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혁용염료 제조업체인 진웅산업은 최근 유럽의 한 화학회사와 수출상담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이름만 대면 금방 알수 있는 유명다국적화학회사로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염료시장을 좌지우지했던회사다. 수출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는 이뤄졌고 현재 가격절충작업이 진행중이다.진웅산업이 이 회사와 수출협상을 하면서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이 다국적화학회사와 수출합의를 함으로써 세계염료산업의 메카인유럽시장에 본격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역회사가 아닌 염료를 직접 생산하는 제조회사에 제품을 역수출하게 됐다는 것도 큰보람이다. 제조회사가 경쟁사의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것은 극히이례적인 일로 이 분야에 뛰어든지 15년여만에 비로소 다국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피혁용 염료회사로 성장한 셈이다.◆ 매출액 5% 연구개발비 투자이 회사 이종명사장은 『현재 가격절충은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며 올 상반기중에는 첫물량이 선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진웅은 그동안 동남아에 편중된 수출시장의 다변화를기함은 물론 세계최대 염료시장인 유럽에 진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진웅산업이 피혁용 염료산업에 뛰어든 것은 80년대초. 당시 국내염료시장은 다국적기업인 바스프(BASF), 시바가이지, 바이엘, 산도스등이 독식하고 있었다. 진웅도 이들 다국적 기업의 염료를 수입해판매하는 도매상에 불과했다.창업자인 문종웅회장은 피혁용 염료를 국산화할 경우 수입대체효과가 크고 그동안 판매상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살릴 경우 승산이있다고 판단, 과감히 뛰어들었다. 회사를 설립하고서는 만사 제쳐놓고 연구에만 매달렸다. 세계유명회사의 피혁용 염료를 들여와 성분분석작업을 거듭한 끝에 회사설립 3년만인 83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브랜드명은 레코탄(LECOTAN)으로 정하고 판로개척에 뛰어들었다.판매는 의외로 쉽지 않았다. 외국 유명제품에 익숙해진 기업들이국내 무명중소기업이 국산화한 피혁용 염료에 대해 거들떠 보지도않았던 것이. 피혁가공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험적으로라도 좋으니 한번만이라도 써보고 난 뒤 제품을 평가해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품질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스페인에 월 50t씩 수출 계약이런 세일즈전략은 먹혀들어갔다. 품질이 세계적인 화학회사 제품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문이 기업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국내 피혁용 염료시장에서 차지하는 진웅산업의 비중은 높아졌다. 피혁용 염료의 경우 블랙 및 브라운색이 가장 매출비중이 높은 편인데 현재 이 시장에서 진웅의 점유율은 80~90%에 달한다.진웅산업은 여기서 자만하지 않았다. 수입에만 의존하던 피혁용 염료를 국산화한 공로가 인정돼 89년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진웅은 매출액의 5%정도를 연구개발비에 쏟아부으며 고품질 피혁용염료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92년에는 화학을 전공한 박사급 연구원을 소장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고유브랜드 「레코탄」의 품질향상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현재 진웅의 전체 인원은 80여명인데 이 가운데연구인력은 총 12명에 달한다. 진웅이 연구개발에 어느정도 정성을기울이고 있는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이런 노력의 결과 진웅산업의 「레코탄」은 다국적화학회사 제품과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때부터진웅은 국내시장에서 눈을 돌려 수출에 나섰다. 시장규모가 큰 중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주로 공략해 지난해 진웅은 9백8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 아닌 「레코탄」고유브랜드로 수출, 이같은 실적을 올렸다.진웅의 수출전략에서 돋보이는 점은 국내 판매가격보다 수출가격이높다는 점이다. 「레코탄」의 수출가격은 1Kg당 9달러 50센트 정도이나 국내판매가격은 이보다 낮은 8달러선이다. 품질에 자신이 있고 염료회사로서 국내 피혁산업 경쟁력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을주기 위해 고가수출전략을 고수하고 있다.진웅은 올해 염료산업의 본거지인 유럽시장을 집중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국제품질규격인 ISO9001인증을 국제 인증기관인로이드품질보증회사로부터 취득, 유럽 등 선진국시장공략을 위한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IMF한파가 본격화된 올 1월에 독일과 스페인에 월 50t씩 수출키로계약하는 등 진웅의 수출전망은 밝다. 이란 등 중동시장도 새로이개척해 올해 1천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사장은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올 수출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며피혁용염료에 만족하지 않고 금속용염료 등 신제품도 개발, 세계적염료회사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