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으로 말해 빚 안지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비전문가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유명 벤처기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미래를 도모할 전망있는 회사는 보이지 않습니다.』한글과 컴퓨터사의 몰락을 전해듣고는 그 자신 벤처기업가인 한 젊은 사장이 밝힌 내용이다. 그는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가들과 정기적인 교류를 가져왔고 이런 저런 사적 모임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 회사 속사정을 비교적 많이 아는 편에 속한다. 그의 토로는 다른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말들을 액면 그대로받아들인다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전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과연 그런가.그렇지는 않다. 다시 그의 말을 빌린다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역사는 10년에 불과하다. 기업의 부침이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짧은 기간내에 세계적 기업으로 크는 회사가 있기를 바라는 사회의 기대에 있다고 한다. 좀 긴 호흡을 갖고 보면 길은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한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방향은 대충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우선 대전제로 해야할 사항은 운영체제라든가 오피스 제품, 프로그래밍 언어 등 기반 상품들은 경쟁이 안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일본 독일도 마찬가지다. 세계 30대 소프트웨어기업중 일본과 독일은 각각 겨우 2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의 경우 SAP사가 세계 클라이언트/서버 시장 1위, 유럽 소프트웨어 업계 1위, 세계 5대 소프트웨어 업체로 꼽히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으나 이는 20년이 넘도록 기업 업무용 패키지 소프트웨어에만 전념해온 결과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안되는 것은안되는 것임을 자각해야한다.◆ 초기부터 세계시장 겨냥 개발해야결국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승부를 걸 분야가 제한되어 있다고봐야 한다. 그것도 「미국의 대기업이 관심 안두는」 니치마켓에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이는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기반기술도자본력도 딸리는 개별기업이 기반 상품 개발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다. 이것은 정부가 정치적이자 산업적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도모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게임이라든가 넷스케이프 등 미들웨어의 플러그인(Plug-in) 프로그램(예컨대 리얼오디오 같은 소프트웨어), 인터넷 관련 아이디어 제품, 컨텐츠, 백신 등의 분야가 유망한 것으로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국내시장이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한글과 영어를모두 사용할 수 있게끔 듀얼 랭귀지 체제로 개발하는 전략 등이 중요하다.이미 그 결실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게임 분야에 있어 왕도의 비밀(한겨레정보통신), ZOI월드(지오이월드) 등이 세계무대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상태며 멀티미디어 저작도구인 칵테일(화이트미디어)도 미국 시장 수출협상이 상당한 단계로 진행됐다고 한다. 이밖에 웹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몇개 아이디어 제품들도 전망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신제품도 생각보다는시장이 큰 편이다. 미국에서는 패키지 제품 10개 가운데 3개가 백신일 정도로 백신의 시장성은 상당하다. 다른 제품과 달리 백신은선택이 아니라 필수품이기 때문이다.문제는 그러나 단순 개발력에 있지 않다. 하나의 제품이 성공하는데 있어 제품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밖에 안된다. 나머지 절반은 마케팅과 적극적인 홍보의 책임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시장 진입에 실패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이와 관련 거원제트오디오의 마케팅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즉 인터넷 공개 사이트에 올려 인지도를 넓힌 뒤 현지 유통업체와 정품 판매 계약을맺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뒤흔든 전략이 바로 무료배포에 있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하지만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도 오는 손님만을 맞을수 있을 뿐 공격적 판매수단이 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이와 관련, 해외현지에서 한국 제품의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회사를 세우거나 수출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할 한국계 펀드사 설립도 검토할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