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영업통 사장 화려한 컴백....OB '한판 붙자'「영업이라면 내가 좀 알지.」영원한 라이벌 기업-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영업통」 사장을선두에 내세우고 진영을 정비하고 있다. IMF 불황 정면돌파라는막중한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 오른 두 주인공은 하이트맥주의 김명현사장과 OB맥주의 성기백사장. 두 사람 모두 「왕년에 한 영업」했던 정통 「영업맨」들이다.이중 좀더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김명현 하이트맥주 사장. 김사장은「하이트」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자 맥주업계 만년 2위이던 조선맥주(현재의 하이트맥주)를 1위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게다가 한때 부산에 낙향했다 이번 하이트맥주 영업부문 사장으로 화려하게컴백한만큼 맥주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당연지사인 셈.김사장은 부산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조선맥주에 입사,쭉 영업현장에서 일했다. 김사장의 영업 신념은 「2등은 없다」는것. 실제로 그는 실패를 모르는 맥주업계의 대부로 통한다. OB맥주가 맥주시장 전체의 70%를 점하던 80년대에도 김사장은 자신이 영업을 담당하고 있던 영남지역에서만은 크라운맥주의 점유율을60~70%로 유지하는 놀라운 「영업 실력」을 발휘했다. 김사장 스스로 『마케팅에서 져 본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 하이트맥주가 아직도 부산을 중심으로한 영남시장에서는 70%이상을 장악하며 난공불락의 성을 쌓고 있는데는 김사장이 쌓아온 영업망이기반이 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평이다.김사장은 92년에 처음으로 서울 본사로 발령받아 OB맥주와 정면으로 붙게 됐다. 발령받은 후 「내 사전에 2등은 없다」는 심정으로내놓은 것이 바로 하이트맥주. 93년에 나온 하이트맥주는 그야말로「히트상품」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대인기였고 그 시절 마케팅의 「화두」로까지 부상했다. 1년만에 하이트맥주는 시장의30%를 점했고 96년에는 OB맥주를 누르는데 성공했다. 40년만의「대역전」이었다. 그러나 그해 5월에 김사장은 자신의 「공」을뒤로한채 부산으로 내려갔다. 김사장의 퇴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오너사장의 견제때문일 거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리고 22개월. 맥주업계 「쿠데타」의 장본인은 다시 자신의 천직인 「영업」부문의 사장으로 돌아왔다.김사장의 복귀에 대해 경쟁업체인 OB맥주와 진로쿠어스맥주는 각각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전국적인 시장점유율에서는 하이트맥주가 앞서지만 수도권에서는 이미 OB라거가 정상을 탈환했다.OB라거의 공격이 파죽지세로 남부로 파급될 것에 대비, 하이트맥주쪽에서 영업통인 김사장을 복귀시킨 것이다.』(OB맥주 관계자)반면 진로쿠어스쪽에서는 김사장의 컴백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이미 시장 상황은 하이트맥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하이트맥주가 OB맥주에 대한 견제책으로 김사장을 복귀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IMF시대에는 광고와 홍보비 등간접비가 줄어들고 현장에 부딪히며 물건을 파는 영업의 중요성이더욱 커지기 때문에 영업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김사장을 전면에내세운 것이라고 보는게 옳다.』김명현 하이트맥주 사장에 비해 성기백 OB맥주 주류부문 사장은「신화적인 명성」을 날린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OB맥주의 영업 부문에서 근무하며 사내에서 「정통 영업맨」으로 인정받아 왔다. 성사장이 OB맥주 사령탑에 오른 것은 지난해 9월29일.당시 두산씨그램 사장으로 있던 성사장은 OB맥주의 영업담당 사장으로 선임됐다. OB맥주 사장이던 유병택 사장은 OB맥주 관리담당사장으로 전보됐다. 관리와 영업을 분리시켜 사장 2인 체제를 구축한 것. 두산그룹은 올초에는 OB맥주와 두산음료의 합병을 준비하면서 성사장은 주류부문 사장으로, 유사장은 음료부문 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성사장에게 주류부문 전체를 전담시킨 것이다.◆ 맥주시장 전년대비 10% 감소 예상유사장은 두산그룹에서 알아주는 기획 ·경리통. 사원 시절인 70년대초 자금 코스트 개념을 도입, 자금조달에만 급급하던 회사 풍토를 쇄신했던 일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전설」이다. 유병택사장은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이 50%이하로 떨어진 직후인95년 12월에 사령탑 자리에 올라 2년간 OB맥주를 진두지휘했다.궁극적으로 OB맥주 주류부문 사장 자리를 성사장에게 빼앗기긴 했지만 유사장은 기획·경리통으로서의 역할은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물론 유사장이 사장으로 있는 동안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은30%대로 떨어졌다. 표면적으로는 하이트맥주에 완전히 기선을 제압당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유사장은 적자에 허덕이며 끝없이 추락하던 OB맥주를 흑자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유사장은OB맥주와 두산음료를 합병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두산음료의코카콜라 사업 매각도 관여했다.유사장은 또 영업비와 관리비를 줄이고 29개의 지점을 19개로 줄이는 등 사업 각 부문에서 경비절감을 시행해왔다. 한마디로 덩치만크고 실속은 없었던 OB맥주를 덩치는 좀 줄었지만 속은 단단해진「매운 고추」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노력 덕에 OB맥주는 지난해 4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줄 수 있었다.두산그룹쪽에서 성사장에게 주류부문을 넘겨준 것은 경비절감과 사업체 합병 및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 이제본격적으로 영업을 강화, 시장을 평정할 때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사장을 필두로 현금 판매위주의 IMF형 영업을펼쳐 외형보다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적마케팅보다는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김명현 사장도 이론이 없다. 김사장은 지금은 주류업체간의 화합과 협조가 절실한 때라며 과당경쟁은 공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영업에서 뼈가 굵어온 OB맥주의 성기백사장이 시장점유율2위로 계속 만족할지, 「1등정신」의 김명현사장이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때 그대로 시장을 내주고 가만히 있을 지는 두고봐야할 문제다. 물론 지금 맥주업계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거나광고, 영업비에 돈을 쓸만한 여유가 없다. 맥주시장은 지난해에 전년대비 3%가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1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게다가 맥주 3사 모두 경영 상황이 썩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로쿠어스맥주는 말할 것도 없고 하이트맥주의 경우 강원도 홍천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돈을 많이 빌려쓴데다 강원공장 건설비로 충당하려던 영등포 공장 부지가 법정에 계류 중이라 발목이 잡힌 상태다. OB맥주 역시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맥주 판매량이 늘어나주지 않는다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허리띠를 졸아매며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생존전략」을 모색해야하는 시대에 두 라이벌 업체의 영업통 사장이 벌이는 영업 대결에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