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한해동안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사들이는 기계부품 등재료는 총 7천9백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총매출액(9조7천1백81억원)의 8%에 달하는 규모. 여기에 철광석 등원료까지 포함하면 총 구매금액은 4조6천억원.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구매 규모다. 당연히 구매 건수도 많다. 작년에 포철이 재료를 사들이기 위해 맺은 구매계약은 총 1만3천5백55건. 매일 37건꼴로 구매계약서를 쓴 셈이다. 포항과 광양에 있는 두 개의제철소에서 필요로 하는 재료만 50만개 품목에 달하다 보니 어쩔수 없다.이처럼 수많은 품목을 수시로 대량 구매해야 하는 포철 입장에서보면 전략구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품 제조원가의 절반이상을차지하는 구매부문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는 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이 포항과 광양으로 나뉘어져 있는 포철로선 전략구매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포철이 지난 95년부터 국내외 우수기업을 벤치마킹하는 등 경영혁신을 단행하면서 우선적으로 구매혁신을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다. 포철은이후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A.T.커니와 공동으로 전략구매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작년부턴 압연기 롤을 시작으로 전극봉기어감속기 베어링 등 주요 부품에 대해 본격적인 전략구매를 실행중이다.● 전략구매 어떻게 하나=포철의 전략구매 포인트는 두가지다. 첫째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구매 입찰을 하던스팟계약을 1년 단위로 소요물량을 전망해 품목별로 가격만 정하는단가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바꾼 것. 둘째 스팟계약 때 무조건 가장낮은 가격을 써낸 회사를 공급업체로 정하던 최저가 낙찰제 대신가격 뿐 아니라 품질이나 납기 등 비가격부문도 함께 평가해 가장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이해를 돕기 위해 기어감속기를 예로 들어보자. 기어감속기는 제철소의 압연기나 컨베이어밸트 크레인 등 대부분의 기계에 들어가는핵심 동력전달 부품. 거대 장치업체인 포철의 경우 무려 6천여개종류의 기어감속기를 구매하고 있다. 단가도 개당 20만원짜리에서수천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포철은 이렇게 잡다한 종류의 기어감속기를 현장에서 구매 요청이들어올 때마다 최저가 입찰을 통해 구매해 왔다. 그러다 보니 입찰때마다 공급업체가 바뀌기 일쑤였다. 자연히 공급업체가 난립해 국내에만 38개사, 외국사(39개)까지 포함하면 무려 77개사에 이른다.그러나 포철은 작년부터 기어감속기를 전략구매하면서 공급업체 수를 크게 줄였다. 우선 기존 구매부서와 사용부서 기술부서의 인원이 공동으로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기어감속기의 97년 필요물량을추정하고 공급사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나서 공급사들로부터 각각공급 가능 품목의 견적서를 받아 평가에 들어갔다. 그 평가에선 가격 뿐 아니라 품질보증 재무상태 납기 부가서비스 등 비가격 부문의 잣대까지 적용했다. 이렇게 뽑힌 업체가 효성중공업 현대중기서영산업 봉신 등 모두 4개사. 이들 업체는 품목별로 가격만 정하고 장기 공급계약을 포철과 맺었다. 이에 따라 포철은 기어감속기가 필요하면 해당 품목 공급업체에 요청해 이미 정해진 가격에 즉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매번 입찰을 실시해 공급사를선정하고 계약을 다시 맺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어떤 효과가 있나=포철은 현재 기어감속기 이외에도 압연롤 전극봉 베어링 윤활유 등 5개 품목에 대해 전략구매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철은 연간으로 총 2백34억원의 구매비용을 절약할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수 정예의 공급사를 선정해 구매물량을 집중시키다 보니 협상력이 증대돼 보다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구매계약 업무가 크게 줄어들어 그만큼 경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기어감속기의 경우 같은 양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지난해 구매금액은 총 41억원으로 전년(60억원)에 비해 32%(19억원)가 줄었다. 구매계약 건수도 1백85건에서49건으로 대폭 축소됐다. 처음 전략구매를 적용한 4냉연공장 롤의경우 21%, 전극봉 8%, 베어링 9%, 윤활유 22% 등의 구매비용 절감효과를 거뒀다. 포철의 박금재 전략구매 팀장은 『품질개선과 하자보증기간 연장 등 부가서비스 향상까지 감안하면 전략구매의 효과는 수치 이상』이라며 『특히 공급사들의 경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품질 향상 등에 더 신경을 쓸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은=포철이 현재 전략구매를 실시하고 있는 규모는전체 구매량의 16%선인 1천2백억원어치 정도. 물론 앞으로 전략구매 품목과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원칙은 실행이 쉽고 추진 효과가 큰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것. 포철은 이를 위해 현재 30만개의 구매품목을 같은 성격의 품종으로 분류해1백77개로 추렸다. 이를 실행의 용이성과 효과를 감안해 대충의 우선순위를 정해 놓은 상태다. 이들 품목에 대해선 순서에 따라 전략구매를 담당할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전략을 짤 예정. 당장 전략구매를 실시할 품목으론 컨베이어 밸트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포철은 자체적인 전략구매가 쉽지 않은 소액다품종 정비자재의 경우 대형 중간 대리점(메가 디스트리뷰터)을 통해 전략구매를 대행토록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 강구선 포철 구매본부장▶ 포철이 전략구매를 시행하게 된 배경은.급속한 기술혁신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노무비의 비중을 크게낮췄다. 대신 상대적으로 재료비의 비중을 높여 놓았다. 이는 경영관리에서 구매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걸 의미한다.구매혁신은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의 비용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건 비용절감과함께 공급사와 상호 이익 증대를 기초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포철은 이런 차원에서 전략구매를 경쟁력 향상으로연결시키려 한다.▶ 전략구매의 핵심중 하나는 물량집중을 통한 구매력 증대라고 본다.물량 집중은 어떻게 하고 있나.기업내 서로 다른 사업부, 또는 그룹내 계열사의 구매를 한곳에서하도록 하는 통합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포철의 경우 국내외 조달과 포항 광양 두 제철소의 구매물량을 통합할 수 있다. 더 나가서는 계열사의 물량 뿐 아니라 외주 협력사의 물량까지도 통합이가능할 것이다.이런 부문별 통합 외에도 비슷한 유사 품종을 한 공급사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물량 통합도 있다. 이를 위해선 국내외 공급사와 사용현장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소싱에 대한 견해는.세계 단일시장 형성, 글로벌 네트워킹 확산, 물류 수단의 고도화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글로벌 소싱이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만약기존의 공급사가 가격과 비가격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범세계적인 공급시장으로 눈을 돌려 보다 경쟁력 있는 공급사로 바꿔야 한다.문제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공급업체를 발굴하는 데서 그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소싱의 초점은 국내 공급사의 경쟁력 강화에맞춰져야 한다. 포철은 글로벌 소싱을 하면서 국내 공급사들에 해외 우수기업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포철 구매본부의 가장 큰 목표는.구매 물량 통합을 통한 단가 계약의 적극적인 확대다. 포철은 현재총구매금액의 20%정도를 스팟계약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건수로는90%를 차지한다.이를 경제성과 효율성 중심의 단가계약으로 전환하는게 가장 큰 당면 과제다. 구매 개혁의 마지막 해로 잡고 있는 2000년까지 전략구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