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에 근무하다 정년 퇴직한 신현구씨(62)는 최근국제민박(Homestay)을 시작했다. 갈현동의 큼지막한 단독주택에 사는 신씨는 남아도는 2개의 방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세를 주는 대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빌려주기로 작정했다. 물론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부담은 됐지만 경제적으로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뛰어들었다.신씨는 이미 신고식(?)도 치렀다. 지난 6월말 국제민박개발센터인한국라보(02-817-4625)를 통해 인도와 싱가포르 학생 2명을 소개받아 12만원을 받고 2일간 재워줬다. 처음이라 다소 긴장했지만 다행히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별 어려움은 없었다. 가족들 역시 이들을 거리낌 없이 대해줘 한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다. 신씨는앞으로도 가급적이면 많은 외국인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외국인 대상 민박이 돈도 벌고 외국인들과 대화도 나눌 수있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제민박은 일반 가정집에 머물며 방문한 나라의 구석구석을 체험할 수 있는 숙박형태다. 호텔 등 일반 숙박시설에서 지내는 것에비해 다양한 생활형태와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 외국에서는 예전부터 활성화돼 있다. 특히 아침식사비를 포함한 숙식비가호텔의 20~30% 수준에 불과해 알뜰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침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영국의B&B(Bed&Breakfast)는 세계에 널리 알려진 민박 형태다.하지만 국제민박은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한국관광공사와 한국라보가 중심이 돼 외국인 관광객과 각 가정을연결시켜줬으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게다가 참여를 원하는 가정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IMF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경제사정이 나빠진 각 가정에서 돈벌이의 일환으로 민박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민박 신청자 월평균 50여곳 증가문화관광부 역시 지난 3월 숙박난 해소와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의일환으로 한국라보를 국제민박 주관단체로 선정하고 한국관광공사해외지사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오는 8월부터는 한국라보 이름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어줄 방침이다. 신형자 한국라보 사무국장은 『국제민박을 하는 곳이 이미 3천 가구를 돌파했고 요즘도 신청자가 쇄도해 월평균 50여곳씩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경제난 이후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제민박을아예 사업화한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일산에사는 주부 정은선씨다. 남편이 오퍼상을 운영해 평소 외국에 대해관심이 많았던 정씨는 지난해 8월 남편 권유로 본격 뛰어들어 외국인을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요즘은 많이 알려져서인지 일주일 내내 외국인이 거의 끊이지 않을 정도다. 이러다보니 수입도 상당해월평균 1백만~1백50만원은 족히 번다.그렇다고 국제 민박사업을 아무나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일인만큼 몇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방이다. 외국인이 편히 묵을 수 있는 큼직한 방을 준비해야 한다. 화장실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외국인들의 경우 화장실 문제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 가족들과다른 것을 쓸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 집주인이 최소한의 의사소통은 할수 있어야 한다. 영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면 무난하고일본인 관광객이 많은만큼 일어도 사용할 기회가 많다.민박요금은 대개 1인당 하루에 2만~4만원을 받는다. 정해진 가격은없고 각 가정에 따라 융통성있게 정한다. 한국라보의 경우는 3만원을 받는다. 물론 여기에는 아침식사대가 포함돼 있다. 다만 한국라보를 통해 민박을 하는 경우는 전체 수입의 15%를 수수료 명목으로내야 한다. 민박을 하다보면 관광가이드 역할을 해줄 때도 있는데이런 경우는 추가로 3만원 안팎의 일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