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행했거나 또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 중에서일본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내의소규모 창업 아이템 중 50%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업 아이템들은 대략 2∼3년 후에는 우리나라에 상륙한다고 보면 된다. 교통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인해 일본의 사업 아이디어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79년 도입 ‘롯데리아’가 시초일본의 점포 창업 아이템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시작한것은 1979년. 일본의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가 도입되면서부터다. 물론 롯데리아는 일본에서도 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롯데그룹이 국내에 상륙시킨 것으로 소규모 점포 창업 아이템과는 거리가있다. 그러나 『롯데리아가 일본의 사업 아이디어들을 끌어들이는효시 역할을 했다』는게 박원휴 체인정보 대표의 설명이다. 이후80년대 들어서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들의 국내 상륙이 더욱 활발해졌다.일본식 사업 아이템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분야는 외식업.문화적으로 일본 음식과 친밀하다는 특징 때문인지 일본에서 인기를 끈 음식점은 오래지 않아 국내에도 소개된다. 대표적인 일본식외식업종으로는 회전초밥집이나 우동전문점 꼬치구이집 도시락전문점 라면전문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 전형적인 일본 선술집인이자카야(居酒屋)도 국내에 소개돼 인기를 끌고 있다.회전초밥집의 경우는 4년전에 크게 붐을 일으켰다가 이제는 많이사그라든 사업 아이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적인 식사로 초밥을 즐기지 않기 때문인지 회전초밥 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반면 우동전문점이나 꼬치구이집은 80년대 후반부터 소개되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장수를 누리고 있다. 「미가도시락」 「진주랑도시락」 「한솥도시락」 등의 도시락전문점도 일본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 성공한 케이스. 95년에 서울의 고려대 앞에 처음 등장한일본식 주점 「천하일품」은 일본의 「천하일품」을 그대로 국내에들여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최근 부쩍 늘고 있는 라면전문점의 경우는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업종인 생라면전문점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다. 일본의 생라면전문점은 7년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나 생라면 국물맛이 우리나라 입맛과 맞지 않아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면 국물과 면발을 우리 입맛에 맞게 개량한데다 한끼 식사로도 저렴한 편이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휴식이나 오락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의 경우는 대부분이 일본에서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산」이많다. 한마디로 「∼방」자가 붙은 점포는 대부분이 일본에서 도입된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90년에 등장한 노래방, 93년에 소개된 비디오방, 96년에 상륙한 전화방, 그리고 최근들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수면방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본에서 유행했던 사업들이다.◆ 중고 컴퓨터 매매사업도 일본서 먼저 시작국내의 소매점포 중에서도 일본에서 유행했던 사업 아이템은 적지않다. 대표적인 업종이 일명 천냥하우스. 매장 안의 어떤 물건도천원 이상으로는 팔지 않는 할인 매장이다. 천냥하우스는 일본의「100엔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 국내에서는 3∼4년전에크게 유행했다가 곧 사라졌다. 가격이 싼 반면 상품의 품질은 부실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 이 천냥하우스가 올들어 새모습으로 다시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의 100엔숍에 물건을 납품하던 (주)아성산업의 「아스코이븐프라자」가 그 주인공. 아스코이븐프라자는 일본 100엔숍에 물건을 납품했던 실력을 바탕으로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 IMF시대 히트 점포로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스티커사진 자판기 사업이나 연예인 사진 전문점도 일본에서 2년전에 유행했던 사업 아이템들이다. 스티커사진 자판기는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스티커로 출력해주는 사업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자신의 스티커 사진을책이나 가방, 지갑 등에 붙이는 유행을 만들어내며 크게 붐을 일으키고 있다. 연예인 사진 전문점 역시 2년전 도쿄 시부야를 중심으로 성행했던 아이템이다. 국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점포로 「스타클럽」이 있다.최근 국내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중고 컴퓨터 매매 사업도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사업이다. 일본에서는 「소프맵」이란 중고 컴퓨터매매점이, 국내에서는 「CC마트」가 성황 중이다. 소형 오락실 체인점인 「화성침공」도 일본의 오락실을 그대로 본뜬 것. 책과 비디오, 소프트웨어 등을 함께 판매하고 대여도 해주는 종합 멀티미디어 전문점의 경우에는 일본에서는 크게 유행했지만 국내에서는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인터뷰 / 박원휴 체인정보 대표-창업 컨설턴트『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문화권인데다 거리적으로 가깝고 미국등의 서구 국가들보다는 감정적인 친화력도 높은 편입니다. 이런이유로 인해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은 국내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높은게 사실입니다.』박원휴 체인정보 대표는 국내의 소규모 창업 아이템들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박대표 역시 두달에한번꼴로 일본에 나가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눈여겨 보고 적당한것은 국내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박대표는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서적으로나 생활 양식 면에서나 우리가 일본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창업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일본 여행상품이 등장한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을 때도미국보다는 일본 쪽이 유리하다고 박대표는 소개한다.『미국은 해외에서 프랜차이즈를 전개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계약조건이 우리 실정과 맞지 않게 엄격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맹비도비싼 편이고 체인점이 늘어날 때마다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해외에서 프랜차이즈를 전개해본 경험이별로 없어 상황에 맞게 계약 조건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어낼 수 있는 융통성이 많은 편입니다.』일본 업체와 계약을 맺을 경우 설득만 잘 하면 계약 조건을 우리상황에 알맞게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일본은 거리적으로 가까워 점포 경영에 관한 정보를 얻기도 쉽고 교육을 받고 매뉴얼을 전수받기도 용이하다. 국내 창업 컨설팅회사들이 일본쪽 사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일본의 사업 아이템이 국내에서성공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체인 본사와 계약을 맺기도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창업 컨설팅회사가 일본의 유망한 점포와 계약을 맺어 국내에서 사업을 전개할 권리를 부여받은 뒤 실제로 체인 사업을 전개할 기업을 구해 사업권을 넘겨주는 사례가 점차로 늘고 있다. 박대표는 『프랜차이즈에 가맹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예 체인 본부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의 체인 본부와 연결해주고 계약을 주선해주는 컨설팅 사업이 최근 인기』라고 설명한다.일본에서 성공했던 사업 아이템이 국내에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생라면전문점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외식업종 중의 하나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박대표는 『일본 사업 아이템 중에서도 한때의 유행처럼 일시적으로 반짝이는게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매출이 꾸준한 「장수」 업종도 있다』며 어떤 업종을 선택할 것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대표는 또 『일시적인 유행성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지면매력도가 떨어지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이 식상해할 수있기 때문에 빨리 시작해서 시장을 선점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일본에서 도입한 사업이 국내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맛을 무리하게 도입하는 등 문화적인 차이와 사회 배경의 차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박대표는 『무조건 일본을 따라할것이 아니라 일본의 창업 아이디어를 나름대로 국내에 적용하려는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