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를 겪은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인 팔기회. 이 모임의 실무주역인윤한기 사무국장은 최근 경주를 다녀왔다. 부도낸 한 금속회사의사장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갔다. 채권자들에게 감금당한채 신변의 위협마저 느낀다는 사장의 다급한 음성을 듣고 개인경호업체에 연락한 뒤 경주로 출발했다. 공장에 닿았을 때에는1백3명의 채권자들이 몰려와 있었다. 이들 채권자들은 빌려간 돈을당장 갚지 않으면 공장설비를 모두 차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경호업체 직원이 구해낸 사장은 죄인처럼 아무말 못하고 이들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채권자들과 종업원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에 있는 설비는 공장을 떠나면 고철에 불과하다. 이 고철을 그대로 두고 종업원들에게기회를 주면 휴지조각에 불과한 채권증서도 다시 돈으로 되돌아올수가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러분들도 여기서 떠나면 생계는 물론 희망도 없는 실업자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위해서는 양보해야할 때라고 그는 설득했다. 결국채권자와 직원들은 다시 한번 새로운 각오로 뛸 것을 약속하고 일단 해산했다.최근 극심한 경기침체와 자금악화로 부도위기에 몰리거나 부도를 낸 기업들이 늘면서 팔기회에 도움을 청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늘고있다. 이들 중소기업사장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팔기회를 찾기도 한다. 오랜 불황에 IMF 한파까지 겹쳐 부도위기에몰리거나 부도난 사장들의 상담건수가 요즘들어 부쩍 늘고 있다.전에는 하루 7~8통씩 걸여오던 상담전화건수가 10여통으로 늘었다.직접 방문하는 사장도 5~6명에 이른다. 예전보다 거의 2배 정도 늘었다. 이중 부도를 내기 전과 부도를 낸 경우가 각각 절반 정도다.팔기회는 부도예방법과 부도후 처리요령 및 재기의 길 등을 무료로상담해준다. 부도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인들에게는 부도를 내야할지내면 언제 내야할지를 상담해준다. 부도가 뻔한 상황에서는 부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해준다. 하지만 부도를 낼지의여부는 사장 자신이 결정하도록 한다. 팔기회에서는 유사한 선례를2, 3가지 제시해주고 그때의 대처방법과 결과를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윤 사무국장이 혼자 사무실을 지키며 중소기업사장들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으나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사 세무사 등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도 알선해준다.그러나 무엇보다도 팔기회는 이곳을 찾는 이들 부도사장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는 것으로부터 상담을 시작한다.윤사무국장은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가족까지 동반자살로 몰아넣으려는 경우가 많다.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재기도 중요하지만 삶에 대한 애착을 갖도록 하는데 주력한다』고 강조한다.실제로 재기에 성공하는 중소기업인은 20%에 불과하다고 윤국장은밝힌다. 부도낸 사장중 1%만이 자기이름으로 사업에 새로이 도전,성공하며 18% 정도가 남의 이름을 빌려 사업에 나선다는 것이다.92년 부도를 냈거나 부도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사장 학자 변호사 등3백여명으로 결성된 팔기회는 경제불황으로 5년새 회원이 1천명을넘어섰다. 이 기간동안 상담건수도 1만 9천건을 기록했다. 이러한상담사례를 책으로 엮어 산경험을 알리는데도 힘쓰고 있다.역경을 딛고 일어선 중소기업인들의 좌절과 역경을 생생히 남김으로써 부도에 처한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윤국장은 『기업인들은 생존에 처한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받지못하고 있다.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이혼은 물론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져야하는 것이 오늘 한국기업인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기업을 일으키려 하겠는가?』라고 한탄하면서도 딱한 사정에 처한 부도사장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02)546-7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