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개월만에 1억원 목표 초과달성, 앞으로 8년간 10억원을 모아….』지난 5월 언론에 드러난 서울 모세무서 8급공무원 뇌물노트의 한대목이다. 공직자비리의 다소 극단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공무원들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 갖가지 형태의 부패상을 노출하고 있다.게중에는 사법적 단죄까지는 안가더라도 공복으로서 얼마든지 도덕적인 비난이 가능한 사례들도 많다. 검찰과 감사원의 자료를 토대로 공직자들의 무너진 기강실태를 알아본다. 참고로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된 국가기관의 문제점은 총 6천4백49건에 이르며 7백70명의공무원이 징계나 문책을 당했다. 또 감사원에 의해 고발당한 공무원만 해도 3백56명에 이른다.● 부처이기주의와 예산남용 = 대표적인 사례는 필요없는 예산을신청, 이를 방치하거나 용도외로 사용하는 경우다. 이같은 행태는올해 예산을 타내야 내년에도 그만큼의 예산을 타낼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재경부,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은 97년예산편성시 전산장비임차료 등으로 82억원을 타냈지만 실제사용예산은 그 반에도 못미치는 36억원에 그쳤다. 이들은 또 집행잔액 대부분을 업무추진비, 여비등 소모성 경비로 전용하거나 불용처리해예산의 비효율적 집행을 가져왔다.경찰청은 2천9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찰종합정보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청까지만 주전산기를 배치해도 업무에지장이 없는데 이를 전국 2백25개 경찰서까지 설치하려다 5백3억원의 예산낭비가 예상된다고 지적받았다.해양수산부의 경우 99년에나 집행가능한 부산가덕항건설에 따른 어업손실보상금을 97, 98년 예산에 반영, 4천1백억원의 편성을 요구했다. 이렇게 타낸 예산을 연이자율 1. 5%의 저리로 부산수협등4개 조합에 예탁,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을 가져왔다. 이밖에 서울시는 95년부터 97년까지 중앙행정기관으로부터 삼풍백화점사고복구등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은후 집행잔액 39억원을 반환하지않았다.정부출연연구기관은 더욱 심각하다. 정보통신연구원등 국책연구기관들이 97, 98년에 자체수입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가에서과도하게 타간 예산은 7백77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 예산의 많은부분은 연구와 관계없는 직원들의 편법적인 임금인상이나 심지어술값 등으로 써버린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금 편법·과다인상= 최근 수년간 과다임금인상으로 지탄을받은 사례들도 많다. 한국은행은 94∼96년 3년간 임금인상률이39∼62%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임금인상은 공기업과 산하기관에가면 극치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이 편법적으로 연월차수당을 지급한 액수는 3백2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년간 정부출연 연구소 전체의 과다복지에 들어간 예산만도1천9백억원대에 이른다고 최근 감사원은 지적했다.● 방만한 예산운영 및 조직관리 = 이 부문의 대명사는 공기업이다. 97년말 현재 공기업의 자산규모는 5백42조원인데 반해 지난해부채규모가 4백54조원 규모로 지난 4년간 2. 4배 증가했다. 특히이들 공기업은 설립목적과 다른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자회사와 모회사의 동시부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공기업 모회사의 인력은 2천명 감소한 반면 자회사는 2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또 이 기간동안 5조원 가량의 임금을 과다인상한 결과 공기업의 평균임금인상률은 68. 9%로 민간기업의 44. 5%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기업들은 자회사에 대한 무담보 대출,지급보증 등을 통한 동반부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토지공사는 한국토지신탁에 4천억원, 성업공사는 대한부동산신탁에1천3백17억원을 지급보증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한부동산신탁의 황선두전사장과 한국부동산신탁의 이재국전사장은 각각 5백50억원과 9백59억원을 특혜대출, 회사를 부도직전으로 몰고 간 것으로밝혀졌다. 