토벤을 모델로 하고 있다.인생의 말년에 귀가 들리지 않는, 작곡가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작품활동을 계속해 수많은명곡을 남긴 베토벤의 불굴의 정신이 장크리스토프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저자인 로맹 롤랑은 19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소설가이자 극작가이고, <장크리스토프 designtimesp=7672>는 대하소설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해인 수녀- <청빈의 사상 designtimesp=7675>물질적 소유욕 줄이면 자유로운 삶 얻어부산에 머물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해인 수녀는 IMF시대에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일본 작가 나카노 고지가 쓴 <청빈의사상 designtimesp=7680>과 마더 테레사와 베커 베니나트가 공동으로 엮은 <따뜻한 손길 designtimesp=7681>을 권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93년 번역 출간된 <청빈의 사상 designtimesp=7682>은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물질적인 부유함보다는 마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수녀는 『물질적인 소유를 줄이고 삶을 간소화함으로써 얻어지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맑고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들이공감을 준다』고 말했다.특히 이 수녀는 일본 문화권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일독을 권하고싶고 1, 2부 가운데 2부를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손길 designtimesp=7685>은 마더 테레사(1910~1997)의 감동적인 생애를 평소 그녀가 겪었던 사랑의 체험, 즐겨하던 기도, 삶 속에서 깨우친 단순하지만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시형 박사 - <동의보감 designtimesp=7688>위기는 다시서는 계기정신과전문의 이시형 박사(강북 삼성병원)는 최근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의사로서 요즘 들어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좋은 점도 있지만 환자들의 상당수가 경제적인 위기와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여 마음이 무겁다는 것. 특히 이박사는 경제적인 문제가 행복한 가정의 평화를 깨는 문제로까지 파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단적인 예로 얼마전아버지의 실직에 충격을 받은 한 여중생이 가출하는 소동을 벌인일을 접한 적이 있다며 가족들의 이해를 각별히 부탁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박사는 우리나라의 40대들은 이제껏 한번도 위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그런 면에서 심적으로 느끼는 충격이 더 클 수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박사는 추천도서로 소설 <동의보감 designtimesp=7695>(이은성 지음)을 꼽았다. 그자신 지난 신정연휴에 읽었는데 나라가 전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런지 적잖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특히 주인공 허준이 온갖 곤경을 극복하고 자기의 분야에서 정상에 우뚝 서는 과정에서 하면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박사는지금은 단지 위기일 뿐이라며 상황이 좋지 않지만 다시 서는 계기로 삼으면 분명 <동의보감 designtimesp=7696>에서처럼 목표한 것을 이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각계의 인사들이 추천한 책들은 분명 다르다. 저자는 물론이고 장르도 제각각이다. 또 동양의 책을 권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양에서 출간된 서적을 추천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각기 다른듯 싶지만여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바로 동서양의 책을 막론하고 고전류에서 총체적인 위기를 헤쳐나가는 해답을 찾아보라는얘기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더욱 실감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