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은 베어링은행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지난달하순 SK증권이 JP모건개런티와 맺은 TRS(Total Return Swap)거래손실로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법정에서 패소한다면 미국계투자은행인 JP모건측에 수천억원을지불해야 할 입장이다. 사실상파산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패소의 여파는 SK증권에만 국한되지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재계5위인 선경그룹전체로 번질 여파를 우려한다. 불과 3년전에 닉 리슨이란 20대 딜러가 2백년전통의 영국베어링 은행을 한순간에 날려 버린 악몽을떠오르게 한다. SK그룹 전체의 명운을 심판대에 오르게 한 것이 바로 TRS라는 파생금융상품. SK증권이 LG금속 한남투신증권 등과 함께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세운 역외펀드인 「다이아몬드펀드」가 운용한 이 상품이 화근이다.그렇다고 모든 파생금융상품을 기업을 사지에 빠트리는 주범으로만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는게 국제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파생금융상품은 투자실패에 따른 위험보다 더 큰 이점을 가져다 준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SK증권의 경우는 국내금융기관이 선진기법을 전수받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국제금융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파생금융상품의 이점은 다양하다. 우선 국제금융거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업체들이 환율상승에 따라 천문학적 액수의 환차손을 입은 것은널리 알려진 사실. 이처럼 기업들은 환율과 이자율의 예상치 못한변동에 노출돼 있다. 이를 방어하는 수단을 파생금융상품은 제공한다. 또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활용, 자금을 조달할수 있다. 즉 주식이나 채권발행같은 고전적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방식을 통해 신규사업자금을 모을 수 있다. 주식연관채권(ELN)이전형적인 예다. 또한 레버리지 효과가 커서 적은 돈으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국내주가지수선물시장의 증거금은 전체 계약금액의 15%, 1백만원의 거래를 할 때 15만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말이다.◆ 위험 보다 장점 많아이같은 장점 때문에 파생금융상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BIS(국제결제은행)는 지난 95년 4월 전세계 장외파생금융상품의 규모를 40조달러로 추정 발표했다. 계약당사자간의 거래라서 정확한집계가 불가능했지만 파생금융상품이 국제금융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기간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파생금융상품의 규모는 9조2천억달러였다. 이중 94%가 금리관련 파생금융상품이었다.국내에서도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주가지수선물시장(96년 5월)과 주가지수옵션시장(97년 7월)의 규모는 이미 현물시장과 맞먹는다는게 증권감독원의 분석이다. LG증권 목석균 국제금융팀장은 『국내 거래소 시장은 초창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정착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채권시장이 완전개방됐기 때문에 금리관련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보인다』고 전망했다. 목팀장은 또한 『급격한 시장성장에 맞춰 금융기관은 전문인력 확보에 주력해야 하고 정부당국도 각종 규제를철폐하여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특히 파생금융상품을 「위험하고 복잡한 거래」로만 보는 시각은불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한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준비하는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