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K씨(32). 그는 밤늦게까지 승합차를 몰고 다니며 학원에다니는 학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원과는별도로 집에서 개인과외를 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은 주식투자에서 날린 돈을 일부나마 벌충하기 위해서다.그가 주식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초. 주가가 7백선을 향해 상승곡선을 타던 시기였다. 부모님으로부터 5천만원을 빌려 주식에 손을 댔다. 증권사 영업창구에서 안내하는대로 금융종목과 제조업 종목을절반정도씩 샀다. 그중에서도 한화종금주는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확보경쟁으로 주가가 급등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작년 상반기 동안에는 그런대로 주식에서 좀 재미를 보는 듯했다.◆ 주식시장 제로섬게임, 개인 성공 어려워그러나 지난해 9월 들어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IMF구제금융신청이후에는 종금사 등이 영업정지되고 많은 제조업체들이 부도가 나면서 그가 산 주식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원금의 2.5배까지 신용으로 주식을 사기도 했다. 그때마다 주가는 더 떨어져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1~2천만원씩 추가 투자해야 했다. 계속된 투자에도 불구, 그의 통장은 결국 「깡통계좌」로 변했다. 1년도 채안돼 1억원을 몽땅 날렸다. 노총각인 그는 오늘도 부모님의 돈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학원수강생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다.학원강사 K씨는 요즘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비일비재한 사례중 하나다. 개인이 홀로 아무런 준비없이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오랫동안힘들여 번 돈을 하루아침에 날린 경우다.최근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12%로 확대됐다. 올해말까지 20%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주식관련상품도 현물 뿐 아니라 선물 옵션 등각종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환율과 금리의 변동도 심해지고 있다. 그만큼 증시의 변수요인이 점차 많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IMF 이후 증시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으며, 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선진기법을 동원, 증시의 다양한 변수요인을 분석해 가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개인이 투자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 됐음을 의미한다.동일권 대우투자자문 운용실장은 『개인은 정보 투자경험 전문성에서 뒤떨어집니다. 제로섬게임인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언제나 패자로 남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그는 이어 『이제 개인이 기관투자가들과 겨뤄 투자에서 성공할 수있는 길은 간접투자밖에 없습니다. 개인들은 일정한 수수료를 주더라도 투자전문가에게 투자를 위임하는 편이 높은 수익을 안전하게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간접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정상품 조언하는 금융부티크 부상간접투자의 필요성이 절감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투자대행기관과간접투자상품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개인의 투자를 도와주는 대표적인 기관은 투자신탁사와 투자자문사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금융부티크란 비공식적인 투자대행업체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금융부티크는 주식은 물론 환율과 금융신상품 등 특정상품을 투자대상으로 삼고 조언해주면서 중요한 투자대행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다양화되면서간접투자의 틈새시장을 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제임스 루니 쌍용템플턴투자신탁운용 사장은 『미국에서는 80년대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후 증권시장이 활황세를 탔습니다. 증권시장의 확대와 함께 금융시장도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지난 85년이후에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개인들은 이러한 상품에 직접투자하는 대신 전문투자기관을 통한 간접투자로 돌아섰습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지 꼭 10년만에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고있는 것입니다』라고 전한다.★ 인터뷰 / 제임스 루니 쌍용템플턴 투사진탁운용 사장▶ 미국의 금융시장규모는.미국의 금융자산은 지난 13년동안 거의 3배 정도 불어났다. 지난83년 4조9천억달러였던 금융자산은 96년 현재 11조7천억달러로 증가했다. 이중 간접투자자금인 투자신탁자산은 80년대부터 급격히늘었다. 지난 70년대초까지만해도 5백억달러에 그쳤으나 96년 현재3조5천억달러로 늘었다. 펀드수도 4백50개 정도에서 6천2백93개로늘었다.▶ 간접투자가 늘어난 배경은.80년대초까지만해도 증권투자비중은 극히 적었다. 일반투자자들은대부분 은행 등에 돈을 맡겨 이자만을 챙겼다. 그러나 80년대들어오면서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자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기관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70년대 중반에 탄생한 MMF 등 금융신상품이 80년대에 들어와 활성화된 것도 간접투자 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뮤추얼 펀드란.미국의 주요 간접투자 제도다. 투자목적이 유사한 다수인으로부터기금을 조성, 유가증권에 투자·운용하여 나온 수익을 분배하는 회사형 투자신탁을 말한다. 미국의 전체 투자신탁의 80%를 차지하고있다. 회사형 투자신탁은 증권투자를 목적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주식을 일반투자자로 하여금 취득케 해 운영이득을 이익배당형식으로 분배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펀드와 다르다.▶ 미국의 최대 간접투자자금인 뮤추얼 펀드의 주요투자대상은.최대투자대상은 주식으로 전체자금의 45%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 다음으로 채권과 MMF에 각각 2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나머지는 세계주요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에 투자하고 있다.최근 한국을 비롯한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 유입된 외국인투자자금은 바로 세계증권시장을 겨냥하는 뮤추얼 펀드의 일부자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