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연건동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별관에 있는 「디자이너스 클럽」(708-2201). 자료실 한쪽에 칸막이를 친 15평 규모의 이 클럽은 실직한 디자이너들을 위해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이 지난 2월 문을 연 일종의 IMF 쉼터. 그러나 이곳은 실직자들이 모여 시간이나때우는 무료한 쉼터가 아니라 재기를 준비할 수 있는 움직이는 공간이다. 매일 10여명의 실직 디자이너들이 들르는 이곳엔 인터넷과디자인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가 비치돼 있다. 바로 옆 자료실에선1만3천여종의 전문 서적과 논문 슬라이드 등을 언제든지 찾아 볼수도 있다. 『무엇보다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마음이 편하다. 또 재취업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간단한 디자인 작업도할수 있어 아예 직장 같기도 하다.』 지난 3월부터 틈만 나면 이곳을 찾는다는 한 실직 디자이너의 설명이다.IMF이후 실직한 사람들을 위한 각종 쉼터나 모임방은 우후죽순처럼생겨났다. 사회단체 종교단체 관공서 등에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쉴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기 위해 만든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요즘엔 IMF실직자 모임방도 디자이너스 클럽과 같이 전문화되고 있다. 특정 직종의 사람들만을 위한 재취업 정보교환 센터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곳은 실직자들이 단순히 시간을죽이는 휴식처가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찾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기의 발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서울 종로구청 근처의 진학회관 빌딩에 있는 「IMF쉼터 여행인 모임방」(735-5194)도 그런 곳이다. 입주업체들이 대부분 여행사인진학회관 빌딩측이 IMF이후 급증한 여행업계 실직자들을 위해 무료로 사무실 하나를 내준 것. 이곳엔 전화기 팩시밀리 등과 재취업을위한 게시판 등이 마련돼 있다. 지난 2월초 문을 연 이곳을 찾는사람들의 발길은 점차 줄고 있지만 어쨌든 여행업계 실직자들에겐업계의 동향이나 재취업 정보 등을 교환할 수 있는 사랑방 구실을하고 있다. 이밖에도 「광고인 모임터」등 전문직 실직자들을 위한「전문 쉼터」들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꼭 전문직 실직자들이 아니더라도 직장을 잃고 갈 길을 못찾고 있는 사람들이 재기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은 많다. 구세군이 서울 중구 정동 중앙회관 2층에 마련한 「오뚝이 쉼터 다·일·사(다시 일어나는 사람들)」(736-0019)나 불교 종단협의회 산하 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서울 역삼동 총지사에 만든 「오뚝이모임터」(3452-7485)등엔 전화 팩시밀리 컴퓨터 등이 준비돼 있고실직자면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다. 또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안의 구민회관에 운영되고 있는 「구민 모임의 방」, 반포종합사회복지관이 복지관 건물내에 개설한 「오뚝이 모임방」, 고양시 일산구주엽동 한솔코아빌딩 5층에 있는 「한솔 모임방」등이 모두 실직자들의 재기 준비터로 이용되고 있다.휴식처 아닌 재기발판 구실 톡톡히한편 이런 IMF모임방 외에도 서울 주변 사찰들이 운영하고 있는 시민 선방(禪房)등도 실직의 번뇌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평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실직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시민선방으로 유명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3672-5945)의 대성스님은『지난 2월부터 시민선방을 열어 운영중인데 정식 회원만 80여명에달한다』며 『특히 실직자들의 경우 참선을 통해 마음의 평온함을되찾고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적극 권장하고 싶다』고말했다. 길상사의 시민선방은 매일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열려있다. 셋째주 토요일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엔 초보자들을위한 참선교실도 열린다. 한달 회비는 3만원.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개원사(0343-98-8001)도 작년 11월부터 시민선방을 운영중인데 경제위기 등에 불안해하는 도시민들이 정신건강을 위해 꾸준히 선방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일반시민들에게 선방을 개방하고 있는 곳은 서울 안국동 선학원중앙선원(732-3327), 불교발전연구회(736-6202),수선회(732-5960), 경기도 남양주 불암사(0346-65-8345), 인천 주안의 용화사(032-872-606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