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란설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3월 대란설」에 이어 두 번째로 불거져 나온 「6월 대란설」로증권시장은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대란설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 29일 저녁. 이번에는 외신이 대란설의 불을 댕겼다. AFP통신이 영국계 대형증권사인 SBC워버그의보고서를 인용, 한국의 6월 금융위기설을 런던발로 타전한 것이다.타전내용은 한국기업들이 막대한 부채로 2/4분기중 2차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는 것. 외신보도를 접한 국내증권시장은 다음날주가가 10포인트까지 빠지는 등 한주내내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국내 금융계와 언론계는 이 보고서의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자 보도의 진원지인 SBC워버그 국내지점은 물론 본사에 연락, 보고서를입수하려 부산을 떨었으나 헛수고였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그파장이 예상보다 커지자 SBC 워버그사에서 공개를 꺼려하는 것같다고 SBC워버그 국내지점의 한 관계자는 전한다.정부도 그 파장을 우려, 진화에 즉각 나섰다. 이규성 재경부장관은30일 『2월중 기업들의 만기연장률이 88%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보다 늘고 있다』며 『6월 대란설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단정했다.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도 『시중에 6월 대란설이 나돌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소문을 일축했다.그렇다면 과연 6월 대란설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 가능성은 얼마나될까?SBC워버그 보고서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의 외채가 5백88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중 90%가 기업부채인데 이중에서도 2백억달러에 대한 상환시한이 2/4분기에 집중돼 있다는것이다.◆ 기업의 단기외채 상환연장여부가 핵심한국기업의 국내부채도 6백조~8백조(4천2백85억~5천7백14억달러)에이르는데다 금리가 올해 내내 18.2%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예상되기 때문에 기업외채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환불능) 가능성은어느 때보다 높다고 밝혔다.권순오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현재 금융위기는 기업부채중 단기외채를 무난히 상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기업의 단기외채에 대한 상환연장율에 따라 금융위기의 가능성이달라진다는 얘기다. 현재 대기업중 4~5대그룹은 그런대로 외채의상환연장이 무난히 이루어지겠지만 그 하위 그룹들은 국내상황이어려워질 경우 상환연장이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대기업가운데 한두개 기업들이 부도날 경우 국제신인도가 급격히 하락,기업의 외채연장률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하상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부장도 『현재 대기업의 부도가능성은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밝힌다. 부채와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무상태가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은 점을지적한다. 이들 부채는 대부분 운전자금을 위한 악성부채로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국내기업들의 총부채가 모두9백조~1천조원으로 지난해 한해동안 무려 1백조원 이상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하부장은 협조융자의 상환시기가 대개 6월에 몰려 있는 점도 6월대란설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한화그룹과 뉴코아그룹등에 제공된 협조융자의 경우 6월에 상환될 예정이나 그 때까지 상환능력이 생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기업들에 2조원의 협조융자가 제공된 상태다. 게다가 이제는 대기업이 부도위기에 처하더라도 추가적인 협조융자는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한다.대기업이 부도사태를 맞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이며, 이렇게 되면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낮아져 외채상환율이떨어지고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게 하부장의 설명이다.◆ 금융기관의 부실도 한몫금융기관의 부실도 「6월대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SBC워버그보고서는 기업이 외채와 국내채무를 지불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엄청나게 크며, 이에 따라 자본부족 상태에 있는 금융부문이 조직적붕괴에 직면할 위험도 크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 연구원도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이 6월에 본격 추진될 예정이어서이 과정에서 도산하는 금융기관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전망한다. 대기업이 부도나면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금융기관의 도산은 가시화될 것이라는 얘기다.대우증권의 하부장은 최근 정부와 재벌간의 긴장관계가 증폭되고있는 것도 금융대란설의 한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감량경영의 과정에서 재벌 금융기관 정부간의 갈등, 근로자와 사용자간의갈등, 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갈등, 국내자본과 외국자본간의 갈등등이 전혀 새로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긴장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긴장요소가 2/4분기에 어떠한 향방으로 전개될것인지를 국제금융시장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한보 등 부실그룹에 대한 정리방향과 자동차산업재편을 둘러싼 기아문제 해결방안도 2/4분기에 구체화될 것이라고 한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등 부실은행에 대한 처리도 6월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이들 문제들이 2/4분기에나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금융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처리방향에 따라 한국기업외채에 대한 상환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상환연장 정도에 따라 금융위기 가능성도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전에도 정부는 종금사와 기아처리에서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였다.국제금융계는 이러한 한국의 움직임에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현재 한국의 금융불안은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고 권 연구원은 말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빌리는 외채는 산업은행의 경우에도 리보 금리에 3%를 더 얹어주어야 하는 상황임을 지적한다. 예전에는 리보금리에 2.35%만 더하면 됐다. 불리한 금리조건 이외에도 이면계약을 통해 별도로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한국기업의 현주소라는것이다.상환기간도 장기 대신 단기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조건을제시하더라도 신규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게더 큰 문제라고 그는 밝힌다. 이 모든 것이 한국의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그는 외환위기설이 증폭될 경우 정부가 기업의 지급보증을 서야 할사태도 벌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현재는 정부가 기업의 지급보증을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외환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간접적인 형태라도 정부의 지급보증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란게 그의 주장이다. 금융위기의 발생여부는 대기업들이 얼마나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권 연구원은 분석한다. 기업들은 자산매각과 인수합병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이제 정부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서는 안된다는게 그의 따끔한 충고다. 어느 기업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30대그룹 가운데서도 부도가 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대기업의 부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선진국에서도 대기업이 부도가 나면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것이 시장원리이며, 이러한 원칙이 지켜짐을 국내외금융시장에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하부장은 최근 6월 대란설이 단기차액을 노린 외국의 헤지펀드들의전략일 수도 있음을 시인한다. 외환위기를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챙기는 이들 헤지펀드들의 속성상 이러한 의도도 전혀 배제할 수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경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임을 더욱새겨야 할 때라고 꼬집는다. 경제 펀더멘탈이 견고하다면 이들이아무리 장난을 쳐도 소용없을 뿐더러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게 그의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