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 '닮은꼴' EPB 선후배지난 3월31일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정부 산하단체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 의지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국영기업체와 정부 산하기관의 경영혁신과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가 4월부터 기획예산위에서 본격적으로시작된다. 여기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도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다.』김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누차 예고했던 정부 산하단체 개혁의 「전위대」로 기획예산위와 함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이 나설 것임을밝힌 것. 청와대 비서실 개편때 장기적인 국가정책 기획업무를 맡기로 돼 있던 정책기획수석실이 공공부문 개혁작업에서 기획예산위와 손발을 맞추게 된 셈이다.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두 기관의 사령탑이 정부내 어느 누구 보다도 「궁합」이 잘 맞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점. 정부 개혁의 두 주역으로 떠오른 진념 기획예산위원장(58)과 강봉균 정책기획수석(55)은 실제로 과거 경제기획원(EPB)에서 줄곧 호흡을 맞춰온 대표적 기획관료 출신들이다.80년대 진위원장이 기획원 차관보일 때 강수석은 경제기획국장이었다. 90년 진위원장이 기획원 차관을 지낼 땐 강수석이 차관보로 같이 일했다. 기획원내 같은 라인에서 강수석은 진위원장을 두 번이나 직속상관으로 모신 것이다. 궁합이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 없는 사이란 얘기다.◆ ‘키 마저 1백65Cm로 똑같다’게다가 두 사람은 개인적인 이력에서도 흡사한 점이 많아 재미있다. 우선 둘 다 전북 출신에다 서울대 상대 선후배 간이다. 경제학박사 학위도 비슷한 시기에 한양대에서 함께 받았다. 공교롭게도키 마저 1백65Cm로 똑같다. 기획원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똑소리나는」 관료로 업무 추진 스타일이 빈틈없고 저돌적이란 점도마찬가지다.이런 공통점들 때문에 앞으로 두 사람이 「합작품」으로 내놓을 개혁 플랜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한 것 같다.어쨌든 역대 정권에서 한 번도 성공 못한 정부와 산하단체 개혁의기수로 진위원장과 강수석이 함께 나선 데 대해선 「환상의 커플」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프로필을 보면 이런 평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란 걸 금새 알 수 있다.먼저 진념 위원장. 서울대 상대 재학시절 고시(고등고시 행정과 14회)에 합격해 23살의 새파란 나이에 기획원 사무관으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당시 진 사무관의 직속 과장이던 이경식 전 한은총재는 사석에서도진위원장 얘기만 나오면 『정말 머리가 뛰어나고 판단이 빨라서 짧은 시간내에 무슨 일을 맡겨도 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사무관 시절 선배들을 앞에 앉혀 놓고 경제강의를 한 것이나 기획원 차관보때 청와대 경제동향보고회의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뭔가 의문만 나면 진 차관보를 불러 설명케 한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이런 머리에 진위원장은 소신도 강해 관료로서는 탓할게 없는 사람이라는 칭송을 듣는다. 경제학자 중에선 「혁신」을 강조한 슘페터를 가장 좋아해 경제학 박사학위도 슘페터를 연구해 받았다. 그는직언을 서슴지 않는 관료로 알려져 있다. 일단 옳다고 믿는 바에대해선 주위를 설득해 과감히 끌고 가는 리더십도 있다.◆ 강수석 ‘꾀돌이’ 별명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지속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등 인간적인 유대를 중시한다. 그래서 어떨 땐 「정치적」이란 지적도 받는다.강 수석의 경우도 경제관료로서의 실력이나 업무 추진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중 하나다. 행시 6회로 69년 기획원에 발을들여 놓은 이래 정통 출세 코스를 밟았다. 경제기획국장을 두 번이나 지냈고 기획원 차관을 역임한 뒤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돼정보화 전도사로 활약해왔다. 「꾀돌이」란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아이디어가 많고 무슨 일이든 깔끔하게 해치우는 게 장기다. 논리가 명쾌하고 키는 작지만 저돌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소신이나 배짱도 누구 못지 않다. 그가 자기주장이 강한 것은 지난93년 박재윤 당시 경제수석과 신경제계획방향을 놓고 마찰을 빚어기획원 차관보에서 대외경제조정실장으로 밀려 난 데서 잘 알 수있다. 강수석은 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을 2년간 맡아 각 부처의 업무를 두루 섭렵, 새정부의 정책기획수석으론 적임으로 꼽히고 있다.이런 캐릭터로만 보면 진위원장과 강수석이 공공부문 개혁추진에공조체제를 가동했다는 사실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김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까지 뒷받침 돼 더욱 그렇다. 다만 뚜렷한 자기 논리와 투철한 소신 면에서 난형난제인 두사람이 만의 하나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쳤을 때 그것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사람들의 또 다른 관심거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