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진출보다 영상사업 참여설「다음은 제일은행인가」.알 왈리드 왕자(41)의 다음 투자대상에 대한 억측이 무성하다. 이미「제일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그럴싸한 추측도 나돌고 있다. 요체는 이렇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매각하기로 IMF측과 확약했다. 국내은행들은 이들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그러면 외국금융기관이나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에 의존할 수밖에없다. 이번에 대우와 현대자동차에 각각 1억달러와 5천만달러를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특히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3천억원 가까운 순익을 올린 시티은행의 최대주주. 게다가 그가 투자한 대우의 주거래은행이 제일은행이라는 점도 알 왈리드왕자의 인수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이같은 추측에 대해 알 왈리드 왕자의 투자패턴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국제금융시장의 큰손들은 경영권 장악보다는 배당금이나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만큼 철저히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한후 장기간에 걸쳐투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일은행은 거액을 들여 인수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부실채권에 대한 처리가 불투명하고 인원조정에 따른 잡음 등 외국인들을 유혹하는 요소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알 왈리드 왕자도 대우그룹에 대한 전환사채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티은행의 최대주주지만 제일은행 등 한국시중은행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물론 내재가치가 높고 수익성이 좋은 국내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는 내비쳤다. 지난해 5천5백만달러를 투자한 것을포함, (주)대우에 총 1억5천5백만달러, 현대자동차에 5천만달러 등2억5백만달러를 투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는 『한국경제를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있으며 대우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분석결과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투자이유를 밝혔다.재계에서는 알 왈리드 왕자의 (주)대우에 대한 투자는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대우그룹이 GM과 자동차관련 전산업부문에서의제휴 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대우그룹관계자들은 여기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세계무대에서의 활동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김회장이 시티은행이 주관하는 각종경제행사에 참석하면서 최대주주인 알 왈리드 왕자와 자연스럽게친분을 맺어 투자를 이끌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현대자동차측은 『내수는 위축됐지만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가격경쟁력 강화와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 막대한 환차익을 보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별회사에 5천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그만큼 현대자동차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는거 아니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직접 투자로 이들 기업들은 희색이 만면하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 중단된 우크라이나의 자동차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정세영 명예회장도 『재무구조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종합미디어 산업도 관심보여이들 업체이외에 알 왈리드 왕자가 관심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삼성 에버랜드(구 중앙개발)와 신라호텔. 삼성 에버랜드는 국내최대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이며 신라호텔은 국내최고급 호텔체인이다. 유럽 디즈니랜드에 2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 3월 방한기간중 삼성 에버랜드의최고경영진을 만났다. 이 회사는 IMF사태로 중단된 용인 지역의특급호텔공사 등에 알 왈리드 왕자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신라호텔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 왈리드 왕자는 플라자호텔, 포시즌호텔 등 이미 세계 유수의 호텔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는 추가로 전세계 15개국에 42개의 특급호텔을 더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측근들에게밝혔다. 알 왈리드 왕자는 이같은 투자계획아래 신라호텔을 비롯한국내호텔업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밖에도 국내의 종합영상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당사자가 여기에 대해 구체적으로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투자패턴을 관찰한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오락 영상 방송매체에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같은 추론의 배경은 이렇다. 알 왈리드왕자는 세계 각국의 언론과 인터뷰를통해 앞으로의 사업구상을 피력했다. 그는 『향후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은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등 동아시아』라며 『연예 오락 뉴스 등 종합영상산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혔다.실제로 그는 이미 이를 위한 포석으로 데이콤과 공동으로 국내에서위성방송사업을 추진중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그룹에 5%지분참여 하고 있다.이같은 투자실적과 지금까지의 발언을 볼 때 국내종합영상산업에알 왈리드 왕자의 거액이 흘러들어올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어느 업종에 투자하든 그의 장기투자는 환율안정과 기업의안정적인 자금운용에 도움이 된다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