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17일) 중국의 전자렌지업체로부터 2백80만개, 금액으로는 3백만달러어치 이상을 주문받아 기존의 수출주문량과 합치면 올해 목표치보다 초과한 물량을 이미 확보한 셈입니다.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물량을 맞출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이미 연간수출목표량 이상을 확보, 오히려 공급량을 맞추는데 신경을 써야할 정도로 잘나가는 수출기업. 바로 경기도 화성군 태안면능리에 자리잡은 한성전자 이관종(55)사장의 말이다. 한성전자는지난 83년 S전기에 근무했던 한완수회장이 콘덴서 전문제조업체를목표로 설립한 회사로 직원수 85명의 중소기업이다.그러나 말이 중소기업이지 세계적인 가전제품제조업체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여느 대기업을 능가한다. 일반가정이나 사무실에 공급되는 전류를 받아 축적한 뒤 조정된 전압을 공급하는 축전기로 일반가전제품에 필수부품인 콘덴서에 관해서 「세계최고」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공정 완전자동화지난해만도 약 1천30만달러어치의 콘덴서를 수출했다. 약 3천만개로 추산되는 세계 콘덴서시장의 40%가량인 1천2백만개를 공급한 「큰손」이다. 거래선도 국내외 30여개사로 이름만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회사들이다. 샤프 마쓰시타 산요 미쓰비시 도시바 월풀델롱기 등 세계유수의 가전업체와 공장들이 거의 다 한성전자라는「젖줄」에 의지하고 있다. IMF시대에 접어들어서도 한성전자의 수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출주문이 30%정도 늘어난데다 최근 외국가전업체들의 예정외 주문이 급증해 수출예상을 2천만달러까지 높여 잡고있다』는게 관리본부장 고호석상무의 말이다.세계 콘덴서시장을 석권한 「작은 거인」 한성전자. 그러나 시작이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설립초기만 해도 오디오 컴퓨터 TV 등 회로기판이 있는 일반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전해콘덴서를 제작, 주요 가전업체에 납품하던 전형적인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93년,단순 납품업체에서 세계적인 콘덴서업체로 면모를 바꾸는 기회가찾아왔다. 대우전자부품으로부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 사용되는 SH콘덴서와 전자렌지에 이용되는 고전압 HV콘덴서사업을 이관받은 것이다. 모두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을 갖출 자신이 있는 분야였다.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자마자 즉시 노후기계를 새것으로 교체, 공장라인의 완전국산자동화를 이뤘다. 이전받은 기술과 설비만으로는세계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설비자동화와 함께 기술개발도 병행했다. 3년간 최고품질의 콘덴서제작을 위해 연구진은물론 전직원이 매달렸다. 덕분에 주력품목으로 집중투자한 전자렌지용 HV콘덴서의 경우 용량오차한도가 선진국업체들의 ±3∼5%에비해 월등히 뛰어난 ±2.2%의 안정된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이렇게 만들어진 콘덴서샘플을 들고 시장개척에 나섰다. 초창기에는 한완수회장이 직접 샘플을 들고 바이어를 찾아다녔다. 1년에 1백20일을 해외출장에서 보냈을 정도였다.부지런히 발로 뛴 덕분에 해외에서의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매년 수출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생산거점도 마련했다. 중국천진에 연간 20만개의 HV콘덴서를 만들 수 있는 천진한성전자유한공사라는 자회사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주문이 밀려 이곳도 올해안에 연간생산량 40만개 이상으로 규모를 증설할 예정이다.한성전자가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초기에는 한성전자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시장개척에 애를 먹었으며, 주문이 몰려들면서는 사원수급으로 고생해야 했다. 그러나『가장 큰 어려움은 동종 생산업체로 라이벌관계인 S전기의 덤핑과음해였다』는 것이 고호석상무의 말이다. 대기업답지 않게 S전기가해외공장에서 만든 콘덴서제품을 갖고 덤핑으로 수주경쟁에 나서거나, 외국의 바이어들에게 한성전자가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는 등얼토당토 않은 음해를 하고 다녀 바이어들로부터 질문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외국바이어가 「그쪽 말은 믿지 않는다. 한성과 계속 거래를 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는 오히려 자부심을 느꼈다』는게 고상무의 말이다.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졌다. 지난해5월, 「이익옵션제」를 도입한 것이다. 매년 이익금의 70%를 기술개발에, 30%를 종업원과 대주주가 나눠갖는다는 내용이다. 『회사원에게 잘해주는 것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초라는 창업자 한회장의 뜻에 따라 시행됐다』는게 이관종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원복지제고차원에서 조만간 사원에게 돌아가는 몫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내년에는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IMF로 기업들이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빨리 벗어나는 길은 하나입니다. 한가지 제품 또는 하나의 제품이라도 긍지를 갖고 세계최고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여태껏 그게 안돼서 이 지경에 이른 것 아닙니까.』 알짜배기 중소기업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이사장이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밝힌 IMF돌파비결이다. 『기업들이 알면서도 하지 않았거나 외면했지만 이제는세계최고의 품질을 밑천으로 세계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