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 「문화 이야기(CultureStories)」란에 들어가 보면 월마트를 지탱하고 있는 경영철학 네가지를 만날 수 있다. 세가지는 서비스에 관한 것이고 한가지는 판매전략에 관한 것이다. 서비스에 관한 세가지 경영철학은 「일몰법칙(The Sundown Rule)」,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서비스(Exceeding Customer Expectation)」, 「열발짝 자세(TheTen-Foot Attitude)」 등이다.일몰 법칙이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해지기 전에 끝내라, 즉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즉각 즉각 제공하라는 것이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서비스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고객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라는 뜻이다. 이런 고객감동 서비스를 통해 반복해서 월마트를 방문하게만든다는 것이다. 열발짝 자세란 항상 고객의 열발짝내에 대기하고있으면서 고객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월마트의 경영철학 중 판매에 관한 것은 이미 유통업계에 널리 알려져 너무나도 유명한 「EDLP」전략이다. 즉 「항상 저렴한 가격에판매한다(Every Day Low Prices)」는 뜻이다.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일년에 두세번 정도특정한 이름을 내걸고 할인판매 행사(바겐세일)를 벌인다. 특히 크리스마스 전의 바겐세일은 아주 유명한데 미국 백화점의 경우 일년 매출액의 약 60%가량이크리스마스 세일에 집중될 정도다. 유통업체에 바겐세일이 필요한이유는 재고 처분을 위해서다.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 소화하지 못한 상품을 팔아치움으로써 재고를 없애자는 것이다.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은 바겐세일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바겐세일을 하면 할수록 매출액이 바겐세일 기간에 집중하고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액 증대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눈을 돌린 것이다. 특정한 기간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바겐세일을 할 바에야 매일 싸게 판매하는게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고 유통업체에도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바로 「EDLP」전략이다.월마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이 네가지 전략은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닌, 너무나 당연한 유통업의 「기본」일 뿐이다.물론 이런 경영철학이 샘 월튼이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던 70년대중반에는 거의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내용이었던 것은사실이다. 또 그만큼 혁신적이었기에 미국 중소도시의 작은 유통업체가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로 성장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월마트가 설립(1962년)된지 30년이 훨씬 지나 「매일 싸게판매」하는 할인점이 일반화되고 「고객은 왕」이라는 서비스 제일주의가 보편화된 오늘날에까지 월마트가 세력을 떨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다른 업체들도 월마트의 이런 전략을 너무나잘 알고 있고 또 나름대로 이 경영전략을 따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월마트에는 제대로 맥을 못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시스템과 마케팅력, 착한 사마리아인(성경에 나오는 인물로이웃을 도와주는 사람의 대명사)의 실천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시스템」부터 살펴보자. 월마트는 「상시 저가격」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필수라고 판단, 경비를 줄이기 위한시스템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왔다.월마트가 경비를 절감하는 부분은 크게 네가지다. △땅값이 싼 지역에 진출, 부동산 투자비를 줄였고 △인건비가 싼 노인들을 많이고용, 인건비를 낮췄으며 △전세계를 대상으로한 대량 구매와 제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구매비를 절감했고 △물류센터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자체 인공위성 및 컴퓨터시스템 도입을 통해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런 투자를 통해 월마트는 지난 10년간 매출액 증가에 맞춰 순익도 꾸준히 확대시켜 왔다.예를 들어 월마트는 지난해 12%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재고비는 단지 4% 늘어나는데 그쳤고 재고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14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서비스에도 시스템은 적용된다. 소비자들이 가장 편안하게 쇼핑할수 있는 진열대 사이의 통로 넓이가 어느 정도인지, 소비자들이 계산할 때 기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시스템으로 확보해 놓고 있다.둘째는 마케팅력이다. 월마트는 오랜 판매 경험을 통해 상품을 어떻게 진열하고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판매 추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예를 들어 연필을 그냥 낱개로판매할 때보다 연필 5자루에 지우개 하나를 세트로 포장해 판매하면 판매량이 어느 정도 늘어나고 이익률은 어느 정도 높아지는지를과학적으로 분석,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셋째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실천이다. 월마트는 환경보호와 지역사회 발전, 직원들의 복지 및 교육 등에 앞장서기로 유명하다. 여러가지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직원들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월마트는 매장이 들어간 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월마트가 국내에 진출했다해서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이 크게 타격을입지는 않을 것이란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결국 월마트 진출의 직접적인 타격은 같은 업종에서 경쟁해야 하는유통업체의 몫인 셈이다. 