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는 일본의 맥주업계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다. 그동안 기린이나 아사히 등 굴지의 업체들에 밀려 제대로 기를 펴지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새로운 상품과 마케팅전략을 선보이며정상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더 이상 만년 하위를 차지할 수는없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산토리는 몰트(맥주의 일종)에서 2천2백64만 상자를 판매,전년 대비 6.6%의 신장세를 보였다. 게다가 발포주(맥주를 제외한거품이 이는 술)인 수퍼홉스도 96년에 비해 무려 2배나 늘어나는성장률을 기록했고 발포주를 포함한 맥주 전체로는 전년보다 무려27%가 늘어난 4천7백86만 상자를 팔았다. 이는 산토리가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고의 판매실적이었다.산토리의 시장점유율은 맥주만 치면 5.3%, 발포주를 포함해도 8.5%로 아주 높지 않지만 신장률에서는 업계 1위 기린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아사히맥주를 상회하고 있다. 87년 이후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던 산토리로서는 오랜만의 쾌거라고 아니할 수없다. 여세를 몰아 올해에도 맥주와 발포주를 합쳐 14%의 성장률을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의 후카이 상무는 63년 맥주사업에 진출한 이래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앞으로 2~3년 안에 흑자로 반전시킬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맥주전담제 실시 ‘효과’산토리는 96년 12월 기준으로 연매출액 7천4백4억엔 가운데 위스키등의 양주가 45%, 맥주가 24%, 식품이 25%를 점유했다. 이 가운데양주의 경우 피크를 이루었던 83년의 6천4백81억엔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치지만 맥주사업에서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보이고있는 점은 분명한 호재다.산토리는 97년 1월 회사의 영업사원 1천명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4백명을 맥주 전담사원으로 배치했다. 지난 74년에 전임제를 폐지한 이래 23년만의 부활이다. 물론 이제까지는 위스키 담당자가맥주와 와인 영업도 겸임했다. 또 유통에 대한 다양한 제안도 이들이 맡아했다. 하지만 인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있었을지 몰라도 아무래도 각각의 상품을 파는데 있어서는 소홀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담사원제로 바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이들이 현장에 나가 소매상들을 최대한 설득, 좋은 자리에 진열하게 하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소매상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산토리의 영업패턴이 크게 변했다고말한다. 예전에는 1주에 한번 밖에 오지 않던 영업사원들이 이제는4일 정도만에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특히 맥주담당, 위스키담당이교대로 찾아와서 직접 자사 상품을 관리하는 까닭에 산토리에서 나온 상품을 이제는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후문이다. 또 산토리는여름의 성수기에는 시음회 등 판촉캠페인을 개최하는 외에 점포특성에 맞는 판촉을 펼쳤다. 예를 들어 할인점에 대해서는 등산용배낭 등의 상품을 특별히 제공하기도 했다.영업력 강화뿐만 아니라 마케팅에도 새로운 수법을 도입했다. 그가운데 하나가 맥주업계 최초로 응모자 전원에게 상품을 나누어준「거품까지 감미로운 그라스 캠페인」이라 이름붙인 행사를 들수있다. 경품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끌면서 「1백% 보리로 만들어 거품까지 맛있다」며 홍보에 거품을 철저하게 활용했다.발포주인 수퍼홉스의 히트는 산토리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3백50ml에 1백45엔이라는 싼 가격과 슈퍼클리어법이라는 독자적인여과기술을 이용해 맥주같은 맛을 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확실하게잡았다. 여기에다 색다른 마케팅으로 독자들을 파고들어 큰 효과를보았다. 특히 산토리는 편의점을 집중 공략했다. 편의점에서는 대개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 구입하기 때문에 브랜드력이없으면 진열대에서 사라진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편의점에서 어느정도 인기를 끌면 선전효과가 커지고 매출액 역시 크게 늘어난다는의미다.광고에서는 주공략대상을 40대가 아닌 30대 초반에 맞췄다. 「즐겁게 매일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발포주라는 말은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60% 이상이 한번 마시고는 다시 찾을 정도의 상품력에 적절한 홍보가 뒷받침돼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결론이 나온다.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인 세븐 일레븐의 집계에 따르면 요즘 수퍼홉스는 두번째로 많이 팔리는 발포주라고 한다.산토리에서 최근 급성장을 한 것이 식품부문이다. 식품 가운데도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은 청량음료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청량음료는 96년 12월 기준으로 1천9백억엔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체에서 25%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시장점유율은 코카콜라에 이어 2위인 12%다. 캔커피인 BOSS, 우롱차, CC레몬 등이 주력 브랜드로 성장했고 위스키와 더불어 산토리에서 양대 축을 이루게 되었다.음료에서 산토리의 마케팅 수법은 위스키나 맥주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철저한 마케팅리서치를 하고 상품은 소비자보다 반보앞서 간다는 전략으로 밀어붙였다.연간 백수십종의 신제품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음료업계에서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산토리는 타사상품을 치밀히 연구하고 마케팅 조사를 철저하게 해 잠재수요를 파악한 다음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예를 들어 97년 3월 발매 후 8개월만에 7백만 상자를 판매한히트상품 노호혼차도 아사히음료가 선수를 친 쥬로쿠차 등 브랜드가 붙은 차를 철저히 연구해 내놓은 상품이었다.◆ 21세기 과제는 저가 맥주와 청량음료브랜드력 유지를 위한 마케팅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대표적인예가 92년에 발매된 탄산음료 데가비타C다. 94년부터 하향곡선을그렸지만 97년에 타사의 경쟁 상품이 적어지자 다시 일어설 여지는있다고 믿고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각종 이벤트행사를 열고 팸플릿도 건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97년 한해동안 연간 판매량이 9백30만상자에 달해 전년 대비 5% 성장으로돌려놓았다.신중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투자를 할수 있는 것도 산토리의 강점이다. 올해부터는 펩시콜라로부터 영업권을 양도받는데다 산토리의자판기로 펩시콜라를 팔수 있게 되었다. 이에따라 산토리는 올 한해 청량음료 부문에서만 지난해에 비해 무려 31%나 늘어난 2억4천만상자를 판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산토리의 위스키 매출액은 80년대의 소주붐, 2급주 폐지, 알코올도수가 높은 술에 대한 소비감소 등으로 80년대 후반부터 줄어드는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세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주세법 개정으로 위스키에 순풍이 불기도 했지만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도 신문에 연일 전면광고를 싣고 위스키를 맛있게먹는 법이라든가 좋은 술집 등을 소개했지만 전체 소비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 특히 주류 업체들이 광고선전비와 판촉비 명목으로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위스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는힘들 것이란 전망이다.산토리는 이제 소비자들은 저알코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위스키의 경우 주세가 내려가는 등 수익을 올릴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예전의 매출액을 만회하기란 쉽지 않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토리측은 21세기의 과제로 단가가 낮은 맥주와 청량음료로 착실하게 매출액을 쌓아간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고부가가치인 위스키 사업의 위기로 산토리의 수익력은 떨어지고있다. 예를 들어 총자본영업이익률은 80년대 전반의 8%대에서 96년12월에는 3.6%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산토리후드, 세레보스퍼시픽(싱가포르), 산토리워터그룹(미국) 등 국내외의 식품자회사가 순조롭게 매출액을 늘리고 있고, 내수 시장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있다. 산토리 전체적으로 볼때 착실하게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그런 의미에서도 맥주와 음료에서의 「작은 히트」는 21세기를 위한 포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