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인기 높은 신랑감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공무원만큼중매가 많이 들어오는 직업도 없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기업의사장 아들보다는 낫다는 신부들의 생각이다. IMF 이후 달라진 직업의 세계. 결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인기 탤런트 황신혜가 두번째 결혼을 한다. 남자는 미국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국내에 돌아온 박민서씨. 그의 직업은 금융컨설턴트이다. 황신혜의 첫번째 남편은 패션업체 에스콰이아 사장 아들 이정씨였다. 얼마전 에스콰이아 그룹은 해체되었다. 반면 금융 컨설턴트는 금융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라 가장 바쁘고 인기 있는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황신혜가 남편을 고를 때 직업만을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그녀는 국내 경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요즘 여성들이 기업 회장의 아들을 최고의 신랑감으로꼽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불과 몇해전만 해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웬만큼 탄탄한 기업이 아니면 회장 아들도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방배 결혼연구원 차일호 원장(55)은 결혼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의남편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한다. 『불과 4~5년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증권사 신랑감을 요즘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은행원도 물론이구요. 오히려인기가 바닥이었던 공무원 교사 직업군인은 상종가를 달리죠. 벤처기업도 인기가 있어요.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소개하면 싫어하지만벤처기업 대표라고 하면 솔깃하죠.』「사」자 신랑감의 인기도 IMF 이후에 많이 변화했다. 최고의 인기신랑감이었던 성형외과 의사는 경기 침체로 손님이 떨어지자 인기가 급락했다고 한다. 오히려 비교적 경기를 덜타는 산부인과 의사를 신랑감으로 많이 찾게 되었다. 한밤중에도 호출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 다른 여자의 은밀한 곳을 다루는 산부인과 의사는 의사중에서 가장 기피하는 신랑감이었다.◆ 최고 신부감은 알뜰한 최진실법조계에서는 변호사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변호사들의수입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반면 판·검사는 여전히 일등 신랑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박사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가장 인기가 없는 박사는 취직 못한박사. 결혼 상담소 업계에서 「물박사」라고 부르는 이들은 결혼하려면 먼저 취직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재혼하는 여성에게 대기업 이사는 최고의 배우자였다. 하지만 「이사 목숨이 파리 목숨」인 요즘 대기업 이사는 최악의 배우자가 되었다.IMF 이전에 대기업 회사원은 「가장 무난한」 신랑감이었다. 하지만 결혼 대행업체 선우이벤트에서 IMF 이후에 실시한 배우자 직업인기도 조사에서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1위는 전문직(27%)이었고2위는 놀랍게도 공무원(26.3%)이었다. IMF 이전의 조사에서는 인기도가 불과 2.8%였던 것에 비해 10배가 상승한 결과이다.신부감에 대한 조사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가 예쁘거나 심성만 고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아내의 직업은 「상관없다」고 응답한 남자가 5.2%에 불과한것이다. IMF 이전의 16.2%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응답이다. 「전업주부」를 원하는 남자의 비율은 조사에서 1%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살림을 하면서 애들 잘 키우는 여자는 더 이상 인기 있는 신부감이 아닌 것이다. 전문직(45%)이 1위, 교사(17%), 공무원(15%)순으로 나타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아내가 인기가 높은 것으로나타났다.배우자로 가장 이상적인 연예인 조사에서도 남자들은 「김혜수보다는 최진실」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섹시한 김혜수보다는 저축왕으로 표창까지 받은 알뜰한 최진실이 IMF 시대에 이상적인 신부감이라는 얘기다.남자 연예인은 한석규가 꼽혔다. 「화려하지도 않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는게 선정 이유이다. 부도날 염려 없는 꾸준한 인기가 신랑감으로 높은 점수를 받게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방배결혼연구원의 가장 오래된 회원인 K양(30). 벌써 3년째 등록된회원이다. 그녀는 처음 회원으로 등록할 때만 해도 금융권 남자들과 맞선을 봤지만 요즘은 주로 교사를 상대한다. 「적어도 선생님들만큼은 정리해고는 당하지 않겠지」하는게 그녀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