그렇다면 월마트에 대항할 방법은 전혀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컨설팅회사인A.T.커니의 이성용 한국지사장은 국내 유통업체가 월마트와 경쟁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의세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유통업체끼리의 협동이다. 월마트는 전세계에 3천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구매력(BuyingPower)이 엄청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구매 가격을 크게 낮출 수있다. 기껏해야 10개정도의 매장을 가진 국내 업체가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품을 구매할 때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구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상품을 구매할 때만이 아니라 물류 및 운송에서도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물류센터와 트럭 등을 공유, 물류비를 대폭 줄임으로써월마트의 저가격 정책에 대처할 수 있다. 구매와 물류를 공동으로하면 재고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는 이점도 있다. 물류센터에 있는상품을 어떤 한 유통업체가 판매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유통업체가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고를 쌓아둬야 하는 시간을단축할 수 있게 된다.둘째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와의 연합이다. 월마트는 P&G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상품 가격를 낮추고 물류비를 줄일 수 있었다. 국내 업체의 경우에도 월마트와 P&G의 사례를 벤치마킹, 유통업체와제조업체가 서로 공동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고품질의상품을 더 값싸게 판매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서로의 지분을 상호 보유함으로써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셋째는 고객 서비스와 월마트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실천을 배워 「좋은 기업」이 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월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 부문에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전략을 실행하고 서비스 부문에서는 월마트의 고객감동 경영을 철저히 따라하는 수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국내 유통업체에도 승부를 걸 마지막「카드」는 남아있다.◆ 세계화 전략많은 사람들이 월마트를 세계적인 유통업체라고 생각한다. 물론 월마트는 매출액이나 점포수로 세계 제일의 유통업체다. 월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1백92억달러. GM과 포드 엑슨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연간 국가 예산의 2배 규모인 1백65조6백억원에 달하는 큰 규모다.그러나 월마트가 규모로는 세계 제일의 유통업체임에도 불구하고월마트를 세계적인 유통업체라고 부르기엔 약간의 어색함이 있다.진출한 국가 수가 미국을 제외하고는 7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3천4백6개에 달하는 월마트의 전체 매장 중 82.3%인 2천8백5개가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미국」적인 기업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그만큼월마트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해외 진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신중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월마트의 밥 마틴 국제 사업부CEO는 한국 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4년이상 한국 시장을 조사해왔다』며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우리의 두번째 아시아 진출 지역으로 손색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월마트가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은 91년「샘스클럽」 매장을멕시코에 내면서부터다. 이후 92년 푸에르토리코, 94년 캐나다,95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96년 중국에 상륙했다. 98년1월에는 독일에 진출하면서 드디에 유럽에도 발을 내디뎠다.월마트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의고성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유통업체가 매출액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매장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월마트는 이제 미국내에서는 더 이상 진출할 곳이 없을만큼곳곳에 매장을 갖고 있있다. 미국 뿐만이 아니다.캐나다(1백44개)와 멕시코(402개) 등 북아메리카 대륙의 유통시장은 월마트가 거의 석권하다시피했다. 월마트로서는 지금이야말로적극적으로 다른 대륙으로 세력을 펼쳐야 할 때인 셈이다.월마트도 이런 상황을 인식, 올초 영업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올해 해외 시장에서 50∼60개의 매장을 더 확대할 예정이며 특히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이에 따라 올해 1월 21개의 매장을 가진 독일의 하이퍼마켓(슈퍼센터와 비슷한 유통형태)인 「베르코프」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또3개의 매장이 있는 중국에도 앞으로 2년내에 6개 매장을 더 추가할계획이라고 밝혔다.월마트의 CEO인 데이비드 글래스 사장은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세계 각 지역의 최고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성공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화를 추진함에 따라 월마트가 코카콜라나 디즈니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세계화 전략을 밝히고 있다.