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주요 기업그룹들에 대해 99년말까지 부채비율을2백%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현재 주거래은행과 기업들간에 체결하고 있는 재무약정내용에 그같은 내용을 반영시키라는 것. 재무약정 체결은 기업구조조정을 은행주도로 이뤄나가겠다는 새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에 있는 은행이 기업들에 언제까지 기업의 재무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제출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신규대출은 물론이고 기존대출금도 회수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할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매우 중요한 약속이 아닐수 없다.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은행과의 재무약정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오는 2002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줄인다는 내용으로 체결을마친 상태인데 이번 금감위의 지시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해졌다.이에 대해 기업들은 현재 4백%를 넘는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조치라고반발하고 있다. 사실 부채비율을 갑작스레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일이다.부채비율은 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예컨대 총자본이 1백억원이고 이중 자기자본이 25억원, 부채가 75억원이면 부채비율은 3백%가 된다. 다시말해 부채가 자기자본의 3배라는 얘기다. 물론 부채비율이 낮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은 사실이지만기업경영의 전략면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수 없다. 예컨대 남의 돈을 빌리더라도 이자를 갚고도 남을만큼 이익을 많이 낸다면그렇게 하는 것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부채가 너무많으면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고 볼수 있다. 채권자들이 한꺼번에돈을 갚으라고 한다면 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우리경제가 외환위기를 맞아 IMF의 지원을 받게 된 것과 마찬가지의 논리다. 따라서 기업경영에서 가장 이상적인 부채비율은 자기자본과 부채가 같은 수준인 1백% 정도라고 얘기한다. 물론 이것 역시 업종과 기업형태 등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우리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평균 3백%를 훨씬 넘고 있는 것은 어떤 기준을 적용해 보아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96년말 현재 30대기업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3백87%다. 그러나 경기불황과 금융경색 등으로 지난해 기업들의 부채는 더욱 늘어났다.지난 3월말 증권거래소가 분석한 12월말결산 상장법인 4백88개사의평균부채비율은 3백40%로 전년에 비해 88% 포인트나 높아졌다.특히 30대그룹 계열 1백43개사의 평균부채비율은 4백49%로 전년보다 1백16% 포인트가 높아졌다고 한다.외국과 비교해도 무척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96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3백17.1%.이에 비해 95년을 기준으로 한 일본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2백6.7%,미국은 1백59.7%, 대만은 85.7% 등이다.이같은 현실에서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라는 것은 무리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빚을 갚거나 아니면 자기자본을늘려야 한다. 현재의 부채비율을 4백%로 본다면 2백%로 낮추기위해서는 빚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현재의 2배수준으로 늘려야만 한다.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인가에대한 판단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업들의 방만한 빚잔치가오늘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본다면 최대한 부채를 줄이는 것이 기업도 살고 국민경제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데는 이의를 달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