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빼고 애국심에 호소합니다!불황기에도 히트상품은 있다. IMF가 아니라 「IMF 할아버지」가찾아와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쥐어 짜 놓더라도 잘 팔리는 상품은있게 마련이다. 오히려 호황기엔 빛을 못보던 상품들이 요즘같은불황기에 더욱 잘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IMF라는 특수한 시대상황에 따라 바뀐 소비자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들. 예컨대 가벼워진 호주머니에도 부담없이 살수 있는거품 제거형 저가상품이라든지, 에너지 절약형 알뜰 상품들이 그렇다. 학생용 가방 등에 태극마크를 붙여 국산품임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제품들도 IMF시대에 불티나게 팔리는것들이다.◆ 거품 제거형화려한 포장과 다양한 기능 등 거품을 빼고 기본에만 충실한 IMF형 상품들이 요즘 특히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IMF립스틱과매니큐어는 대표적인 빅히트 제품. 중소 화장품업체인 챠밍코리아는 작년 11월과 지난 2월초 각각 한개에 1천원 밖에 안하는 IMF매니큐어와 IMF립스틱을 내놓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은 함량이 기존 제품의 3분의 1에 불과한 초미니 제품. 화려한 겉치레 포장없이 알맹이만 파는 게 특징이다. 그런만큼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립스틱의 경우 유명 브랜드제품 1개 값으로 IMF립스틱 20개를 살수 있을 정도. 이 제품은 주로 명동과 이대 숙대 등 대학가 화장품 전문점들에 수백개씩 쌓여팔리고 있는데 한달에 30만개 이상씩 나간다. 챠밍코리아는 IMF립스틱과 매니큐어가 히트하자 개당 7백원짜리 1회용 피부미용 팩도개발해 최근 출시했다.가전업체들이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기본 기능만 갖춘 IMF형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아남전자는 최근 고급 TV모델에서 자동 색보정장치와 멀티화면 등 특수한 부가기능을 없애 가격을 59만원대로 낮춘 29인치 TV를 내놓았다. 삼성과LG도 TV 세탁기 냉장고 등의 보급형 저가 모델을 IMF제품으로특화해 대대적인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애국심 호소형IMF시대라는 특수상황에 맞춰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상품들도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동안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등외제품에 밀려 맥을 못추던 국산가방 메이커들이 태극마크 하나로역전극을 벌인 게 단적인 케이스.르까프 브랜드로 스포츠 용품을 팔고 있는 화승은 IMF이후 「이제국산품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태극 마크를 무료로 배포하는 캠페인을 벌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24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명동 영등포 신촌의 르까프 매장 앞에서 가방 등에 붙일 수 있도록 제작된 가로 8Cm 세로 5Cm 정도크기 태극 마크를 나눠주는 나라사랑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금까지모두 40만개 정도를 배포했고 3월부터는 태극마크 배지를 나눠주고있다. IMF위기 극복을 위해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취지의 이 운동을 벌이며 르까프가 로열티 없는 순수 국산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톡톡히 재미를 봤다. 실제로 르까프는 IMF이후 오히려 매출이 크게 늘었다. 작년 12월부터 월매출이 전년 같은기간보다 20%씩 신장했고 학생용 가방의 경우엔 올1~2월중 1백70%나 판매가 급증했다. 불황속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셈. 르까프는 이같은 나라사랑 캠페인을 보다 적극화해 연중 토요일마다 전국의 중고교를 돌며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태극 마크를 나눠줘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알뜰 살뜰형갖가지 아이디어가 동원된 절약형 상품이 히트하고 있는 것도 IMF시대 내수시장의 특징. 쌍용건설 기술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절수형수도꼭지도 그중 하나다. 이것은 막대기를 위아래로 움직여 수량을조절하는 슬라이드식 수도꼭지 안에 3개의 작은 홈을 파내 대·중·소 3단계로 물의 양을 맞출 수 있도록 고안된 것. 기존의 슬라이드식 수도꼭지가 아날로그식이어서 불필요하게 물을 많이 쓰는단점을 보완한 이 제품은 수량 조절을 디지털식으로 바꿔 물을 필요한 만큼씩만 아껴 쓸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 수도꼭지를 사용하면 수돗물 사용량을 최대 40% 정도까지 줄일 수 있다는게 회사측설명. 가격도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관공서나 아파트 건설업체 등에서 주문과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와 비슷한수세식 좌변기용 절수기나 초절전 램프, 전기 절전기 등도 IMF시대를 맞아 매출이 2~3배씩 늘어나고 있는 절약형 제품들이다.이밖에 그동안 주부들로부터 외면받아 오던 재봉틀이나 가정용 전자이발기, 요구르트제조기, 제빵기, 콩나물시루 등 가정용 알뜰상품등도 다시금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제품들은 케이블TV의 홈쇼핑 등을 통해 IMF이전보다 최고 10배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