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미덕인가. IMF시대를 맞아 지나친 소비절약이 경기침체를가속화시키고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소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얼핏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같이 들린다. 물건이 안팔리면 기업이망하고,기업이 망하면 실업자가 늘어 결국 국민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케인즈 경제학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절약의역설」은 완전고용상태에서 소득이 늘더라도 투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경우 성립되는 이론이다. 저축이 늘더라도 투자가 함께 늘어나면 소득은 줄지 않는다. 다시말해 기존의 일부기업들이 망하더라도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면 일자리도줄지 않고 국민소득도 줄지 않는다는 얘기다.요즈음 소비가 미덕일수 있다는 일부 주장은 아무리 저축을 늘려도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할 것이며 기업을 창업하려 하겠느냐는것이다. 특히 지나친 소비절약으로 내수시장이 붕괴되면 중소기업들이 곤경에 처할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가세해 설득력을 더해 준다. 맞는 말이다. 오히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는 전통적 경기부양책까지 검토해보아야 할 시점이다.그러나 그같은 생각이 지금의 우리 경제여건하에서 과연 옳은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수 있다.첫째 지금은 IMF의 신탁통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채를 빨리 갚아야 한다.외채를 갚으려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줄여야 한다. 수입을 줄이는 것은 소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국산품이라해도 모두 수입원자재로 만드는 것이다. 절약을 하면 할수록수입은 줄어든다. 그러나 국내기업이 도산하고 일자리가 줄어 국민생활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그것은 수출증대로 돌파구를찾아야 한다. 국내소비수요가 줄더라도 수출수요가 늘어난다면 기업도산은 막을수 있고 국민소득도 줄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내수형기업이 쓰러지더라도 수출의존형기업이 더 활발해진다면 소득수준도 유지되고 IMF시대극복에도 도움이 된다.둘째 소비절약으로 저축이 늘더라도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기침체만 심화시킨다는 것도 시장논리로 보면 맞지 않다. 저축이 남아도는 상태가 계속 유지될수는 없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금리가 떨어질 것이고 금리가 떨어지면 자연히 소비가 늘게 된다. 또기업들도 투자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경제가 지향하는것이다. 따라서 불황극복을 위해 어느정도 소비를 해줘야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셋째 일시적으로 저축이 남아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로잡는 방법은 소비를 늘리기보다 투자를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바람직하다.따라서 너무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최소한현재의 경제상황과 여건하에서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옳지 않다. 저축은 늘릴 수 있는데까지 늘리는 것이 선(善)이다. 다만획일적인 소비절약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예컨대 생산성을 높일수 있는 지출은 오히려 늘리는게 필요하다. 개인들도 무조건 줄이기보다 소득을 감안해 꼭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려 절약하는 소비합리화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