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기던 주택시장의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소형아파트를중심으로 하락세가 주춤하는가 하면 상승세로 돌아선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지난 1월부터 쏟아져나와 업소마다 수십건씩 쌓여있던 급매물들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으며 내놓았던 급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거래가 완전히 끊겨 「폭탄 맞았다」는 말마저 나왔던 주택시장의이러한 변화에 대해 부동산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리고 있다.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한 유통시장에서는 바닥을 확인하고 보합세로 돌아서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반해 연구기관 등에서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한 거래로 오히려 하반기에 주택가격은 더 떨어질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택가격동향「이사철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가 뚝 끊겼던 주택시장이 비수기로 통하는 5월에 접어들면서 하락세가 멈추고 급매물이소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약 4만여세대의 아파트가 몰려 있어 서울의 아파트값을 이끄는 대표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의 경우 가격하락세가 멈추었으며 급매물도 거의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목동2단지 삼정공인중개사사무소의 김남윤사장은 『중소형 아파트를 시작으로가격하락세가 주춤하고 있으며 급매물도 거의 소진되고 있다』고말했다. 중소형의 경우 바닥에 접근했다고 보는 구매자들이 많다는것이다. 지난해 재건축확정으로 집값이 급등하며 중개업소에 나와있던 매물을 회수하는 소동이 생기기도 했던 잠실지역도 마찬가지다. 잠실1단지 롯데부동산의 안병화사장은 『가격이 워낙 크게 떨어져서인지 더 이상의 하락세가 없으며 급매물 중심으로 다소 거래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지역과 근접해 각광을 받았던 경기도 고양시 행신·능곡지구도 아파트가격이 내리막길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행신지구 햇빛마을 럭키부동산의 정근주사장은『2개월전부터 가격하락세가 안정세로 돌아섰으며 급매물도 바로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과 대형아파트는 거래가 없으며33∼38평형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정사장의 말이다. 일산 호수마을근처 우주공인중개사사무소의 최열우사장도 『지난달부터 32평 이하의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하락세도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이처럼 목동 잠실 일산 등의 지역에서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추고급매물 중심으로 다소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강남 강동 송파 분당등 일부지역의 경우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덩달아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개 30평대의아파트로 지하철 역세권을 끼고 있거나 재건축 기대감, 인근지역의개발에 따른 영향 등으로 가격이 영향을 받아 오름세로 돌아섰다는것이 업자들의 설명이다.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34평의 경우 1천5백만원 정도 올랐으며,올림픽선수촌아파트도 1억9천만원 정도에 급매물로 거래됐던 34평형이 지금 1억9천5백∼2억원으로 오른 값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둔촌동 오스카부동산의 김상원사장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지난 5월말부터 약간 오른 값에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거래도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둔촌동 주공아파트의 대지지분이 큰데다 잠실지구재건축에 다른 전세수요 등의 기대감이 작용하고 지하철5호선의 영향으로 가격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 올림픽 선수촌아파트 단지에 있는 유일부동산의 정윤석사장은『급매가 이상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25평형이나 57평이상의 대형아파트의 경우 거래가 없는 반면 30평대는거래가 집중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도 중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바닥으로 인식됐던 급매물들이 소진되면서 다소 오른 가격의 급매물들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하락세가 주춤하고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기를 띠는이런 흐름이 주택시장에 활기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에서나오는 분석이다.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선경공인중개사사무소의이백우사장은 『대부분의 수요자들이 이미 거래됐던 급매물의 가격을 알고 오른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막상 거래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세가 돼버린 급매물가격중에서도 이미 거래된 최저가로 다시 가격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많다는설명이다.◆ 주택가격전망주택거래가 다시 이뤄지기 시작하고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하반기이후의 주택가격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이후의 주택가격에 대해 대부분의 부동산전문가들은 하락세내지는 약보합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소형의 경우바닥권에 접근했지만 중대형은 계속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지적이다.