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하면 백열등과 형광등을 연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백열등은전력소모와 열발생이 많고 형광등은 깜박거림이 단점이다. 요즘 많이 소개되기 시작한 인버터제품은 이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조명기구다.인버터조명제품은 자연광에 가까운 3파장전구에 초당 8만~9만번 깜박거리는 인버터전자회로를 삽입한 것이다. 기존 형광등이 60㎐의교류전기를 사용, 초당 1백20번 깜박거리는데 비해 인버터제품은 4만4천㎐를 사용, 눈으로 깜박거림을 느낄수 없다. 자연광에 가까운빛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인버터제품은 눈의 피로가 적고 연색성이 뛰어나며 편안해 학생들의 스탠드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국내에서 인버터스탠드를 처음 생산한 사람은 삼정인버터의 하홍근사장(46). 그는 이 제품으로 히트를 쳐 국내에 인버터붐을 일으켰고 국내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는 것은 물론 그동안 국내 시장을장악해온 마쓰시타 히타치 미쓰비시 등 일본제품을 몰아냈다. 필립스 등 해외굴지의 기업으로 수출도 하고 있으며 거대시장 중국 공략에 나서 북경의 백화점에 진출한데 이어 천진 심양 상해 등 5대도시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서 제품 개발및 생산하사장은 다양한 직업을 두루 거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진주공고 전기과를 졸업한뒤 상경, 불광동 부근에서 지갑 벨트 액세서리등을 파는 노점상으로 밥벌이를 시작했고 갈현동 연신내 녹번동 일대에서 리어카행상을 하기도 했다. 택시기사로 핸들을 잡고 시내구석구석을 누비기도 했다. 이후 소규모 자동차 조명제품업체를 운영한뒤 88년 삼정인버터의 전신인 삼정기업을 설립했다. 삼정기업은 소형 전기제품과 스탠드를 취급하는 업체. 그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지로 출장을 다니던중 일본에서 인버터스탠드가 판매되는것을 보게 된다. 이것이 사업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인버터스탠드는 학생들의 시력보호에 좋아 일반 스탠드보다 10배가량 비싼 제품인데도 잘 팔리고 있었다. 일부 국내 부유층도 일본산제품을 사다 썼다. 그는 이들 제품까지 일본업체에 지배되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90년부터 개발에 나섰다. 직원들과 일본업체와 전자상가를 돌아보고 밤샘작업을 한 끝에 5개월만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가 문제였다. 가격이 개당 10만~15만원에 달해 1만원 안팎인 일반 스탠드보다 10배이상 비싸다보니 파는게 쉽지 않았다. 트럭에 제품을 싣고 부유층이 몰려있는 강남으로 향했다. 압구정동 신사동 서초동 일대를 돌며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약장수처럼 인버터제품을 소개했다. 강남에 조그만 사무실을내고 신문에 광고지를 삽입해 돌리며 홍보도 했다. 처음 몇달동안은 고생했으나 부잣집 사람들을 상대로한 상품판촉활동은 효과를봤다.돈이 벌리자 광고에 집중 투입했다. 그 결과 93년엔 업계의 예상를뒤엎고 인버터제품이 스탠드시장의 주력품목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뒤늦게 전자업체들이 줄지어 이 시장에 참여, 한때 40개 업체가 난립하기도 했으나 삼정인버터의 아성을 깨지는 못했다. 오히려후발업체중 절반가량은 문을 닫았다. 다양한 제품개발과 성능향상으로 경쟁사로부터 멀찌감치 달아나 있었던 것. KS와 Q마크 중소기업우수제품마크에 이어 유럽의 CE마크까지 획득하는 등 각종 규격이나 품질보증마크를 속속 따내 품질을 공인받은게 큰 힘이 됐다.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가 이 회사제품의 품질을 인정,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오더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과는5년이상 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종업원 복지 향상에 세심한 관심 기울여인버터스탠드의 성공에 힘입어 인버터 주택조명사업에도 진출했다.거실 안방 주방 식탁 벽등에 쓰이는 각종 등을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한 것. 이들 제품 역시 인버터회로가 내장돼 빛의 떨림 현상이없고 색의 재현도와 투과율이 뛰어난 특수아크릴 커버를 채택, 빛의 배광곡선이 좋은게 특징이다.하사장이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만족과 종업원만족이라는 두가지 경영이념을 실천한데서 비롯된다.「소비자입장에서 물건을 생산한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인버터는회로에 반도체부터 저항 콘덴서 등 각종 전자부품이 빼곡히 들어간다. 비록 원가가 더 들더라도 좋은 부품을 사용한다는게 철칙이다.장기적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이다.또 종업원들은 회사를 이끄는 주체이다. 사장이 사업방향을 정하지만 불량품없는 제품을 만들고 열심히 판매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애프터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결국 종업원이다. 따라서 복지수준도다른 중소기업에 뒤지지 않게 해준다는게 사장의 방침이다. 녹번동본사의 구내식당만해도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아름답게 실내가 꾸며져 있으며 음식도 집에서 장만하는 것보다 더욱 정갈하고 맛있을정도이다.그의 포부는 인버터조명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 이미 제품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다는게 스스로의 평가이다.문제는 어떻게 효율적인 시장개척활동을 통해 해외시장에 뿌리내리느냐는 것인데 이런면에서 중국진출은 세계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때마침 불어닥친 IMF바람도 그동안 품어온 해외진출의 열망에 불을 붙였다. CE마크도 획득, 유럽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독일에 내보낸 시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이 시장 진출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하사장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불합리한 어음제도이다.그는 창업이래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 자기 능력에 맞게 사업을 일궈왔다. 그러다보니 아직 종업원 70명에 매출도 44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으로 머물고 있는지 모른다.하지만 납품을 하다보면 어음을 받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때때로 이들 어음이 부도가 나 곤욕을 치른다. 그는 어음법을 대폭강화, 결제할 능력이 있는 기업인만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럴때에만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을 수 있고경제가 더욱 건실해 질 것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