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년간 웨딩드레스 디자인 일을 해온 이경미씨(41)는 최근 무역업을 시작했다. 경기가 워낙 나빠 일감이 주는 바람에 고민하다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 지난 6월말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바이어들과 상담을 갖기도 했다.이씨가 무역업에 뛰어들면서 비장의 무기로 준비한 것은 1벌로10벌의 효과를 내는 웨딩드레스다. 이는 이씨 자신이 직접 고안한것으로 액세서리와 레이스 등을 이용해 분위기에 따라 드레스의 모양을 바꿀 수 있게 했다.이씨의 도전은 일단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번 일본방문때는 현지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오는 8월쯤 다시 일본으로 나가 새로운 계약도 맺을 예정이다. 이미 거래를 터보자는 제의를 3건이나 받아놓고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시장도 뚫어볼 생각이라는 이씨는 독특한 디자인이 일본인들에게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며 무역의 성패는 아이템에서 결정난다는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소규모로 무역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품목이다. 어떤 것을 취급하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 든 이씨가 어렵지 않게 거래처를 뚫을 수 있었던것도 따지고 보면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큰 몫을 했다고 할수 있다. 거래아이템으로 일본에서 잘 먹히는 의류를 선택했던데다 드레스의 디자인이 워낙 특이해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무역을 시작하기전 자신이 거래할 나라의 시장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한 다음 여기에 맞춰 품목을 고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 지역마다 인기품목 달라먼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은 전반적으로 소비재산업이 뒤떨어져 있는 까닭에 이와 관련된 아이템을 취급하면 유망하다. 특히 생활용품은 수요가 아주 많아 품목만 잘 고르면 중국시장에 무난하게 입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방, 팬시문구류, 알루미늄, 가정용 식탁용품, 주방용품, 냉온수기 등은 아주 전망이 밝다.의류 관련 품목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남녀의류를 포함해 아동복,가죽제품, 가방 및 배낭, 피혁원단, 합성스테이플섬유 등에 대한수요가 많다. 아름다움에 대한 중국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미용용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화장품, 미용비누, 각종 액세서리, 화장솔, 모조장신구 등을 들수 있다.그런가 하면 한국산 먹거리도 호응도가 높다. 국산이 중국산보다맛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맥주나 음료, 그리고 과자 등 스넥류 등은 중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 각광을 받고 있다.이밖에 각종 건축자재, 노래방기기, 전자렌지, 자동차부품, 비디오폰 등이 인기품목 대열에 속한다.반면 한때 중국의 주요 도시를 내달리던 국산 자동차는 이제는 중국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중국에상륙했으나 요즘은 중국 정부가 철저히 단속하는 바람에 설 자리를완전히 잃었다.그런데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이란 나라는 면적이 넓고 생활수준이나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잘 나가는품목이 다르다는 점이다.(표 참조) 예를 들어 대도시인 베이징에서잘 팔리는 것이 지방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도시에서는 주로 건축관련 품목이나 미용용품 등이 인기를 끄는 반면 생활수준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지방에서는 의식주 관련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중국산 농산물을 반입하는 무역을 하는 경우도 조심할 점이 있다.최근의 경향을 보면 중국과 보따리무역을 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농산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실제로직접 들여다가 파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품목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5~10Kg 이상은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까닭이다.여기에다 중국산 농산물 무역은 경제적으로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국내에 들여와봐야 별로 돈을 못번다. 최근 배편을 이용해 중국을오가며 보따리무역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큰 돈은 커녕 밑지는 경우가 허다하다.특히 허용된 양보다 많은 양을 들여오다 세관에 걸려 다시 중국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어렵사리 농수산물을 국내에 반입해봤자 Kg당 보통 1백~2백원 남기는 게 고작이다. 운송비가많이 먹히는데다 국내 유통망이 아주 부실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중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나 소비성향이 천양지차를 보인다. 자연 일본과 무역을 할 때는 이런 점에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먼저 일본으로 수출하기에 적당한것으로는 의류를 들수 있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관광여행을 오는경우 남대문시장이나 신촌의 이대 앞에 들러 옷을 싹쓸이해 간다.국산의류가 일제에 비해 월등히 싸고 품질 면에서도 전혀 손색이없기 때문이다. 아동복, 신사복, 여성복, 스포츠웨어, 웨딩드레스등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의류와 같은 과로 분류되는 피혁제품도괜찮다. 특히 모피와 특수섬유, 벨트 등은 경쟁력이 있다.◆ 같은 품목도 아이디어 좋으면 성공국산 식품류도 썩 인기가 높다. 특히 일본인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은만큼 국내에서 나는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식품가운데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랄 수 있는 김치를 포함해 라면, 전통과자, 주류 등이 무역대상 품목으로 손색이 없다. 건강보조식품으로는 영지, 인삼, 벌꿀, 죽염, 전통차 등이 유망하다. 또 농수산물로는 건어물, 밤, 대추, 다시마 등이 일본인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생활용품 가운데는 때밀이 타월, 크리스탈제품, 카펫 등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생활용품은 국내 백화점의 생활용품 코너를 일제가 장악할만큼 일본이 워낙 발달해 있기 때문에국산이 설 자리가 그리 넓지 않다. 다만 때밀이 타월처럼 틈새상품성격이 강한 것은 그런대로 반응이 괜찮다.일본으로 물건을 가져갈 때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아이디어다.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것은 어느 정도통한다. 그러나 평범한 것은 일본에서도 넘쳐날만큼 풍부하기 때문에 별다른 눈길을 끌지 못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품목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만큼 여기에 많은 관심을 쏟으라고 설명한다.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여와 팔기에 적합한 것도 많다. 애당초 무역이란 쌍방향적인 성격이 강한만큼 일본으로 나갔다가 국내에 들어올 때 뭔가 돈이 되는 것을 들여오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다.또 일본에 직접 나가지 않더라도 거래처를 통해 각자의 나라에서생산되는 것을 주고받으면 여러모로 이익이 된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화장품, 부엌용품, 정밀계측기계, 건축자재, 여성용액세서리, 팬시용품, 휴대용전화액세서리, 운동기구 등은 국내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러시아 역시 소규모 무역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세계 최대 수입국의 하나로 생필품과 가전제품 전량을 수입하는 까닭에 소규모무역 상대국으로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최근 들어 한국능률협회 등을 중심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한국상품 설명회가 잇달아 열릴 예정이어서 무역여건이 점점 나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능률협회 이구수 국제협력팀장은 아직까지 러시아를 상대로 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만큼 시장상황을 잘 파악해 접근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