이런 발표를 미뤄볼 때 월마트의 세계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마트의 세계화 전략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아직까지 미지수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에서 크게성공했고 미국과 비슷한 시장인 캐나다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미국과 상황이 많이 다른 아시아나 유럽에서도 과연 성공할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A.T.커니의 이성용 지사장은 『월마트는중국 진출이 성공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이다, 실패다라고 딱 부러지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메리카대륙을 벗어나 전혀 다른 대륙을 공략한지 아직 3년이 채 안되기때문에 더 지켜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월마트가 K마트를 누른 비결월마트의 성공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K마트이다.K마트는 월마트의 뒤를 이어 미국 할인점 시장의 2위를 차지하고있다. 지금이야 연간 매출액이 월마트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지만한때는 월마트가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업계의 최고 강자였다. 월마트가 K마트를 추월한 것은 한 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긴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월마트가 어떻게 K마트의 아성을 무너뜨렸느지 잘 살펴본다면 이제는 「골리앗」이 된 월마트에 맞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하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유통전쟁에서 월마트가 K마트를 누를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의 5가지로 요약된다. △소도시 기반 △자린고비식 경영 시스템 △고품질저가격 정책 △매력적인 판매 환경 △헌신적인 종업원 등이다.우선 월마트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했던 K마트와는 달리미국의 중소도시를 공략했다. K마트는 유통업체가 생존하려면 주위에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 대도시에 매장을 냈다. 반면 월마트는 전략상 중소도시를 공략했는데 사실 전략이 아니더라도 월마트가 사업을 시작하던 때인 70년대에는 대도시에 매장을 낼만한 자금도 없었다. 월마트는 주변에 큰 유통매장이 없는중소도시 외곽에 진출, 주위 소매상과 구멍가게를 모두 흡수함으로써 급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K마트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돼 있던 도심시장을 공격했다면 월마트는 중소도시라는 새로운시장을 개척하는 편을 택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월마트가 땅값이싼 중소도시에서 구멍가게들을 상대하며 승승장구하던 반면 K마트는 임대료가 비싼 대도시에서 백화점 등과 경쟁하며 고전해야 했다.둘째, 월마트는 운영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찍부터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94년의 경우 월마트의 판매관리비는 매출액의 15.3%였던 반면 K마트의 판매관리비는 22.3%로 월마트보다7%포인트가 높았다. 여기에서 보듯 월마트의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는 경쟁업체보다 훨씬 낮다. 월마트는 회사 규모가 작을 때부터물류센터를 짓고 위성통신을 도입하며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는등 운영 경비 절감을 위한 시스템에 투자했다. 특히 월마트는 재고감축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재고를 줄이면 운반비와 창고비, 인건비등이 한꺼번에 줄어든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월튼은 「소비자를 위해서라면 단돈 1달러라도 경비를 절약한다」는 철저한 구두쇠 정신을 경영에 그대로 적용했다.셋째, 월마트는 고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원칙을지켜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시어스와 할인점인 K마트, 그리고 월마트가 한창 치열하게 경쟁하던 1970년대 중반에 3개의 유통업체는 각각 다른 상품전략을 선택했다. 시어스는PB상품(Private Brand:유통업체 고유 브랜드 상품)을 중간정도의가격에, K마트는 PB상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했다.시어스나 K마트는 PB상품을 통해 실용적인 중산층을 공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월마트는 유명한 브랜드의 상품을 저렴하게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소도시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만족할만한 가격에 구입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유명한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월마트는 어느 업체보다도더 열심히 경비 절감에 전력투구했다.넷째, 월마트는 매장 환경을 생동감있고 매력적으로 꾸미기 위해노력했다. 「편안하고 매력적인 구매 환경」이야말로 월마트가 지향하는 목표 중의 하나다. 매장 통로가 넓어 편안하게 물건을 고를수 있고 계산을 할 때도 줄을 서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야 한다. 또 매장 곳곳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행사, 예를 들면 스키용품 보관법이라든가, 음식 시식회 등이 열린다. 『월마트를 가면뭔가 배울게 있다』(이성용 A.T.커니 한국지사장)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월마트는 K마트 등 다른 경쟁업체들이 매장에 신경을 쓰고있지 않을 때 이미 매장과 구매 환경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투자를시작한 것이다.마지막으로 월마트 종업원들의 헌신적인 태도를 빼놓을 수 없다.월마트의 급여 수준은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월마트의 종업원들은 다른 어떤 유통업체의 직원들보다 헌신적이다. 월마트는 미국 소도시 시민의 미덕인 근면과 친절 등을 강조해왔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학력이 좋은 종업원을 찾는 동안 월마트는 상대적으로인건비가 저렴하면서도 교육을 통해 월마트의 철학을 전수하기도쉬운 고등학교 졸업자와 노년층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