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9일 첨단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주)메디슨은 『3천만달러의 해외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발행조건은 「표면금액 3천만달러, 표면금리 0%, 전환가격 1만2천8백50원, 만기5년」이었다. CB발행의 주간사회사였던 대우증권 국제금융팀의 한 관계자는 『IMF이후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CB를 발행했다는데 의의가있다』며 『발행조건도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 양호하면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면 올 상반기 매출액이 8백억원에 불과한 이업체에 무려 3천만달러(원화 4백20억원)를 투자한 해외투자기관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IMF이후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 증권발행이 어려운 현실에서 이를 인수한 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지사다.메디슨에 투자한 미국 금융기관은 최근 국내진출이 활발해진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투자업체다.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는해외투자자들이 유망기업에 일정지분을 출자한후 배당금이나 주가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이다. 투자기업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할 경우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날리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다.한성호 기획조정실장은 『CB를 인수한 파트너를 밝히지 않는 것이국제관행』이라며 『다만 세계적으로 유망한 벤처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실장은 메디슨의 CB를 인수한 미국측 파트너는 언제든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전환시 지분은 12%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력과 마케팅능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재무관리분야에 대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물론이사를 파견하여 12% 지분에 상응하는 경영권도 행사한다고 밝혔다.최근 국제금융공사(IFC)가 하나은행에 2천2백만달러어치를 지분참여하고 3천만 달러를 후순위전환사채(CB)인수에 투자한 것도 이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IFC는 하나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영업실적 등을 분석한후 0.5%의 지분을 7%까지 늘린 것이다. 대신 IFC는2∼3년후 하나은행이 리딩뱅크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아나가면 배당금과 주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또 IFC와 공동으로 1억2천만 달러 규모의「H&Q코리아그로스펀드LP」를 설립한 H&Q아시아퍼시픽도 전형적인프라이빗 에쿼티 투자업체다.이들 업체는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80년대후반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 실리콘 밸리 중심의 벤처캐피털만으로는 여유자금의 투자처를 구하지 못해 한국 동남아 등지로 진출하면서 급속도로확산됐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증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아래상당수 자금이 중남미와 동남아로 이동하면서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는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라고 LG증권 국제금융팀 목석균팀장은설명했다.이들은 운용방식과 투자패턴에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몇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목팀장은 『이들은 매출액이나 기술력 시장지배력 등기초조건이 양호하면서 일시적으로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선호한다』며 『장내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기 보다는 직접 협상을통해 주식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즉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기보다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업체와 직접 협상을 통해 인수조건을논의한다. 이들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벤처산업과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에 주로 투자한다. 투자금액은 5백만달러에서 5천만달러사이. 이들 금액을 3년에서 10년정도 투자한다. 투자방식은 CB인수를 선호하는 편이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사채의 표면이자와 만기시 액면금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들이 원하는 목표수익률은 20%이상이다.국내기업 입장에서도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전망이다. 자본금을 출자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줄여주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시킨다. 또 은행차입이나 회사채발행과 달리 이자부담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기다 외국 투자기관이 직접 자본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다고 H&Q코리아의 이재우 공동대표는 설명한다.이대표는 최근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업체의 국내진출이 활발한 것은 이같은 이점에다 『원화절하와 주가하락으로 싼 가격으로 국내기업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지분참여를 불가피한 대세로 받아들이는 경영자들의 인식변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변화로 앞으로 이들업체의 국내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엔젤캐피털/벤처캐피털/프라이빗 에쿼티이들은 기술력이 좋고 성장가능성이 큰 업체들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투자시기와 투자규모에 다소 차이가 있다.즉 엔젤캐피털(엔젤그룹)은 첨단 기술력만 보유한채 아직 기업골격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기술력이나 경영인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실패확률이 높은 편이다. 벤처캐피털은첨단 기술력을 갖고 나름대로 영업활동도 전개하고 있으나 은행 등일반금융기관에서 필요자금을 차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투자한다. 벤처캐피털은 미국 실리콘 밸리의 첨단산업이 성장하는데밑거름이 됐다는 평을 듣는다.이들 자금중 상당수가 홍콩 대만 등으로 건너오면서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다. 동남아 각국의 벤처기업들은 기술수준이나 영업능력면에서 미국 벤처기업들보다 뒤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에 따른 부담도 높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이 기술력과 제품의 시장지배력은 크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회사들을 중점적으로 투자하면서 프라이빗 에쿼티투자라고 불려지게 됐다. 한마디로 공개적인 방식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영진과의 협상을 통해 (Private)으로 주식(Equity)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