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은 세계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공급과잉과 가격 인하 압력, 기술 혁신의 부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있다. 소매업체들은 공급과잉을 이용, 제조업체들에 가격 인하를요구하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창고와 재고 유통 등 물류 관련 비용이 급증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공급과잉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으며 이로 인해 가전업체들간의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전세계 1백40여개국에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월풀은 90년대초공급과잉 상황에서 시장 리더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매출 증대를 이루기 위해 전략을 재정립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가전제품의 경우 업체들간의 연구개발 노력이나 기술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성능에서 다른 업체보다 뚜렷하게 앞선다는 것은 여간어려운 일이 아니다. 설령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인다 하더라도 경쟁업체들이 금방 모방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결국 그 제품이 그제품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이런 상황을 인식한 월풀은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물류 부문으로 눈을 돌렸다. 물류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해 노력하는과정에서 월풀은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소매업체들이 제조업체에 바라는 첫번째요구는 주문한 물건을 제 시간에 하자없이 배달해주는 것이었다.◆ 정시 배달률 1백% 달성 목표소매업체들이 요구한 정시배달은 월풀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체들이추구하는 물류 전략의 요체라고 할수 있다. 월풀은 92년 정시배달률을 높이기 위해 품질 촉진 프로그램(Quality Express Program)을도입했다. 월풀은 품질 촉진 프로그램의 하나로 미국 남동부 지역의 운송 및 배달 업무를 제3자 물류 전문업체에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정시배달률 1백%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문지식을 보유한 우수 인력이 상당수 필요하다. 월풀은 핵심 기능이 아닌 물류 부문에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원가 대비 이익을 따졌을 때 효과가 낮고 실효성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월풀은 규모면에서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운송과 배달에 관한 노하우와 전문 지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켄코 로지스틱스를 물류 파트너로 선정했다. 켄코가 맡은 일은 월풀의 공장과 월풀이 운영하고 있는 8개의 지역 유통센터, 그리고 소매업체들 사이를 오가는트럭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월풀과 켄코의 제휴 관계에서 특이한점은 운송 차량 및 관련 장비는 모두 월풀이 제공하고 켄코는 소프트웨어라고 할수 있는 운영과 관리 및 인력 제공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켄코는 자산 투자에 대한 부담없이 운영만 잘하면 되고 월풀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만 제공하고 운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두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전략이었던 셈이다.켄코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을 위해 트럭 운전사들이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설치하고 교환해주는 일까지 처리할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에따라 월풀은 제품 설치를 위해 투입됐던인력을 다른 부서에 재배치할 수 있었다. 월풀과 켄코는 배달 상황과 운전사의 성과를 추적하기 위해 첨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트랙터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각 차량의 운전사는 운송 경로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이와 동시에 운전사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는 차량의 시스템에 입력된다. 배달을 끝내고 돌아온 운전사는 이 정보를호스트 컴퓨터에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수시로 분석돼 운전사들의 생산성 증대와 효율적인 운송 경로 개발 등에 이용된다.이런 노력을 통해 월풀은 24시간내 배달이라는 획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정시 배달률이 92년 85%에서 97년에는 99.9%로 상승,소매업체의 만족도도 올라갔다. 원가가 절감됨에 따라 매출액 대비이익률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