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GDP중 재투자에투입되는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은 것을 우려해 왔다. 투자야말로 성장의 견인차이므로 투자가 적게 이뤄진다는 것은 곧 성장률의 저하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미국의 실제 성장률은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치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90년대에 미국은 GDP의 17% 정도가 재투자에 들어갔다. 이 수치는일본처럼 30%나 투자되는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GDP의 20%를 재투자하는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그러나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남아 있는, 특정 국가 당국이 측정한 자본의움직임만을 계산하던 지난 50여년간의 통상적인 투자비율 계산방법은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적절하지 못하다. 투자라는 개념을 보다 넓은 의미로 정의한다면 미국은 실제로는 선진국 평균보다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특정 국가가 측정하는 투자라는 것에는 단지 눈에 보이는 자본의투여만이 계산에 포함된다. 공장이나 각종 설비, 인프라스트럭처,건설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것에다 미래에거둘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을 위한 비용지출을 포함시킨 것이 투자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세인트루이스 대학의 밀카 키로바와 미 국립경제연구소의 로버트 리브지는 최근 발표한 「실제투자 측정방법: 미국과 타국간의 비교(Measuring Real Investment: Trends inthe United States and International Comparisons)」란 연구에서이처럼 전통적인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는 「잃어버린」 투자에 대한 추적을 시도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네가지 요소가 여기에 포함된다.교육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익을 낳는 것이므로 반드시 투자에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교육기관과 그 시설 마련에 들어가는비용만 투자에 포함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의 아주 중대한 부분이 수치에서 누락돼 소비로 계산돼 버린다. 미국이 지난90∼94년 사이에 건물과 부대시설을 제외하고 교육에 쓴 비용은GDP의 6.6%였다. 반면 선진 12개국의 같은 기간 이 부분 평균치는5.6%였다. 눈에 보이는 데 투자된 비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3.8%에 불과했다. 연구개발(R&D) 역시 미래의 이익창출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정부의 R&D 비용은 국가회계 속의 정부소비로 잡히고 있을 뿐이다.민간부문의 R&D 비용은 단순히 생산원가 속에 포함되고 투자나GDP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은 R&D부문에서 지속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이 부분 투자액은 지난90∼94년 사이에 GDP의 2.7%에 달해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 투자비율 2.1%보다 높았다.내구소비재도 투자에 포함될 수 있는 또다른 요소다. 전통적인 생각으로는 투자는 오직 기업만이 하는 것으로 돼 있고 새 집을 구입하는 것을 제외한 가계부문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출은 소비로 계산된다. 가령 기업이 개인용 컴퓨터나 자동차를 사면 투자이고 일반가정에서 이런 물건들을 사면 소비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자동차는 기업에서 가지고 있든 가정에서 소유하건 오랜 시간동안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내구소비재를 자본으로 취급한다면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90년부터 5년동안 내구소비재부문에 GDP의 6%를 지출했다. 이에 비해 다른 선진국들은 5.4%를기록하고 있다.군비지출은 전통적으로 투자라기 보다는 정부소비로 취급돼 왔다.군비분야는 논란가능성이 큰 부문이긴 하지만 이런 지출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떤 형태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면 이것도 마땅히 투자로 계산돼야 할 것이다. 90년∼94년 사이에 미국은 군용무기류 부문에 GDP의 1.3%를 지출했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 이 부문의 평균지출은 0.5%였다.◆ 투자와 저축개념 새롭게 정의해야그러므로 이상과 같은 네가지 형태의 「투자」는 다른 곳에서보다미국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투자에 대한 전통적 방법에다 이 요소들을 합치면 미국과 나머지 선진국들 사이의 GDP대비 투자율 격차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위의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의 투자상품가격은 다른 부문의 상품과 서비스들과 비교해 볼 때 외국에서보다 더 낮은 편이다. 즉일정한 액수로 조달할 수 있는 물품과 서비스가 다른 나라에서보다더 많다는 말이다.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른 가격을 똑같은 기준으로환산해 투자수치를 따져 본다면 이상의 네가지 요소를 포함한 미국의 총투자는 12개 선진국의 총투자가 90년∼94년 사이에 평균 33%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에 약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날것이다.(도표참조) 이같은 방법으로 계산한다면 작년 미국의 투자율은 더욱 더 늘어난다. 미국의 자본 지출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만 하더라도 최근의 경제팽창 기간동안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미국의 실제투자는 아니다. 미국의 저축률도 마찬가지다. 투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면 저축이라는 개념도 새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는 소비로 취급했던 항목의 성격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자국의 낮은 저축률에 대해 더 이상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사실 미국과 외국간의 저축률 차이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문제는 미국국내의 저축과 투자 사이에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이는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자국내에서이뤄지는 여러 형태의 투자를 조달할 만큼의 저축률을 끌어올리지못하는 한 미국은 언제까지나 투자를 외국자본 유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이 연구는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투자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의 오류를 밝히는 동시에 전통적 통계수치들이 점점 중요성을 띠게 된인적자원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들을 측정에서 제외함으로써 다시 한 번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도 강조한다.이 연구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또다른 사례는컴퓨터 소프트웨어다. 미국 재무성도 다른 나라 통계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업의 지출을 전기사용료 지출과 같은성격으로 취급한다. 이를 생산원가에 포함시키면서 투자로는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그때 한번 사서 생산하는 데 써버리는 전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본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자본의 투자로 계산하지 않는 것에 대해 별로 이의를 달지 않는다.이것을 투자로 취급한다면 미국의 투자율은 또다시 늘어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미국의 지출은 정보화 기술이 덜 발전된 나라들보다훨씬 크기 때문이다.오는 9월 영국은 국가별 투자측정에 사업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출을 투자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세계는 점점 더 정보화 기술을 생산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녹슬고낡은 통계학은 정보화 시대는 커녕 철기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방법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Investigating investment」 July 18,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