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 홍콩페레그린증권은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한국경제를 여전히 「장미빛」으로 그리던 국내 민간연구소와 관변연구단체의 기조와는 상이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경상수지적자폭의 확대, 경제성장률의 둔화, 실업자의 증가등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거품」이 빠지면서 자산디플레이션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IMF구제금융」을 예측한 몇 안되는 보고서가 됐다.이 보고서의 작성자가 바로 이남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담당이사(33)다. 지난 2월초 삼성증권으로 옮긴 이이사는 동방페레그린에 근무하면서 한국경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그는 『한국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경제가 상당히 나빠지겠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작성동기를 밝혔다. 이같이 놀라운 예측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찍부터 해외기관투자가들로부터 분석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이끌던 동방페레그린증권의 리서치팀은 세계적인 증권사 평가기관인 「그리니치 어소시에이츠(Greenwich Associates)」로부터 1996년과 1997년 연속해서 「한국최고의 팀」으로 선정됐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동방페레그린증권은 국제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뛰어난 분석력에 매료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남우 이사에게 매매종목을 의뢰했기 때문이다.이남우 이사는 올해초 삼성증권으로 옮겼다. 10명의 동료애널리스트와 5명의 해외영업담당자와 함께 옮긴 것. 합작선인 홍콩페레그린사의 파산 등 회사안팎의 사정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그는 『삼성증권 최고경영진이 해외영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경영방침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전직 동기를 밝혔다. 30대 중반에 국내 정상급 증권회사의 리서치센터 임원이 된 것이다.◆ 증권투자의 ‘알파와 오메가’그는 증권업계에서 애널리스트가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역설한다. 「증권투자의 알파요 오메가」라는게 그의 견해다. 과거메릴린치증권의 반도체보고서로 한창 잘 나가던 삼성전자의 주가가폭락한 예가 바로 애널리스트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강조한다. 그는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사실은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종목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템플턴 피델리티 등 대다수 외국기관투자가들은 애널리스트 위주로 투자한다.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을 갖고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시스템이다.그럼에도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게 이이사의 평가다. 아직까지 돈을 쓰는 부서쯤으로 인식하는 최고경영진이 많다는게 그의 솔직한 느낌이다. 한명의 애널리스트가30개 이상의 업체를 맡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담당기업의 역사와 주력상품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업체를 분석하고 있다』며 『이같은 현실에서 애널리스트들이 담당기업의 적절한 내재가치를 산출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대안으로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기업수를 제한했다. 종합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1백여개 기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업체만 제대로 분석하면 투자자들에게 유망종목을 추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그가 책임자로 있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는 일인당 평균 10개사를 분석하고 있다.그렇다고 애널리스트가 분석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가치가있다고 확신이 선 기업을 투자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즉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그도 4월초 6주간의 해외비즈니스에 나선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를 각각 2주씩 방문한다.현지의 기관투자가들에게 국내유망주식을 추천할 예정이다. 해외방문동안 1백50여개의 기관투자가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들과 상담할때 이남우 이사는 국내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한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국내업체는애널리스트의 분석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편이다. 즉 추천종목의 주가가 상승하면 희희낙락하다가 전망이 틀려 손해를 보면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반면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은 추천과정을 중시한다. 어차피 투자의 최종책임자는 본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같은 토양의 차이로 외국인투자자들을 접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말한다.◆ 60% 적중해야 ‘훌륭한 애널리스트’이남우 이사는 뛰어난 애널리스트의 자질을 다음 3가지로 제시한다.『첫째, 기업체의 수익성 분석능력이 뛰어나야 한다(Analyzing).적절한 주가를 산출해 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수조건이다(Valuation). 또 펀드매니저나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요구된다(Presentation). 이같은 3박자를 모두 갖추면 훌륭한 애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다 추천종목의 적중률이 60%가 넘으면업계에서 손꼽히는 애널리스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한마디로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순익을 분석한후 적절한 시장가격을 설정한다. 그런다음 투자자들에게 추천종목을 판매하는 세일즈능력을 갖추면 금상첨화라는 입장이다.국내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더욱 알려진 이남우 이사. 자신의 명성을 『평범하게 출발했으나 훌륭한 선배와 동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분석기법을 배우는 행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평한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탁월하다』는게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너번의 전직을 통해 애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을 가다듬어 나갔던 것이다.1986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이남우 이사의 최초직장은 대우증권. 1988년부터 1991년까지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전자업종과 기계산업 등을 담당했다. 이후 서너차례 직장을 옮겼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쟈딘플레밍증권의 조사부차장으로 스카웃됐다. 또 1993년부터 1995년까지 JP모건증권의 홍콩 현지법인에서 근무했다. 홍콩에서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기업들의 내재가치를 분석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외국인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도 이때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또 그가 가장 존경하는 애널리스트를 만났다. 홍콩 페레그린증권사에서 세계 각국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글로벌 스트레티지스티(Global Strategist)」인 크리스토퍼 우드를 만난 것. 이남우 이사는『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에서 기업들을 분석하는 크리스토퍼 우드의 안목에 영향을 받았다』면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창의적인 분석시각으로 외국인투자자들과 국내투자자들에게 인정받는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