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 한가닥 희망이 감돌고 있다. 주가가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증시의 기반마저 무너지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가 높았으나 경제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발표되면서 미미하나마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산업이 붕괴되면 한국경제도 복합불황의 나락에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증권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젖줄로 증시붕괴는 기업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지고 이는곧바로 경기악화를 가속시킬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반등시도가 얼마가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주가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닥으로 기력이 떨어질때로 떨어진 상태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6월2일 3백24.1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인 작년 6월14일의 7백91.97포인트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국내증시의 주식 시가총액은 65조9백억원. 97년 6월의 1백44조1억원보다 78조9천1백1억원이나 줄어들었다. 환율이 폭등한 점을 고려할 때 시가총액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 셈이다. 현재 달러당 원화환율은 1천4백원 정도. 1년전만 하더라도 8백원대에 맴돌던 점을감안할 때 달러기준의 시가총액은 무려 4분의1 이상 쪼그라들었다고 볼수 있다. 이제 7백70여개의 국내상장사를 모두 팔아도 미국햄버거회사인 맥도널드사 하나도 못사는 지경이 돼버렸다.이같은 시가총액은 세계 40위에 가까운 증시규모다. 증권감독원이최근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규모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4백40억달러로 터키의 5백20억달러, 포르투갈의 5백14억달러, 이스라엘의 4백45억달러 등에 이어 세계 38위를 차지했다. 가장 규모가큰 증권거래소 시장인 미국 뉴욕시장의 시가총액 9조5천7백60억달러와 2위인 일본 도쿄시장의 2조4천1백70억달러에 비하면 턱없이낮은 수준이다. 한국 증시 규모는 한때 세계 12~13위권까지 올랐으나 증시침체에 따라 지난 95년말 기준 16위, 96년말 기준 19위 등으로 하락하다 외환 위기에 따른 환율의 폭등과 최근의 주가 폭락으로 급락한 것이다.◆ 주가 폭락하면 시중자금경색 가중주식거래대금도 월평균 3천6백78억원 정도로 1년전의 7천2백64억원의 거의 절반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액면가에도 못미치는 주식수만도 4백60개로 상장종목수 7백73개의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7백63개 상장종목중 액면가가 밑도는 종목수가 1년전만하더라도56개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8배이상 늘어난 숫자다.더욱이 기업부도가 잇따르면서 관리종목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6월2일 현재 관리종목수는 1백36개사. 작년 6월의 53개사보다 83개사나 더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중평균주가는 6천6백18원으로 지난해 6월의 1만6천4백58원보다 9천8백40원이나 떨어졌다. 뒤집어 말하면 주식투자자들의 자금이 반토막 이상 날아간 셈이다.증권시장은 이제 기업에 자금을 대는 자본시장의 역할을 이미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다. 개미군단으로 표현되는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게 사실이다. 요즘들어 주가가 반등하면서 혹시나 하는 투자자도 있으나 대부분을 증시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식을 처분하려고만 할뿐 추가매입은 상상도 못하는 실정이다. 3조원대에 달하던 고객예탁금이 1조9천억원대로 떨어진 점이 이를 말해준다. 상장사의 유상증자계획도 어느 때보다 높아 증시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주가가 폭락하면 기업들은 증권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금융권으로만 자금수요가 몰려 시중에 자금경색을 가중시킨다. 주가가 너무 떨어지면 유상증자도 할수 없다.또한 주가폭락은 기업가치의 하락을 초래, 외국투자자에게 국내기업을 싸게 매각할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이라면 주가폭락이 당연하지만 지금은 우량기업마저도 동반폭락하는 양상이다.따라서 증시가 장기적인 침체에 들어가면 자산디플레 현상을 가속화 시켜 한국경제는 구조조정에 앞서 금융과 실물부문에서 모두 급격히 무너지는 붕괴 도미노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그러나 주가가 폭락세로 이어질 공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증시전문가들은 국내경기가 여전히 어렵겠지만 주가는 올연말에 다시 상승세를 탈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외국인투자자금이 4/4분기에 재유입되면서 주가가 연말에은행주와 전기전자 등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또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