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원칙을 단순한 매출 증가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두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수익원천(Profit Pool)의 확보 및 육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익원천이란 한 산업내의 가치사슬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사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기업들이 점유율 확대로얻어지는 규모의 경제와 고객 인지도 등의 효과로 인해 매출 증가가 곧 높은 수익성으로 연결된다는 가정 아래 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베인 앤드 컴퍼니는 그간 매출과 수익성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많은 사례들을 보아왔다.최고급 가죽제품으로 유명한 구치는 80년대에 매출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을 새로 개발하고 백화점 및 면세점 등을 통해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또 구치 브랜드를 시계와 향수 등 다른패션소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이런 성장전략이 구치에 빠른 매출성장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구치는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손상당했고 고급품목의 매출이 격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즉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숫자는 많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고객들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고소득 고객층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수익원천에 입각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관련업계의 전체 수익이 가치사슬상에서 각 활동들로 어떻게 분배되는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따라 자원을 전략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96년에 약 1조1천억달러 규모의 매출액과 4백4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미국의 자동차업계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업계의 매출액과 수익은 자동차 제조, 판매, 자동차 보험, 리스 등의 가치사슬상의 다양한 활동들로부터 창출됐다. 매출액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 제조와판매가 전체 매출액의 60%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수익성 측면에서는 자동차 리스를 비롯해 할부금융과 보험 등 금융관련 부문이 제조와 판매보다 훨씬 높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즉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 제조 및 판매 못지않게 파이낸싱 관련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이에 착안, 파이낸싱 부문을 강화해 왔다. 포드의 경우지난 10년간 파이낸싱을 통해 창출된 매출액은 전체의 20%에 불과하지만 수익은 전체 이익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수익원천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와 분석은 자동차 판매점들의 전략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표에서 나타나듯 중고차 판매에서 얻어지는 마진(생산원가와 판매 가격의 차액)은 신차 판매의 약 3배에 가깝다. 이를 파악한 많은 자동차 딜러들은 중고차 판매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올바른 전략인가.수익원천을 좀더 심도있게 관찰한 경영자라면 자동차 리스 사업이누리고 있는 높은 수익성에 주목할 것이다. 리스사업의 높은 수익성 때문에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리스부문을 확대해 왔다. 이 결과 그간 3년 내지 5년 단위로 리스됐던 자동차들이앞으로 다량 회수돼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중고차시장은 공급 초과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고차 시장의 이런 미래를 간파한 일부 대형 자동차 판매업체들은 이미 중고차 판매를 축소해 가면서 고객 접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파이낸싱 사업의 자금조달 부문으로 진출하려고 모색하고 있다. 이런 수익원천의 시사점을 깨닫지못한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업에서 수익이 나는지 이해해야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수익원천의 확보 및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익원천을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변화가 끊임없이 큰 폭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완화와 신기술 도입,신규 경쟁자 출현 등으로 격동기를 겪고 있는 산업에서는 변화가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예를 들면 금융산업에서 온라인 뱅킹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경쟁자를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20년전만 해도 고객은 은행창구에서 은행직원과 직접 대면해 자신의 업무를 처리했다. 이제 고객은 집에서 인튜이트(Intuit)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신용카드와 은행계좌 조회 등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튜이트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은행의 새로운 경쟁상대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은행의 수익원천에 지각 변동을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 수익원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기술의 변화를 예측하고 고객의 행동을 분석해 산업내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선도업체의 수익원천 확보 방안수익원천을 관리하는 방안은 업계를 리드하는 선도업체냐, 뒤따라가는 후발업체냐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선도업체의 경우에는 수익원천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주요 부문에서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장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핵심기능에 대한R&D(연구개발)와 브랜드 구축 등의 분야에 경쟁자의 배 이상되는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업계의 경우를 살펴보자.표에서 보면 우선 하드웨어에 비해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가 월등히 높은 수익성을 누리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는 이런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선도업체들이 자신의 핵심역량을 위주로 진입장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기는매우 어렵다고 할수 있다.둘째로는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산업계의 가치사슬에는 서로 다른 분야의 사업자에게도 큰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한 시장이 존재한다. 선도업체들은 주요경쟁업체의 가치사슬상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면서 수익원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인텔은 가치사슬에 걸쳐 있는 여러 업체들의 수익성을 관리, 통제한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인텔은새로운 기술의 칩이 개발될 경우 새로운 칩으로 인한 수익을 새기술에 맞춰 PC를 생산하는 PC제조업체와 나누고 있다.이 뿐만 아니라 인텔은 PC제조업체의 원가절감을 지원하면서 이런원가절감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가격인하를 요구한다. 가격인하에 따라 PC 수요가 증대되고 결과적으로 인텔의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의 수요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후발업체의 수익원천 확보 방안후발업체의 수익원천 관리 역시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선두업체가 길을 만들어 놓으면 의도적으로 바로 그 뒤를 쫓아가는 것이다. 사실 마진이 적은 산업에서 선도업체가 되기보다는 마진이높은 산업의 후발업체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후발업체의 두번째 방법은 선도업체가 발견하지 못했거나 개발하지않고 있는 새로운 잠재 수익부문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역시 수익원천 및 수익구조를 깊이 이해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이사를 할때소형트럭을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유홀(U-Haul)이라는 회사는 고객들이 트럭 대여 비용에는 매우 높은 가격 민감도를 보이는 반면일단 트럭 대여업체를 결정하고 난 뒤에는 이삿짐을 포장하는데 쓰는 상자나 포장도구, 이삿짐을 보관해두는 창고 대여 등 부수적인물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가격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사실을 발견했다. 트럭을 대여할 업체만 결정하면 나머지 부수적인상품이나 서비스는 그대로 트럭 대여업체로부터 구매하는 것이다.즉 이사 관련 업계의 매출은 주로 트럭 대여에서 발생하지만 수익은 대부분 부가 서비스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유홀은 이런 수익구조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트럭 대여 비용을과감히 인하, 고객을 유인하는 한편 마진이 높은 부가 서비스 및물품 판매를 늘림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반면 유홀의 경쟁사들은 이사 관련 업계의 주요 사업부문이라 여기고 있는트럭 대여로부터 최대한의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가격 정책을 취함으로써 결국은 경쟁에서 뒤지고 말았다.이외에도 어느 고객계층을 집중 공략하고 어떤 유통채널을 활용해야 하는지 등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도 수익원천은 전략적으로활용될 수 있다. 또 인수 및 합병전략의 대상을 선정할 때도 수익원천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매출 위주의 시각에서 과감히 벗어나 수익원천에 입각한 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때로는 기존의 개념이나 정책과 정반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성장이 눈에 보이는 부문에 대한 투자를 뒤로미루고 수익원천은 풍부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화려하지않은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해야할 수도 있다. 또는 기존의 주요고객이나 상품을 무시하고 좀더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판명된 새로운 고객계층이나 상품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홀의 경우처럼 한 부문의 마진을 줄임으로써 다른 부문의 수익 창출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