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도 생명이 있다. 고수입을 보장하며 잘 나가던 직업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직업이 부상,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한다. 직업의 세계에서도 「지는 것」이 있으면 「뜨는 것」이 있는 셈이다.직업의 부침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다. 기술적 진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기도 하고 사회 경제적 변화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이 두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 한 직업의 생사를 결정하기도한다.IMF체제 8개월. 우리 경제가 IMF관리체제에 들어간 뒤 직업세계에도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실직 걱정을 하지 않았던 직업이 IMF라는 암초를 맞아 해고태풍에 떨고 있는가 하면 고수입이 보장되던 직업이 급기야 생존책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에 몰려있다.IMF시대 「지는 직업」의 대표격은 은행원. 사실 은행원은 공무원다음으로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었다. 그러나 부실은행의 퇴출이 이뤄지면서 은행원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은행원 불퇴출 신화」가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은행들이 경영수지개선 차원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무인점포도은행원들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현재 은행들은 무인점포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이 무인점포는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은행원의 설자리는 더욱 비좁아지게 된다.의사 변호사 등도 예외는 아니다. 고수입 전문직으로 각광을 받았던 이들 직업은 IMF한파가 본격화되면서 수입이 급감, 울상이다.자격증만 따면 취직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그렇다고 해서 의사 변호사가 완전히 지는 직업은 아니다. 사회시스템의 혁명적인 변화가 없는한 의사 변호사는 여전히 전문직종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누려왔던 직업적 위세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는 직업군쪽에 가깝다고 직업전문가들은 분석한다.IMF라는 충격파는 이와함께 뜨는 직업도 만들어내고 있다. 먼저 경영컨설턴트 창업컨설턴트 등 「턴트」로 불리는 직업의 부상이 눈부시다. 경영컨설턴트의 경우 올들어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덩달아 능력있는 경영컨설턴트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음은 물론이다.◆ IMF 암초에 ‘안정직업’ 좌초 수두룩외환 및 선물딜러도 뜨는 직업군에 속한다. 지난해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시행되고 올들어 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외환딜러는금융권 및 기업에서 「칙사」 대접을 받고 있다. 외환딜러의 판단에 따라 수천만원대의 손해를 입을 수 있고 그 반대로 이익을 낼수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애널리스트 회계사 등도 기업들의 구조조정바람을 타고 인기상승중이다.이같은 직업간 위상변화는 대학입시준비생들의 학과 선호도에서도간접적으로 엿볼수 있다. 종로학원 등 입시학원들이 올해초 조사한학과 선호도에 따르면 인문계 학생들은 경영학과를 가장 진학하고싶은 과로 선정했고 자연계 학생들은 건축학과를 꼽았다. 과거인문계에서는 법대, 자연계에서는 의대가 1위 지망학과로 꼽혔으나이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직업전문가들은 이와관련 『IMF체제이후직업 부침이 대학 입시생들의 학과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당장의 고수입보다는 장래 유망성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렇다면 21세기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미국 노동부가 지난96년 선정해 발표한 「21세기 유망직업 베스트 10」을 보면 이에대한 해답을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미국노동부는 2005년까지확실히 장래가 보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직업으로 정보검색사 유전자감식사 국제회계사 그래픽디자이너 소프트웨어엔지니어 고용전문변호사 무선통신기기판매사 노인복지사 등을 꼽았다.정보검색사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떠오르는 직업으로 각광을받고 있는 반면 의사 은행원 등은 「2005년까지」 확실히 장래성이보장되는 직업으로 선정되지 않은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직업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직업의 집단적인 위세에 의해서 수입과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시대였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집단적인 위세에 의해서 보다는 같은 직업내에서도 전문성 정도에 따라수입이 달라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미래의 직업세계에서 생존하는 관건은 개인이 얼마만큼 능동적으로시대변화에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