특히 한국부동산신탁은 자본금이 70억원인데 현부채규모는 1천억원선에 이르고 있어 공기업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직무관련 향응 및 금품수수행위 = IMF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건설업자들 사이에는 『모시의 주택관련과장 일년만 하면 평생 먹고살 것을 마련할수 있을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아파트허가와 직결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규제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뇌물이 오간다는 얘기다,이를 입증이나 하듯 지난달 17일 용인시장 윤병희씨와 주택과장 신계철이 아파트사업승인과 지목변경 등과 관련, 각각 7천만원과 5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구속됐다.그러나 이같이 직무와관련. 금품을 제공받은 행태는 하급공무원들에게 더욱 심각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관급공사설계감리 담합입찰과 관련. 지난해 소액의 금품을 제공받은 지방공무원을 일거에 7백명을 적발한 바 있다.지난해 산업은행 모지점장과 같은 지점내 모차장은 대출을 조건으로 각각 1천1백만원과 2천9백만원을 사례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밖에 병무관련 금품수수행위는 이루 헤아리기 힘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3일 병무청 모병연락관 원용수 준위에게 뇌물을 건넨 1백36명의 명단에는 전광주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해 전현직 공무원이 다수 들어 있었으며 12명의 병무청직원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중 병무청 감사담당관 우용길씨가포함돼 있어 국가기관의 자체감사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납세비리 = 국세청은 지난달 23일 새정부출범이후 비리를 저지른 직원 2백70명을 적발해 이중 1백5명은 공직에서 추방하고1백65명은 정직-감봉 등 징계처분했다고 밝혔다. 세금전문가인 이들이 뇌물을 받는 방식도 고도화돼 수표를 받거나 통장을 통한 거래는 거의 하지 않는다. 관계자들은 『이들은 전문 중개자를 두고거래를 하고 있어 적발되는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고말했다.● 직무태만 = 남양주시에서 조그만 땅을 소유하고 있는 김모씨는지난해초 농지전용을 하기 위해 의뢰서를 시 건축과에 제출했다.그러나 시로부터 응답이 없었다. 이 기간중 법이 바뀌어 김씨는 농지전용을 하지 못하게 됐다. 감사결과 남양주시 건축과 지방건축주사보 안모씨가 특별한 사유없이 자신의 서류함에 1백9일 동안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그런가하면 지난해 서울대, 부산대, 충북대등 국립대학병원들은C/T검사료 9억2천만원을 보험자부담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의료보험환자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으로 드러났다. 올 4월에는 방배경찰서직원등 14개 기관공직자 25명은 지난해말 업무시간중 골프를 치다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말 감사원의 토지관련 불법, 무질서 특별감사에서는 모두 3천7백61건이 자체적발된후 조치하지 않는등의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퇴직금 / 연금 산정 방안 놓고 '집단 이기주의' 폭발공무원들의 제몫 챙기기는 지난 5월에 집단적으로 나타났다. 올해1조2천억원의 실업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직급별로 10∼20%씩 임금을 삭감했으나 막상 일시금(퇴직금)과 연금산정기준에는 삭감이전의 임금을 적용한 것. 이에따라 올해 퇴직하는 공무원들은 연금과퇴직금에 있어서 임금삭감에 따른 불이익을 전혀 받지않을 뿐만 아니라 장차 퇴직할 공무원들도 올해 연금분은 손해를 보지않게됐다.이같은 방안이 나오기까지 정부내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빚어졌다.당초 「중앙 및 지방공무원 수당규정」개정안을 입안했던 행정자치부는 연금과 퇴직금산정시 삭감이후 기준을 적용키로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각 부처들로부터 의견을 타진해본 결과 반대여론이 빗발쳤다. 민간에서도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받는 마당에 공무원들만퇴직금을 깎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행정자치부는 국무총리실에 조정을 의뢰했다. 총리실은 일단 퇴직금 산정은 삭감이전의기준을 적용하고 연금은 삭감이후의 기준을 적용하자는 절충안을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방부에서 들고 일어났다. 연금에 대해 상당한 집착을 갖고있는 군인들이 집단으로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행정자치부의 완패로 이 사안은 마무리됐다.그러나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국민들의 혈세가 가구당 1백만원이상 투입되는 마당에 공무원들의 이같은 집단이기주의는 도를 지나쳤다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