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은 대부분 한국 기업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맞습니다.』(윤영각 삼정M&A파이낸스 대표)『멕시코 기업쪽에서도 인수할만한 한국 기업이 없는지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한국M&A김동직과장)외국인의 시선이 「특급 바겐세일」 중인 한국 기업에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 개방이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데다 원화가치 하락으로인수 비용이 크게 떨어져 지금이야 말로 한국 기업에 대한 M&A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시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 미국의 정유회사인 모빌, 자동차회사인GM,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 등 이미 언론에 거론된 기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다국적 기업 또는 자국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 대부분이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게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특히 제지 식품 철강 자동차부품 통신 금융분야에서 M&A를 원하는 다국적 기업이 많다는게 윤영각 삼정M&A파이낸스 대표의 설명.이 회사의 조민식 M&A팀장은 『과거에는 어떤 업종에서 어느 정도규모의 기업을 물색해 달라는 식의 주문이 많았는데 요즘은 특정기업을 꼭 집어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도 변화라면 변화』라고 말한다.또다른 변화는 1∼2월에는 M&A 탐색차 실무진이 방문하는 경우가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사장이나 회장 등 결정권자들이 들어오고있다는 설명이다. M&A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로 볼 때 6월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M&A 거래가 이뤄져 발표될 것이라고 예측하고있다.외국 기업이 M&A대상으로 관심을 쏟는 기업은 대개 동종업계에 속한 기업이다. 『금융기관이면 금융업에서, 제약업체면 제약업에서인수 가능한 한국 회사를 찾고 있다.』(성보경 프론티어M&A 사장)지역별로는 약간의 차이를 볼수 있는데 『미국의 경우 주로 증권이나 보험 등 금융기관에, 유럽의 경우 제조업체 중에서도 대형 설비를 갖춘 화학이나 철강업체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는게 조민식 삼정M&A파이낸스 M&A팀장의 설명이다. 조팀장은 또 『일본 기업은 백화점이나 리조트 시설 등 부동산 투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M&A와 관련해서 문의가 오는 횟수는 미국과 유럽,기타 지역을 비율로 따져봤을 때 대개 6:3:1 정도라고 한다.김희성 현대경제사회연구원 박사는 『외국 기업이 M&A를 시도하는주요한 이유는 규모의 확대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시장지배력을보유하고 있는가가 성공적인 기업 매각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통신·유통 등 M&A 가능성 높아한국 기업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요즘 화제가 되고있는 대표적 인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왕자. 왈리드 왕자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포시즌스」의 최대주주로 한국의 기존 호텔 인수나 새로운 호텔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국내의 S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업계에 소문으로 돌고 있다.성보경 프론티어M&A사장은 『왈리드 왕자는 단순한 자본 참여 뿐만이 아니라 경영권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티은행의 최대주주로 경영진을 임명하는 등의 경영 활동을 하고 있으며시티은행을 통해 국내 기업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전해 들었다』고 말한다.세계적인 가수인 마이클 잭슨도 쌍방울과 무주리조트에 대한 투자를 협의하는가 하면 삼성그룹의 용인 에버랜드를 방문, 주요 시설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경우 어린이를 좋아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리조트나 놀이시설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성업공사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레만브러더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등 미국계 대형투자은행과 부동산 전문 중개회사, 유럽계 금융기관인 ING베어링스 등도 국내 부동산 매입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등 부동산과 건물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고객들의 요청에따라 기업 등 부동산을 사들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성업공사측은설명했다.◆ 인수 문의 비율 미·유럽·기타 6:3:1지난 12월말 뉴욕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17%정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포드사와 그 자회사인 일본의 마쓰다 자동차도 기아를 포함한 한국의 자동차회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이외에 종합금융회사인 네덜란드 ING그룹의 경우 동아그룹 계열의 동아생명을 포함한 국내 생명보험회사에 대한 인수를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약도 외국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 교보증권은 최근「외국 제약사와의 합작관계를 통한 M&A가능성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한국 제약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외국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사를 M&A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M&A 관련 업계에서는 종근당과 원료 및 기술 계약을 맺고있는 로슈, 롱프랑로라, 그락소 등과 한독약품의 주식을 33.4%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훼스트, 그리고 독일의 바이엘 등이 국내 제약회사에 대한 투자나 인수에 관심이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미국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 진출 시기를 엿보며 국내 유통업체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의 보쉬도 지난해 10월에기아의 계열사인 모스트를 인수한데 이어 추가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듀퐁 등 다국적 화학업체들도 K, H사 등 한국 화학회사를 인수하는데 관심이 많다.◆ 대만·멕시코 기업도 관심 표명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무공)를 통해 M&A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외국인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등은 물론 대만 기업들도 적극적이라는게 무공의 전언. 대만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한국 기업 M&A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윤영각 삼정M&A파이낸스 대표는 『6월 이후가 되면 대기업보다는몇만달러 규모의 건실한 중견기업 위주로 M&A가 활발하게 성사될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김희성 현대경제사회연구원 박사는 『대기업 계열사는 시장지배력이 높아 매력적인 반면 지급보증이나 상호출자, 친인척 중심의 지분 보유 등으로 소유 관계가 복잡해 본격적인 M&A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 인수를 위해 접근하는 경로는 주로 △국내 M&A 중개회사 △시티뱅크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국내 법률회사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국내 지사 △미국계 투자은행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