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변신위한 여건 미비『강한 바람으로는 외투를 벗기지 못합니다. 따듯한 햇볕을 쬐어야자발적으로 외투를 벗는거 아니겠습니까.』최근 정부의 대기업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재계의 일반적 정서다.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정부나 정치권의 강압적인 주문으로는 결코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스스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기업들도 IMF구제금융 이후 경영환경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잘알고 있다. 그래서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밖에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또 과다한 채무도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 연례행사처럼 부응했던 구조조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IMF와의 약속이자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손병두 전경련상임부회장)재계는 특히 김대중대통령과 재계총수들간의 합의에 기초한 구조조정을 나름대로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당시 합의안의골자인 △결합재무제표작성을 통한 경영투명성 확보 △2000년 3월까지 상호지급보증의 해소 △차입경영의 개선 △핵심부문의 설정△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을 현실에 맞게 추진중이라고설명한다. 이미 2월14일까지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구조조정계획서를 제출했다. 또 2월말까지 주거래은행과 재무구조개선협약을 체결했다.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구조조정안도 잇따라 제출했다. 예를 들면 효성그룹은 20개계열사중 효성T&C 효성물산 등4개사만 남기고 나머지 업체는 통폐합하거나 매각한다는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효성바스프는 합작사인 독일 바스프사에 매각하는 등 모두 7개사를 매각한다. 또 효성정보통신 동양염공 등은 주력회사에 흡수통합된다. 효성넘버원 등 수익구조가나쁜 업체는 청산된다.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모두 8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3백70%에 달하는 부채비율(3조2천억원)을2002년까지 2백%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부실은행이 재벌개혁 할수 있나그러나 재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계열사 통폐합, 한계사업정리, 자산매각등 핵심구조조정영역은 비켜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현대 삼성LG 등 5대그룹은 구조조정계획서를 발표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들은 내실있는 정부정책의 부재도대그룹들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비판하고있다.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실채권으로 자기 앞가름도 못하는 은행들에 재벌의 구조조정을 맡기겠다는 정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말했다.외국인투자자들도 재계에 보다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알랭 빼니코 파리국립은행장은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정경유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기 보다는 재무구조나 소유구조 등을국제기준에 맞게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대기업들의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협조융자를 제공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부실기업은 M&A나 청산 등을 통해 시장에서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입장이다.◆ 변하지 말라고 해도 변할 것이같은 비판적 시각에 대해 재계도 변명거리는 있다. 구조조정을하려고 해도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가령 수익성이 나쁜 사업부문을 매각하려고 해도 기업분할에 관한 법적 장치가마련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또 금융기관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해도 현실적인 구매세력이 없는 것도 구조조정을 더디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성업공사의 부동산매입여력을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재벌총수의 사재를 출연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는 시장경제논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자들의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지 말라는 주문이다. 재계는 법적 제도적 장치만 마련되면 정부가 「변하라 변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치권이나 공무원조직보다도 기업이 더욱 더 외부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유기체라는점을 강조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