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노림수는 무엇인가.노래가 본업인 마이클잭슨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에서의움직임을 보면 가수라기보다는 사업가 또는 투자가라는 이미지가풍긴다. 특히 지난 2월22일 방한, 26일 떠나기까지의 행적을 보면이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그는 4박5일간 한국에 머무르며 김대중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인사차 김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기도 했다. 또 지난해부터 투자문제로 접촉을해온 쌍방울측 인사들을 만났고 그 중간에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과회동을 갖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삼성이 운영하고 있는 용인 에버랜드에 나타나 주요 시설물을 둘러보며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얼핏보면 현장답사를 나온 경제계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는느낌이 들 정도다.물론 마이클 잭슨이 국내 투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만이아니다. 지난해 11월 유종근 지사의 초청으로 전라북도를 전격적으로 방문, 무주리조트와 새만금간척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지사와개인적인 친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현장을 둘러본 뒤 쌍방울 관계자들에게 투자와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 무주리조트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당시엔 공개되지 않았다가 최근 세상에 알려진 이 각서에는 무주리조트에 1억달러 정도를 투자하고 이와는 별도로 무주에 건설예정인 테마파크 「네버랜드아시아」에 소요되는 투자비 전액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쌍방울측은 이미 양해각서를 교환한만큼 계약 성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는 지분과 수익금 배분 문제 등에서 서로의 입장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가장 큰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비즈니스맨적 자질 풍부그렇다면 마이클 잭슨은 사업가 또는 투자자로서 어느 정도의 비즈니스능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또 그의 투자가능 액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먼저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의 국내에서의 언행을 면밀히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방문 때 잭슨측과 투자상담을 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테마파크에 대한 잭슨의 지식과 안목은상당한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세계적인 흐름과 건설에 필요한 요소를 훤히 꿰뚫고 있더라는 것.특히 당시 잭슨은 무주리조트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전라북도에 하이웨이(고속도로), 레일로드(철도), 에어포트(비행장) 등 세가지 사항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는 테마파크의 성격상 기본적인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할 수없다는 판단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갑작스런 질문에 도관계자들이 당황했지만 잭슨이 투자가로서도 안목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볼수 있다.잭슨의 비즈니스맨적 자질은 다른 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잭슨은지난해 11월은 물론이고 이번 방한에서도 언론을 상당히 의식했다.어찌보면 고도의 수법을 동원해 카메라맨들을 따돌렸다고도 볼수있다. 잭슨은 미국내에서도 개인적으로 간직하기 위해 기념촬영을요청할 경우 거액인 3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팝의 황제로서의 이미지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다른 유명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잭슨은 인기가 높은데다 이미지관리도 잘해 그 액수 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잭슨이 갖고 있는 자금 역시 자신이 원하는 곳에 투자를 하기에 충분하다는 후문이다. 잭슨은 보통 한번 공연에 수십억원씩의 개런티를 벌어들인다. 지난 96년 10월 서울 잠실에서의 공연에서도 그는개런티로 16억원을 챙겼다. 물론 그는 일년에도 수십차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비슷한 공연을 갖는다. 풍부한 자금력을 입증하듯잭슨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올리보스에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인 네버랜드(Never land)를 건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경제 주무르는 ‘친구들’ 관계 유지게다가 잭슨에게는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20여명의 절친한 「친구들」 이 있다. 이들과는 언제든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뜻을합쳐 투자에 나설만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사람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다. 잭슨과 합작으로 킹덤엔터테인먼트사를 설립하기도 한 알 왈리드 왕자는 세계적인 거부이자 월스트리트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시티뱅크의최대주주이자 이탈리아 패션업체인 구찌사의 소유주이며 포시즌즈호텔, 애플컴퓨터, 그리고 TWA항공의 최대주주로 있을 정도로 세계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여러가지를 검토해볼 때 잭슨은 분명 투자가로서도 손색없는 능력과 자본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르면 잭슨측은 2월말까지 타당성 검토를 완료하고 그 결과에 따라 쌍방울과4월까지는 세부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오태환쌍방울그룹 전무(비서실장)는 『이번에 잭슨측에 공식적으로 투자제안서를 제출한만큼 이르면 오는 3월 중순, 늦어도 4월 중순까지는 투자상담의 결론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잭슨의 본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보인 잭슨의 행적을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먼저 잭슨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지난 2월24일동아건설 최회장을 만나 인천매립지 투자문제를 논의했고 그 다음날인 26일에는 직접 현장을 찾아가보기도 했다. 동아측은 이런 일이 있은 직후 공식발표를 통해 최회장이 잭슨을 만나 인천매립지현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아측은 앞으로 최회장과 잭슨측은 투자범위, 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계속 협의,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잭슨측과 친분이 있는 동아측 관계자가 김포매립지 사업을 잭슨에게 소개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당초 잭슨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쌍방울과 무주리조트와 네버랜드아시아 투자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쌍방울측도 굳이 이런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방한 2일째인 23일에도 쌍방울 관계자들은 26일쯤 뭔가 확실한 것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정작 잭슨은 쌍방울측과는 상당히 형식적인 만남만을 가졌다. 그룹 수뇌부가 잠시 만났을 뿐이다. 깊이있는 대화를원했던 쌍방울로서는 적잖이 실망을 한 눈치였다. 투자제안서를 건네준 것 외에는 지난해 11월 맺은 양해각서에서 진전된 것이 별로없을 정도다. 다만 대리인을 통해 쌍방울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잭슨은 평소 말을 상당히 아끼고 행동도 자제하는 스타일이다. 지나치게 내성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일련의한국 방문에서도 답답하리만치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또 최소한의 일정만 잡은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히 쌍방울을 포함해 그가거액을 투자하기를 바라는 기업들은 애간장을 태울 정도였다. 어찌보면 우리 기업들이 너무 짝사랑하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마저 드는상황이 계속됐다.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잭슨이 결코 쉽게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투자의사가 있는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가능한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여기저기 둘러본 다음 구체적인 투자시기와 규모 등을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쌍방울과 먼저 접촉한 상태에서 동아그룹 최회장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이와관련해 쌍방울 관계자들은 두 회사 모두에 투자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다지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어쨌든 잭슨 입장에서는 전혀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칫우리 기업들이 급한 마음에 잭슨의 연기에 현혹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