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변동에 과잉반응 말아라"「증권시장의 율브리너」. 세계적 투자은행인 템플턴의 이머징마켓펀드 총책임자인 모비우스 박사의 별명이다. 한세대를 풍미한 영화배우 율리브너처럼 강인한 외모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투자기법은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주가가 급락한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92년, 93년 미국과 영국의 증권전문언론매체로부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선정되기도 했다. 20년 넘게 한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모비우스 박사가 템플턴에서 운용하는 자산은 40억달러 정도다.▶ 현재 한국증시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얼마나 됩니까.지난 1992년 7월부터 한국증시에 참여했습니다. 6년이 넘은 셈이죠.한국증시에는 템플턴의 이머징마켓 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2억3천만달러 정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신흥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내재가치에 바탕을 둔 상향식(bottom-up) 투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에 들어와서 재미 좀 봤습니까.아직 한국시장에서 인상적인 수익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운용패턴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외부조건이 너무 열악합니다. 우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이 너무 많습니다. 펀드매니저가자질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가 제한돼 있다는 말입니다. 둘째, 그동안 한국주가가 실체보다 과대평가됐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지 못했습니다. 적정 가격대로 내려올 때까지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셋째, 한국 기업들이 과잉 중복투자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복잡하게 얽힌 재벌의 계열사간 상호출자로 기업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회계기준이국제 금융기준과 맞지 않았던 것도 투자를 주저케 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같은 문제점만 해결된다면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템플턴에서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회사를 소개해 주시죠.지난해말 발간된 템플턴의 보고서에 상위 5개 기업체 명단이 수록돼 있습니다. 새한정기 삼성전관 보람은행 하나은행 LG전자입니다.▶ 미국같이 효율적인 시장에서 개발된 투자기법이 한국같은 시장에서도 적용된다고 봅니까.물론입니다. 템플턴의 투자기법은 미국 시장에서만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닙니다. 1970년대초 일본이 아직 신흥시장이었던 그때에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를 거뒀습니다. 한국에서도 우리의 투자기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무디스나 S&P의 한국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은 거의 정크 본드 수준입니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은 무엇이라고 봅니까.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정부에 외국인 투자에 대한 모든 규제를시급히 철폐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유하고 싶습니다. 불공정한 조건아래서 싸움을 벌이라고 한다면 누가 참여하겠습니까. 또 한국의상장기업들이 하루속히 국제금융회계 기준을 따라 회계의 투명성을강화해야 합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판단하는 재무정보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기가 힘듭니다.이 두가지만 개선된다면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금방 달라질 것입니다. 이미 한국 기업의 주가는 충분히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템플턴과 같은 기관투자자는 물론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하는연기금같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큼 하락폭이 큽니다.▶ 대만이나 홍콩과 비교할 때 한국 경제의 약점과 장점은 무엇입니까.우선 한국 경제의 강점으로는 원가에서 차지하는 인건비가 낮고 반도체, 자동차, 조선, 건설업 등이 골고루 발달돼 있다는 점입니다.대만이나 홍콩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반면 약점은 정부의 지나친 재벌 중심의 경제운용을 들수 있습니다. 재벌에만 과도한 금융 세제상의 특혜를 베풀고 중소기업을 방기한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또 급속한 팽창성장의 후유증으로 앞으로 경제성장이더딜 것이라는 전망도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그리고 주가의 변동에 너무 과잉반응하지 마세요. 꾸준히 인내를 갖고 일시적 하락에도 동요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