국토개발연구원 주택연구실의 손경환연구위원은 『아파트값이 전국평균으로 약 20%정도 떨어졌지만 경제전망이 좋지않아 약보합세를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낙폭과 반전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추가하락이 약간 있겠지만 이미 바닥세에 접근해 급락은 없으며 하반기에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곧 주택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용만부연구위원도 『선호도가 대형에서 소형으로 이동해 소형은 가격조정을 거치는 과정에 들어가겠지만 중대형의 약세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하락과 신용경색이 풀려야 주택가격이반전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분위기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떨어진 가격이 평탄하게 지속되는 상태가 계속되다가내년 1/4분기쯤에 바닥에 도달하고 그 이후에 다시 호전될 것』이라는 게 이연구위원의 덧붙인 말이다.하반기에 주택경기가 다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의 김갑성연구원은 『회복이 어렵지만 하반기에구조조정이 이뤄지면 경기진작책이 나오고 그에 따라 주택경기가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시기는 대략 올 연말께로 『분양가자율화 확대, 모기지(주택저당채권)제도 도입, 양도소득세의 감면 등 부동산부양정책이 가격하락세를 멈추게 하거나 반전시킬 수있는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컨설팅의 정광영사장도『소형은 지금까지의 급매가격으로 맴돌이가 계속되는 반면 중대형은 11월께 바닥을 치고 그 이후에 다소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내년도 주택가격상승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올 연말을 바닥으로 보고 움직일 것이라는 것이 이유다.★ 주택시장으로 보는 두가지 방법극도의 침체기에 빠져든 최근의 주택시장을 놓고 일반인들이 가장궁금해하는 것은 향후 주택가격과 적정가격문제다. 그러나 이러한궁금증은 근본적으로 정답이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가지가지다.하지만 나름대로 주택시장에 관한 식견과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면지금 같은 혼돈 속에서도 현명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고 주택시장을 보는 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만한 방법들을 소개한다.●집값을 전망하는 방법=일반인들이 간략하지만 효과적으로 주택가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금 집값을 가늠하는 가장 큰 요소인 금리변화와 경제성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금리는 부동산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을 의미하며 경제성장률은 구매자의 소득수준 즉구매력을 의미한다』는 것이 LG경제연구원 이용만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즉 금리가 떨어질수록 부동산투자로 돌아서는 사람이 늘어나가격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소득수준이 높아져 부동산구매심리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규모 지역별로 차이가 크지만 평균금리가16.5%일 경우 주택가격이 15.9%정도, 17%일 때 23.1% 정도하락률(97년 4/4분기를 100으로 기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덧붙였다.이제껏 주택시장을 좌우하던 가장 큰 힘은 심리적 요인이었던만큼일반인들의 구매심리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중개업소를 들러 거래흐름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앞으로의부동산가격을 예측할 수도 있다. 가격을 알아보기 위한 이유든 실제매도가 이유든 매도문의가 많아지면 일단 가격하락의 가능성이많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된다. 반면에 매입문의가 많거나 매도-매입이 맞물리며 거래가 활기를 띠면 구매수요가 늘어나 가격상승의가능성이 높아진다.아울러 주택의 수요-공급의 관점으로 집값을 전망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주택구입수요가 주택공급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수요가 공급을 밑돌면 그만큼 가격이 낮아진다. 주택공급량이 10% 줄면 주택가격은 2.56%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그런 점에서 올해의 주택공급량을 갖고 앞으로의 집값을 예측할 수도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급되는 아파트가 35만호(예년 평균 60만호 건설)에 불과해 10% 이상의 가격상승압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주택건설기간이 평균 2년정도 걸리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아파트의 적정가격을 찾는 법=공산품의 공장가나 권장소비자가처럼 아파트에는 적정하다고 표시되는 가격이 없다. 분양가와 매매가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닥을 기는 지금의 아파트값도 비싸다고 생각한다. 적정가격을 묻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때문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적정가격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으면주택구입시 판단을 내리기가 한결 쉬워진다.한국부동산컨설팅의 정광영사장은 땅값에 건축비 기업비용 프리미엄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급매물의 적정가격을 설명하고 있다. 『아파트의 대지지분을 갖고 계산한 땅값에 건축비를 더한 후 여기에금리 등 기업비용(지가에 건축비를 더한 금액의 30%정도)을 더하면원가에 근접하고, 여기에 교통 환경 학군 상승기대심리 등의 프리미엄을 더하면 적정 급매가로 봐도 된다』는 것이 정사장의 말이다.서울지역 32평 아파트(대지지분 12.8평)을 예로 들면 땅값(대지지분 12.8평×주변지가 평당 4백만원)에건축비(32평×2백만원=6천4백만원)를 더하면 1억1천5백20만원 정도가 나오며 여기에 금리 등 기업비용(30%×1억1천5백20만원) 3천4백56만원을 계산하면 1억4천9백76만원이 원가로 나온다. 이러한 계산에서 나온 금액에 프리미엄을 더하면 적정 급매가로 이보다 싸면구매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정사장의 설명이다.또 다른 방법으로는 급매보다 싼 매물을 찾는 것이다. 급매물이 증가하면서 이제 급매가격이 시세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급매보다 10%정도 싼 매물이 나오면 사두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게중개업자들의 말이다. 대개가 「급급매」 「특급매」 등의 이름으로 나오는 매물들이다. 이는 시기상의 문제가 있지만 대다수가 부동산가격이 IMF이전에 근접하는 시세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