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나 일반기업체에 여신을 제공하는 기준은 국내은행과별다른 차이가 없을 겁니다. 자금흐름이나 자산·부채규모 등을 고려합니다. 문제는 이같은 여신심사기법을 원칙대로 지키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원칙의 준수여부는 경영환경과 은행문화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 등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사소한 차이지만이것이 양자간의 실적을 차이나게 하는 주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제프 캘버트 홍콩은행 한국본부장이 밝히는 여신심사기준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무수익여신에 시달리는 국내은행과 세계최대의 영업망을 갖고 있는 홍콩은행과의 차이를 보여주는대목이다.▶ 홍콩은행 서울지점의 여신은 어떤 절차를 거쳐 제공됩니까.홍콩은행 서울지점의 여신정책은 기본적으로 모기업인 HSBC(홍콩상하이 은행그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를 바탕으로한국실정에 맞게 변형해서 운용하죠. 홍콩은행의 여신담당책임자들은 여신운용정책에 대해 포괄적인 직무훈련을 받습니다. 이들은 가이드라인에 근거해서 상급자에게 여신을 제공하자고 제안합니다.상급자는 가이드라인의 틀내에서 제안된 내용이라면 승인합니다.물론 이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홍콩은행은 여신심사위원회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이사회에서 대규모여신을 결정합니다. 여신담당책임자들의 대출한도를 명확히 하고의사결정을 신속히 하자는 취지입니다.▶ 홍콩은행이 국내기업에 제공한 여신은 얼마나 됩니까.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는 것은 곤란합니다. 다만 지난해 한일은행이 1억 달러의 FRN(변동금리부채권)발행시 주간사 회사로 참여했고 외환은행에도 2억달러를 대출해 줬습니다. 또한 현대 삼성 대우 등 3대그룹에 제공한 금액은 웬만한 외국은행국내지점의 총대출금액과 맞먹습니다. 그만큼 한국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의 재무정보는 얼마나 고려합니까.여신제공을 결정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기업의 재무정보입니다.현금흐름은 말할 것도 없고 부채비율, 납입자본금, 영업이익, 부채상환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일시적으로 영업실적이 나쁠 수 있으므로 단기간의 실적 뿐만 아니라 최근 몇년간의 추이를동시에 고려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기업의 재무제표는 전적으로 신뢰하기 힘듭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재무정보의 투명성이부족합니다. 또한 한국정부도 인정한 것처럼 결합재무제표의 부족으로 대출기업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데도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비재무정보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인가요.대출신청 기업이 속한 업계의 향후 전망, 이들 업체의 제품이나 기술경쟁력, 경영진의 경영능력 등을 중요시합니다. 또한 홍콩은행과의 관계도 고려합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은행에도움을 줄수 있다고 판단되면 여신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고객이필요할 때 도움을 주겠다는 경영이념과도 부합됩니다.▶ 사후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여신제공을 결정한 책임자들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여신을 제공한 업체와 관련된 정보는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은행전산망에 입력합니다. 독자적으로 구축한 전산망은 수치로 나타난 정보와비계량적인 정보를 종합해서 경영진에게 제공합니다. 이 정보를 토대로 리스크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부실여신이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어떤 벌칙이 부과됩니까.부실여신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철저한 심사를 유도합니다.심사능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강화하고 상급자가 수시로 점검하도록 합니다. 그래도 부실여신이 발생하면 부서를 옮기거나 연봉을삭감하는 등 여신실적을 인사 및 급여와 연계시켜 운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시중은행의 여신심사시스템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국내시중은행의 여신결정과정을 정확히 몰라 딱히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몇가지 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문을 지적하고싶습니다. 먼저 시중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가 여신을 책임지는 중역들의 책임회피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점입니다. 또 한국의 여신담당자들에 대한 평가가 여신규모로 결정되는 대목도 홍콩은행과 다른 점입니다. 홍콩은행은 한국은행과 달리 외형적인 볼륨보다는 은행에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겼는가를 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