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아직도 우리에게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상으로는 여전히 「영원한 남」으로 남아 있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별 선호도 조사에서도 일본은 늘 최하위권이다. 일본사회, 또는 일본인들에 대한 마음 속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문화 역시 정부의 개방불가 방침에 따라현해탄을 넘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현실은 판이하게 다르다. 어떤 이들은 양국의 수도인 서울과 도쿄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너무나흡사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가게간판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까지 빼다박은듯 너무 닮아있다고 설명한다.창업아이템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곧바로 국내에유입돼 국내 소비자들의 눈을 붙들고,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실내장식이나 운영방식도 비슷한 부분이 무척 많다. 심지어 메뉴마저 꼭 닮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다.원래 세계 경제에서 소자본 창업의 원조로는 미국이 꼽힌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제1의 강대국인만큼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일본도 미국에서 아이디어를 따다가 자기네들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의 벤치마킹 대상국이 미국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영향을 더 많이받는다. 지리적으로 워낙 가까운데다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기때문이다. 미국에서 지금 유행하는 것을 도입하기 보다는 일본에서잘 나가는 것을 들여와 창업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여기에 있다.최근 들어 일본의 히트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일본에서 아이디어를 따오거나 아니면 최소한 비슷하게만 창업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일본에서 건너온 창업아이템이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는 일일이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90년대 이후 일본에서 넘어온 사업이봇물 터지듯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거세지는 느낌이다.이런 분위기에 일조를 하는 것이 창업컨설턴트들이다. 이들은 거의예외없이 일본에서 유래한 사업아이템을 국내의 창업희망자들에게전파하는데 적극적이다. 수시로 일본에 건너가 업계 동향을 살펴보고 전망이 있어 보이는 것은 곧바로 도입해 소개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일단 일본에서 한번 검증을 받은 것이라 위험부담이 없다』며 『실제로 창업희망자들도 일본아이템을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창업여행이 등장하고 서점가에서 일본의 사업아이템을 소개하는 책자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하지만 일본에서 히트했다고 국내에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란보장은 없다. 때로는 예상 외로 참담한 패배를 맛보기도 한다. 일본에서 전국을 강타했던 100엔숍의 국내판격인 1000냥하우스가 힘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또 도입시기가 너무 빨라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업종도 더러 있다. 보통 일본에서 유행한 후 2~3년 후에 들어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는데 이를 무시했다가 손해만 보고 물러난케이스가 있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업아이템은 우리에게 귀중한 자료를제공한다.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는 없지만 창업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볼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수 있는데다 톡톡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두나라 모두 인구에 비해 국토가 그리 넓지 않은 까닭에 좁은 공간을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이제는 한국식을 창조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를 따오는 것은 전혀 나무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 상대가 누구든 당연히 배워야 한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맹목적인것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본과 한국이 상당 부분 같다지만 다른 구석도 분명이 있다. 일본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되 우리 것으로 완전히 소화한 다음 창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