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수출을 통해 달러를 많이 벌어 들이는 것이 외환위기를타개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기 때문. 원화가치 하락이 수출증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수출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그렇다면 수출을 어떤 지역에 어떤 상품으로 어떻게 늘려야 할까. IMF극복의 열쇠인 수출전망과 전략에 대해 짚어보자.●여건 좋지만은 않다한국의 올 수출 여건은 명암이 교차한다. 밝은 면은 두말할 것도없이 원화가치 하락. 작년 8월이후 급격한 원화절하로 한국 상품은그만큼 값을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말 달러환율 1천5백2원은 96년말(8백38원)대비 80%정도 오른 것. 우리와 경쟁관계가 높은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도 원화는 작년 한해동안 40%이상 절하된 셈이다. 이는 과거 80년대말이나 93-95년 사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던 엔고시절보다훨씬 큰폭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진 것이다.그러나 어두운 측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세계경기 둔화다. 지난해 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세계경제는 올해 2.5%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 동아시아 외환위기 파장으로 투자와 교역이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수출의 25%정도를 차지하는 일본 아세안 등의 경기둔화가 두드러져이들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전망은 더욱 어둡다.게다가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도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 작년 7월이후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화에대해 약 50%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향상된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것. 더욱이 주변국들의 영향을 받아 중국이 위앤화 절하를 단행할 경우 한국의 대 중국 및 선진국 수출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한편 대우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수출여건을 종합한 수출환경지수가 올해 0.15로 작년(0.33)의 절반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수출여건이 나빠질 것이란 분석이다.●한 자리수 정도 늘어날 것올해 한국의 수출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장폭이 한자리수에 그칠 것이라는게 대다수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 심리적 기대감에 비해선 그리높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작년 대비 수출증가율은 연구기관별로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5%(LG경제연구원)~7%(산업연구원)대를 내다보고 있다. 원화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에도 불구하고증가율이 한자리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은 앞서 지적한 여건 악화요인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지역별로는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큰 폭의 수출증가를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절하를 이용해대미 수출상품 가격을 경쟁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그동안 미국 시장을 상실해온 한국기업의 시장 재진입이 간단치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 아세안 등 최근 외환·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감소세가 불가피할 예상.산업연구원은 일본과 아세안에 대한 수출이 각각 2.9%와 5.0%씩 줄어들 것으로 점쳤다.●EU와 중남미에 희망 있다전반적으로 시장 여건이 안좋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걸어볼 만한곳이 없진 않다. EU와 중남미 시장이 그런 곳 들이다. EU의 경우각종 수입규제 강화라는 악재가 있긴 하지만 작년부터 반도체 수출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올해도 반도체 가격인상과 EU내 수요증가로 큰 폭의 수출증가가 예상된다. 또 그동안 개도국에시장을 잠식당해온 전자제품 의류 등 중저가 제품의 수출이 늘어날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EU경제는 지난해에 이어올해도 2.5% 안팎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90년대 들어 연평균 3.5%의 성장을 이어가며 새로운 성장지역으로떠오른 중남미도 한국기업들이 관심을 집중해야할 시장. 중남미 경제는 올해도 대규모 외자유입과 세계적인 저금리 등에 힘입어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중남미에 대한 수출은 지난91~96년간 연평균 25.5%라는 높은 신장세를 보이다 지난해(1.3%증가) 주춤했었다. 그러나 금년중 전기·전자 자동차 섬유류 등 주력상품을 중심으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늘어날 예상이다. 전체적으론 작년대비 10% 이상 늘어난 1백억달러대에 달할 전망. 특히 초긴축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브라질과 인근국가들을 제외하고 멕시코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은 경기활성화로수입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들 국가에 대한 집중 공략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전략이 필요하다위기 돌파를 위해선 전략이 필수적이다. 명암이 교차하는 여건 속에서 수출을 늘리자면 치밀한 전략이 더욱 긴요하다. 그 전략 수립은 단기·중장기 등 시기별 대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당장 시급한 단기 대책으론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수출업체의 애로 해소 차원에서 신용보증기금을 확충하고 신축적인 통화공급을유도하는 것 등을 들수 있다. 또 일부 기초 원자재의 수입관세를인하하거나 철폐하는 것 등도 고려 대상이다. 중장기적으론 정부차원의 효율적인 수출지원체제를 구축하고 통상외교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여기엔 △수출보험 확충 △인터넷전자상거래 확대 △수출시장 정보의 체계화 등도 포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