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시에서도 드디어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가 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해에는 참여연대의 주도로 은행과 민간기업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은행상대 소송에서 주주들은 임원들에게 부실대출에 따른 손해배상을청구했고 민간기업 상대 소송에서는 시장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발행된 사모증권의 무효화를 청구했다.최근에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연대하여 한 상장기업을 타깃으로삼아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고 나섰다. 이 제안에서 외국인들은 오는3월 주총에서 2인의 사외이사를 선출해줄 것과 해외투자를 하거나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주총 승인을 받도록 정관에 규정할것을 요구하고 있다.그동안 경영권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 속에 안주해온 우리나라의 상장기업들로서는 실로 처음 경험하는 곤혹스런 사태의 발전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완전한 대외개방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영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 및 소수주주권 강화를위한 일련의 제도개혁을 감안할 때 상장기업 경영자들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된 주주 행동주의의 전개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행동하는 투자자들(active investors)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경영성과의 향상에 있다. 이들은 기업이 택한 경영정책이 기업가치 극대화에 위배된다고 판단될 때 이러한 정책의 변경을 요구한다. 예를들어 경영진이 방만한 비관련 다각화를 추구하고 부적절한 재무구조나 배당정책을 고수한다면 이의 시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은기업의 구조조정이나 타기업과의 합병을 건의하기도 하고 경영진을개편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한다.행동투자자들이 취하는 전략은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한 의견전달로부터 적대적 인수 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지속적으로경영상황을 감시하면서 이사회의 구성이나 특정경영정책에 관한 대화와 협의를 모색한다. 나아가서 이들은 이사회 참여를 통해 주요기업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행동투자자들은 상당한 지분을 매집한 후 다른 주주들의 협조를 얻어지배권을 획득하거나 기업을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기업경영자들은 행동투자자들을 적대적 세력으로 인식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이들을 우호적인 주주 내지는 경영자문역으로까지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주주 행동주의가 일찍 발달한 미국에서도 90년대에 들어서는 주주 행동주의가 관계투자(relation-ship investing)의 형태로 발전했다. 관계투자자는 기업경영진과우호적이고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경영전략에 관한 증권시장의 객관적인 견해를 전달한다. 특히 관계투자자들은 주식을 단기매매하지 않으며 적대적 인수의 위협을 봉쇄하거나 감소시켜 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이익에 있기 때문이다.중요한 투자자들을 관계투자자로 확보하기 위해 기업경영자들은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것을 공식적인 정책으로 채택하고 협의과정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IBM, 웨스팅하우스 등은 주주들의관심사를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위원회를 이사회내에 구성하고 있으며 또다른 기업들은 중요한 경영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주주들과 직접 협의하는 것을 관행화하고 있다.주주 행동주의 내지는 관계투자의 발전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증대가 필수적이다. 왜냐 하면 소액주주들은 자신들이 직접 비용을지출하면서 경영감시에 나설 인센티브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와 IMF가 합의한 의향서에 투신과 은행신탁계정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킨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로써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특정기업의 경영성과가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적절한 행동을 취할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이제 기업경영자들은 주주들의 행동주의나 관계투자 활동이 모두기업의 이익과 장기적 성공에 보탬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적극 수용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