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주식시장이 반등세로 돌아서는것같다. 그러나 증시회복에 결정적 변수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직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이리라. 지난 5월25일 외국인에 대한 주식투자한도가 철폐된후에도 종합주가지수는 연일 곤두박질했다.외국인 투자한도가 철폐된 첫날 주가는 심리적 바닥권인 3백50선이하로 떨어졌다. 이튿날인 26일에는 3백11. 99까지 떨어져 3백선을위협했다. 주가는 11년전인 87년3월 수준으로 뒷걸음쳤다.외국인은 이달들어서도 여전히 「팔자」 행진을 멈추지 않고있다.이들은 지난달 중순이후 하루 평균 2~3백억원씩을 순매도 해왔다.5월에는 8백3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월별기준으로는 올들어 첫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 선호종목으로 그동안 꾸준히 사들여왔던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 대형 우량주나 핵심 블루칩을집중적으로 매도해 외국인이 한국자본시장에서 본격 이탈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지난해 11월 IMF 구제금융 신청이후 주식시장에서 유일한 매수주체는 외국인 투자자였다. 이들이 주식을 사면 주가는 오르고 팔면 내리는 현상이 반복돼 한국증시는 「외국인 장세」로 불리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정말 외면한다면 앞으로 주가폭락은 피할 수 없다. IMF 위기탈출에 온힘을 쏟고있는 새정부와 국민들의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외국인이 진짜 한국을 떠나는 걸까. 주식투자자는 물론 증시관계자들의 관심은 모두 여기에 쏠려 있다.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과 한국경제 개혁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국내의 불투명한 투자환경으로 관망세를 보이는 것이지 증시이탈은 아니라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앞으로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움직임이 외국인 투자방향을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들이다.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올 3월초까지 홍수처럼밀려왔던 외국인 투자가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기에는 주변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외국인이 증시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주가는 연일 3백선을 위협하고있다. 3월초 5백74포인트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석달만에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았다.외국자본 유치를 「지상최대」 과제로 내세운 새정부 출범이후 외국자본 유입이 줄어든 것은 아이러니다. 현증시 주변여건을 들여다보면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는게 이해가 된다.그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먼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대한현정부의 미온적 태도. 금융권이 부실화된 동아그룹에 다시 자금지원을 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금융권 구조조정도 우량은행에 부실은행을 합병시키는 시나리오를 작성해 실망의 도를더욱 높였다. 이와함께 현정부의 개혁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는 민노총 등 강성 노조의 반발도 우려 요인이 된다.따라서 이들 문제가 과감하고도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하면 제2위기가능성이 높으며 주가도 3백선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다. 역사적인 주식투자한도 철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외면하는배경에는 이러한 기본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구조적인 개혁작업없이 단편적인 정책만으로는 약효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러면 언제 외국인 매수세가 회복될 것인가. 외국계 증권사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정계개편이 마무리되고 금융권 및 기업의 구조조정 결과가 가시화되는 하반기나 돼야 외국인 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증시를 떠나지는 않지만 당분간 관망을 하면서 쉬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외국인 증시이탈 주가 3백선 위협엥도수에즈WI카증권의 김기태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는 현재 주식투자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번 한도철폐 당일 포항제철을 매입한 것처럼 선호종목 한두개를 사는 정도다. 그동안 주가폭락으로 값이 떨어진 종목은 손절매를 하고 있다. 물론 한국증시를 철수하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시기상조다. 다만 아시아금융시장이 불안한데다 한국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실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한국증시의 주변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외국인이 주식투자를 늘릴상황은 아닌게 분명하다.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 엔/달러 환율이 1백39엔대를 오르내리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달러와 함께 아시아 금융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엔화가7년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면서 아시아 국가의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폭락, 금융시장이 혼란해지고 있다.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엔화 약세로 중국 위앤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위앤화마저 평가절하된다면 아시아 경제는 또 한번 대혼란을 겪을 것이 틀림없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게 분명하다.엔화약세로 원/달러 환율도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들이지난달이후 보유 주식과 채권을 매도한 배경에는 환율이 1천5백원대 이상으로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엔화약세로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가격 경쟁을벌이고 있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등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떨어지고 있다.이러한 어려움 속에 우리로서는 외국인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외에 달리 경제를 살릴 길은 없다. 정병선 교보증권리서치센터실장은 『외국인들은 국내외 여건을 주시하면서 한국시장을 지켜보고있다. 엔화약세 및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것은 지지부진한 기업 및 금융권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증시관계자들은 『외국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및 러시아, 중국 등주변국 동향에 관심을 갖지만 한국 내부의 기업구조조정에 더 큰비중을 두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방미이후 본격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이 실시되고 성과가 나타나면 하반기이후 외국인이 되돌아 올것』이라는 견해를 펴고 있다.외국 경제기관들도 올 하반기부터 한국증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것이라는 분석들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영국의 경제예측기관인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지난 1일 한국증시가3개월내 4백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정부가 금융권등의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해 향후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미국 CNN도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한국내에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고통스럽게 진행되고 대규모 실업으로 노동계 불안이 잠재해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외국인이 다시 한국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공은 우리들의 손으로 다시 넘어 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