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일 리스트럭처링 계획 실천하라"▶ IMF 이후 한국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IMF처방이 내려진지 1백여일이 지났지만 약의 반응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병이 들었다는 진단을 받으면대개 「충격(Shock)-현실부정(Denial)-분노(Anger)-슬픔(Sadness)-수용(Acceptance)」 등의 5단계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대부분의 한국기업은 현실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본다.▶ 기업들이 구조조정 방안을 요란하게 발표만 해놓고 실질적으로 실행한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든 간에 변화에 직면해서 보이는 반응에 따라 세가지 그룹이 나온다. 변화를 적극 수용해 앞서가는 리더와 마지못해 따라가는 부류, 결코 변화를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 수구세력 등이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물밑에서 혁신적인 리스트럭처링을 준비하는 리더 그룹이 있는 반면 기존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변화에 반발하는 기업도 있다.그러나 전체적으로 한국 기업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비교적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은 어느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현재 한국 기업은 자금 부문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이 문제를 해결해 재무 사정이 안정되면 다음에는 생산과 판매부문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생산 부문에서는 비용 절감을, 판매 부문에서는 고객 만족을 목표로 더 철저하게 변해야 할 것이다. 생산과 판매 부문에서 시스템을 개혁한뒤 경영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런 변화의 과정을 거쳐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는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이다. 시장점유율이나 매출액 중심에서 ROE(자기자본수익률) 등의 주주가치 중심으로 경영철학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기업이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변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가.1천일이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은 너무 IMF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사실 IMF는 사소한(Tiny thing)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시간을 가지고 기본부터 바꾸는 것이다. 그기업이 지향해야 할 기업 모델을 만들고 1천일 리스트럭처링 계획을 수립해 실천하라고 한국 기업에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는 얼마나 걸리겠는가.개혁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다.어려울 때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개혁을 추진할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 어떠하냐에 따라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몇몇 기업의 경우 최고 경영자가 기업 매각 등의 구조조정에 매우 소극적인 것 같다. 많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그러면 그럴 수록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걸릴 것이다. 특히 한국기업에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로 경영권이 이양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