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확충→대외신인도 제고→외자유입→외환보유고증대→대외신인도증가」.최근 정부가 엔화의 약세로 가중되는 환율인상압력에 대해 내놓은모범답안이다. 6월17일현재 4백억달러선인 외환보유고를 최대한 늘려 외부에서 가해지는 외환시장의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달러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원화절하요인을 소화하겠다고 밝힌다.한국은행의 달러를 풀어 환율절하요인을 수용할 여력이 없는 현실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금리 성장률 물가 등 거시경제전반에 걸쳐 IMF와 합의해야 하는 현실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환율안정 간접적 방식으로 해야특히 원/달러 상승압력이 내부요인보다는 엔저라는 외생변수에서기인하기 때문에 대외신인도 제고를 통한 외자유입에 역점을 두고있다. 정부가 IMF와 연말까지 보유하기로 합의한 외환보유고는 4백10억달러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를 방지하는데 필요한적정 외환보유고는 7백50억달러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 3백5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한다는 결론이다.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 17일 이규성 재경부장관의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보고에서 확인됐다. 이장관은 김대통령에게 『기업 및금융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4백억달러선인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려나가면 제2의 외환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또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통해 원화환율을 무리하게 방어하기 보다는 환율상승을 용인하여 수출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즉 구조조정을 확실히 추진하여 외국투자자금을 유치하고 동시에 환율상승을 일정범위내에서 묵인하여 대외수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즉 원화가치의 하락에 따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도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간접적인 방식으로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90년대초 영란은행이 파운드화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개입했다가 조지 소로스 등의 공격을 받고 물러난 것은 널리 알려진사실이다. 대신 이들은 외국인 투자 유치와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의자산매각 그리고 수출증대 노력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대신경제연구소 양경석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참여할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며 『외자를 유치하거나 국내 금융시장을 조기에 안정시켜 외환보유고를 늘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주장했다.양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백50엔에 근접할 때도 국내 외환시장이 동요하지 않았던 것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공기업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조속히 매각하라고 주장했다.◆ 원화 절하 걱정할 일 아니다일부 외환전문가들은 엔저에 따른 원화절하가 한국경제에 반드시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국내 경제의 기초여건이 악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따른 환율상승은경제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특히 경제주체들이 환율상승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면서 적응해 나가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TV가격이 수요의 증대나공급의 감소 또는 수입부품가격의 상승 등으로 가격이 오르고 내릴수 있듯이 원화가치도 수시로 변하는 것이 정상적이다고 주장한다.그렇지만 환율상승은 고금리체제를 지속시켜 국내기업들의 생존을위협한다. 철저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의 평가는 그리 후한 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홍콩이나싱가포르에서 형성된 선물환율에서 나타난다.이들 지역에서 거래되는 선물환율은 국내 현물환율보다 3백원가량높은 1천7백원대. 여전히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또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1백억달러 이상의 외화예금도 외환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원화의 절하가능성을 보고 대기중인 이들 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될 경우 환율은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LG경제연구원 이창식 연구원은 주장했다.대다수 금융전문가들은 환율상승으로 정부의 고금리인하 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MF처방전의 핵심이 「고금리로 외자를 유치하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있다」며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금리인하방침에 다소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정부와 IMF의 지난 5월초 3차수정안에 따르면 「금리를 유연하고균형있게 인하하기 위해서는」외환시장이 무엇보다 안정돼야 한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IMF도 외환시장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금리인하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방미중인 김대통령의금리협조에 대해 깡드쉬 총재의 『외환시장이 안정돼가는 추이를보면서 결정하자』는 요지의 대응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것이다.◆ 고금리인하 정부 의지 확고그러나 고금리인하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정부정책의 우선순위가 지금까지는 환율안정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금리인하에 있다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의한다.이장관의 보고에서도 알수 있듯이 정부정책의 강조점은 환율상승을묵인하더라도 금리를 인하하는데 놓여 있다. 재경부 관료들의 『엔화절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환율관리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발언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이미 가시화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22일부터시중은행과 종금사에 빌려준 외화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11월과 12월 외환위기 때 8∼10%로 빌려준 달러를 4∼6%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회수금액은 모두 1백30억달러선. 한국은행은 외화대출 이자를 인하시켜 금융기관의 수지를 개선시켜 국내기업들에대한 대출여력을 높여 주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결국 정부가 엔저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한 환율상승 요인을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외환시장에 달러를 유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데 외환전문가들은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