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정보 손태영 사장

「블러드 호스」, 「커로션 사이언스」, 「에어파이넌스 저널」,「아리조나 리올터 다이제스트」, 「브로드캐스트 엔지니어링」,「브랜드위크」.이 생소한 명사들은 해외에서 간행되는 정기간행물들의 이름이다.각각 경마, 재료과학, 금융, 부동산, 방송, 마케팅 등 전문분야나특수한 목적이 있을 때만 필요한 간행물들이다.문헌정보(대표 손태영,42)는 이런 전문분야의 해외 정기간행물을기업이나 연구소에 공급하는 업체다. 개발중인 상품의 해외 기술정보, 시장상황, 수출대상지역의 제도나 법령, 표준규격 등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구해 공급하는게 기본 업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해외 정기간행물이나 시장보고서, 매뉴얼 등은 쉽게 구할 수 없는게 많다. 문헌정보는 전세계에 정보망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자료를 빠른 시간안에 공급할 수 있다.화장품회사인 나드리에는 피부관련 전문저널, 타이어 제조업체인금호타이어에는 고무관련 저널, 말을 관리해야 하는 한국마사회에는 말의 건강, 등급판정 등에 관련된 특수간행물을 공급한다. 이런식으로 문헌정보로부터 특수간행물을 공급받고 있는 업체는 2백여개에 달한다.◆ 전문 간행물 사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정기간행물 뿐아니라 특수한 자료도 구해준다. 대우자동차에는50년전에 간행된 자동차관련 학술자료를 구해 공급한 적이 있다.한국전력에는 미국에서 출간된 엔지니어링분야 서적을 이틀만에 공급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K그룹 회장에게는 30년전에 만들어진 악보를 제공했다. 문헌정보의 노하우는 세계각지로부터 특수 간행물을 즉시 구매할수있는 네트워크다. 상도동에 있는 11평 크기의 사무실의 한쪽 벽 책장에는 누런봉투 2천개가 빽빽하게 꽂혀 있다. 그 봉투안에는 해외정기간행물회사와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목록이 들어 있다. 해외의 업체들과 대금을 결제하기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것도 중요하다. 주문한 자료를 신속하게 입수할수 있는 시스템도필수다. 문헌정보는 대금결제와 자료운송등 물류처리를 위해 미국뉴저지에 사무소도 개설했다.손태영사장은 또한 미국냉동공조학회, 미국세라믹학회, 미국재료시험학회,국제전기전자학회, 한국화학회, 미국진보학회, 한국통신학회 등 각종 학회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최신자료 간행상황을 알기 위해서다.문헌정보의 기업규모는 작다. 직원수는 손사장을 포함해 총 5명에불과하다. 올들어 월매출이 1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손사장은 기업규모에 연연하지 않는다. 직원 5명으로 운영하는 현재의 회사규모가 현재 해외 전문 간행물을 공급하는 국내시장에 적합하다는 생각에서다.『규모는 얼마든지 키울수 있습니다. 수요가 많은 일반간행물까지취급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일반간행물까지 취급하면 인력이 많이필요할뿐 아니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영업에 투여해야 합니다.매출은 늘어도 실익이 없어지는 겁니다. 』 손사장은 기업규모를최소한으로 유지하기 위해 경리를 공인회계사사무실에 맡기는 등관리업무는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손사장은 전문간행물 사업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고부가 사업임을강조한다. 전문 정기간행물은 대부분 일년 구독요금이 2백~3백만원이다. 미국의 BCC에서 내는 「Biz Opportunity」시리즈의 경우 보고서 한편당 3천달러가 넘는다. BCC의 「Biz Opportunity」시리즈는 불투명 플라스틱, 마찰재료, 배터리 등 전문분야의 시장 및 기술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다. A4용지 두페이지 분량을 2백30달러에공급한 적도 있다.손사장은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3살때 걸린 소아마비 때문이다. 장애로 인한 체념으로 배움에 뜻을 두지 않았다. 초등학교도 5학년까지만 다니고 그만뒀다. 그후 미싱공과 페인트공 등으로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때웠다. 공부나 출세 같은 말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생각으로 지냈다.그러다 23세가 되던해 우연하게 검정고시 공고를 보게됐다. 불현듯『나도 공부할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간의 긴 공백으로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늦게 시작한 공부라 속도가 붙었다.78년 중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 79년 고등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80년 대학교입학자격 검정고시 등에 합격한후 82년 충북대 법학과에 입학했다.그러나 대학을 졸업했지만 당초 어렸을 때 우려했던 대로 장애인에대한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취직할수 없었던 것이다. 필기시험에는 합격했지만 면접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3년동안의 일이다.어렵게 취직한 곳이 한국과학기술문헌센터였다. 대학교의 교재로쓰이는 원서를 공급하는 회사다. 주로 원서수입 판매에 관한 업무를 익혔다. 그러던 어느날 페인트 생산업체로부터 페인트 학술지를찾아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그러나 당시 손사장은 「능력밖의 일」이라며 반려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전문 서적을 찾아 공급할수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외국의 전문서적을 구해달라는 주문이 적지 않게 들어왔지만 다만 「모른다」「못한다」라는 대답밖에 할수 없었다. 손사장은 반복되는 소비자들의 요청속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전문서적을 공급하면 사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료는 함께 나누어야 가치있어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90년 신용카드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셋방에 286컴퓨터와 도트프린터를 들여놓고 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가격 2백50만원은 카드로 결제했다. 손사장은 먼저 신문 등을 보며 특수문헌이 필요할 만한 기업을 물색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게삼성중공업이었다.기계설계관련 자료가 필요할 것 같았다. 즉시 목록을 만들어 기획실에 제출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사업은 곧 궤도에 올랐다.규모가 커져 일을 도와줄 직원과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야 했다.최근에는 삼성지구환경연구소와 특수간행물 공급계약을 맺었다. 대기 수질 토양오염 등 환경과 관련된 기술동향이나 시장전망 등 전문서적 대부분을 공급하는 내용이다.손사장은 작은 단서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읽어낸 다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시장지향적 정보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삼성지구환경연구소와의 계약이 성사된 것도 지나치기 쉬운 신문기사 때문이었다며 예로 들었다. 한 일간지에서 삼성의 이건희회장이환경에 관심있다는 기사를 본뒤 당시 삼성그룹 기획실에 환경관련사업 준비여부를 문의했다. 기획실에서 단서를 얻은후 지속적으로탐문한 끝에 결국 지구환경연구소에 특수간행물 공급계약을 맺게된 것이다.문헌정보에는 이것저것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 종종 들어온다. 미국의 거래처 전화번호를 기록한 수첩을 분실했다며 해당 거래처의 전화번호를 구해달라는 사람부터 UN본부의 약도를 구해달라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손사장은 이런 정보제공 요청에 무료로 응한다.정보는 나눠야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다. 손사장의 입장에서는사소한 정보였지만 제공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 것을 계기로 간행물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인터넷의 발달로 문헌정보의 일이 훨씬 간편해졌다. 우선 책장을가득 메우고도 넘쳐나던 간행물 목록을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다.단지 거래처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한 파일만 있을 뿐이다. 주문한 자료를 검색하기도 쉬워졌다.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의유통량이 급증한 것도 손사장으로서는 반길일이다. 수많은 정보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 공급하는 업체의 필요성이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사장은 아직 인터넷이 정보유통채널로는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내용은 간략한 소개나 목록인 경우가 많고 구체적인 내용은 CD롬이나 비디오테이프, 인쇄물의형태로 공급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