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4월 당시 이철수 제일은행장이 주관한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이를 방어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파생금융상품인 주가지수 선물거래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하자 이행장을 비롯한 몇몇 임원들은 수긍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실무작업에 들어가라고 지시가내려왔죠. 얼마후 이행장이 구속되면서 흐지부지됐는데 이 작업만충분히 진행됐더라면 제일은행이 오늘처럼 어려움에 처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김지민 현대증권 선물옵션부장)파생금융상품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현장 실무자의 목소리다.파생금융상품이 대형 금융기관을 일순간에 날려버릴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지만 기업경영에 도움되는 측면이 더 많다는게 이들의 의견이다. 특히 투자자산의 위험회피와 자금조달에 유리하다고 강조한다.『파생금융상품은 해외채권발행이나 주식예탁 등 한정된 방법에서벗어나 다양한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한다. 비상장기업 A사가 자사주식을 이용해서 외국인투자자 B를 끌어들이는 예들 들어보자. A사는 출자한 B에게 자기주식의 20%를 넘긴다. A사는 1년후 B의 투자원금에 국내이자율을 계산해서 B몫의 주식을 되사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B사는 국내금융기관에 환율상승과 이자율하락이 가져올위험을 헤지할 수단을 요구한다. 이것을 마련해주는 계약이 바로파생금융상품이다.』(최종원 쌍용증권 과장)파생금융상품은 증권가격의 급격한 폭락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선물시장이 없으면 주가가 올라야만 투자자는 이익을 본다. 그러나 선물시장이 있으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다.달러로 외국에서 채권을 발행할 경우 환율이 오르면 앉아서 손해를본다. 선물환을 잘 활용하면 환차손을 피할 수 있다.물론 이같은 긍정적 측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대우증권성효국 과장은 『리스크 관리야말로 파생금융상품 운용 및 관련업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다』라고 역설한다.『지난해 2월 JP모건측이 현재 SK증권을 곤경에 빠트린 TRS를 가져왔다. 이때 면밀히 검토한후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 거부했다. 환위험을 헤지하는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 또 부담해야 할 손실금의 한계가 불분명한 것도 거부한 이유중 하나였다. 이같은 판단이 주효해서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동남아 각국에 투자할 때도 선물환 헤지를 이용해서 큰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현대증권도 리얼타임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순익을 매초 체크한다. 손실이 일정 한도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적으로 판매하게끔 내부운용규약을 만들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도 작성했다. LG증권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헤지를 강화하고 위험노출도를대폭 줄였다.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임직원들의 자질 향상도 시급한 과제다. 개인들의 전문능력 못지않게 회사나 업계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아쉽다고 담당자들은 지적한다. 『외국업체의 국내법인 종사자들과 비교할 때 국내금융기관 담당자들의 능력이 뒤떨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효율적으로 영업할수 있는 환경이 부족해 무척 아쉽게생각한다. 회사차원에서 파생금융상품을 설계, 마케팅 그리고 트레이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또한 리스크 관리능력도 외국업체에 비해 뒤떨어진 것같다.』(쌍용증권 최과장)◆ 채권시장 개방으로 금리파생상품 판매에 주력올해 OTC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들의 영업전략은 대부분보수적이다. 역외펀드의 차입활동을 지급보증해줄 은행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서이다. 쌍용증권의 최과장은 『올해 OTC 파생금융상품거래는 다소 위축될 것같다. 역외펀드의 지급보증을 서줄 은행사정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3월부터 외국인증권사의국내현지법인 설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외국인 고객을 놓고 치열한경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LG증권의 강병주과장도 『올해는현상유지가 최대 목표다. 역외펀드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은행이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보증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은행의 자금사정이 다소 나아지는 하반기부터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대부분의 업체들은 보수적 방침아래 채권관련 파생금융상품개발에치중한다는 계획을 마련한 상태다.『지난해까지 주식연관 파생금융상품(ELN)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올해는 채권관련상품이 다수를이룬다. 채권시장의 개방폭이 확대되면 외국인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LG증권의 강과장)대우증권의 강재성 대리도 『앞으로 국공채 등을 중심으로 한 채권관련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라며 『환위험에 대한헤지만 충분이 이뤄지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지역이다』라고 전망했다.이들은 이같은 영업전략을 달성하는 가장 큰 애로로 정부의 각종규제를 거론한다. 실무자들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정부당국자의무지가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SK증권 사건을 계기로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구데기무서워 장 못담그는 형편』이라며 비난했다.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떤 상거래든 손익을 볼 수 있다. 파생금융상품이 첨단 기법과 노하우를 요구하는만큼 선진업체와 경쟁하기위해서는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몇건의 손실로 파생금융상품이란 첨단금융공학을 「투기상품」으로매도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각종 규제를 풀어 국내업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나갈수 있게 해야한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이같은 규제만 풀어나간다면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미래는 양호하다는게 실무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미 현대증권이나 쌍용증권은 전략종목으로 육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증권의 경우 특히 파생금융상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밝히고 있다. 김부장은 『파생금융상품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메릴린치나 살로먼브라더스 등은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전체 수익의 1/3을 얻고 있다. 채권 주식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우리도 이같은 사업구조로 나아갈 것이다. 최고경영진도현대캐피털주식회사(가칭)같은 파생금융상품거래 전담회사의 설립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쌍용증권의 최과장도 『현재주식이나 채권 등을 단순매매하는 브로커로 성장하는데는 한계가있고 수익원을 다원화하는 차원에서 파생금융상품에 주력할 방침을최고경영진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