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시스템통합(SI) 회사인 현대정보기술은 작년초 인터넷서비스(ISP)사업에 향후 5년간 1천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했다. 같은 계열사인 현대전자로부터 이양받은 이 사업을한번 크게 키워볼 욕심에서였다.그러나 현대정보기술은 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정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사업추진에 반대하고 나선 것.사외이사들은 국내에서의 인터넷 서비스사업 전망이 불투명한데다현대의 기업 풍토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엔 익숙지 않아 성공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강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결국현대정보기술의 야심찬 인터넷 사업계획은 대폭 축소 조정되고 말았다.다른 회사 같으면 일선 경영진이 수립한 사업계획이 이사회라는 통과의례를 거쳐 쉽게 추진될 수 있었겠지만 현대정보기술에선 그렇지 않았다. 이 회사가 도입한 사외이사제 때문이다.◆ 7명중 2명이 사외이사사외이사제란 경영진 이외에 회사 밖의 전문가를 이사로 선임,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것. 특히 미국 기업에 일반화돼 있는 이 제도는대주주나 경영자의 독단경영을 견제하고 전략상의 오류를 사전에방지하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국내 기업의 경영구조 개혁과 관련, 많은 기업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현대정보기술이 사외이사제를 시행한 것은 지난 96년1월. 당시 국내 민간기업으론 최초였다. 이어 금강기획과 현대종합상사 현대방송 등이 사외이사를 선임해 현대그룹에선 모두 4개사가 도입한 상태다. 현대정보기술의 경우 이사회 멤버 총 7명중 오해석 숭실대부총장과 김효석 중앙대 교수 등 2명이 사외이사로 현재 활동중.이들은 두달에 한번씩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의 주요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그동안은 현대전자의 사업구조조정이나 계열사로부터의 사업인수, 신규사업, 조직개편 등에 대해 주로영향력을 발휘했다. 또 『그룹 경영진에 인터넷 교육을 시키라』는신선한 아이디어도 제공해 실제로 현대그룹 사장단 전원이 최근 인터넷 교육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회사측은 일단 사외이사제가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회사관계자는 『무엇보다 사외이사들의 전문 지식을 경영에 활용할 수있고 안에서는 볼수 없었던 회사의 문제점을 외부의 시각으로 찾아낼 수 있었던게 가장 큰 효과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