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위권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A건설 김모 상무. 플랜트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인말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올해들어 조직축소로 임원자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부하직원들도 공사물량 부족으로 40%이상 떠났다. 김상무는 감원한파에서 벗어났지만 연봉은 1/3이나 줄어들었다. 월급과보너스를 합쳐 6천만원정도 받다가 4천만원대로 떨어졌다. 7백%의보너스는 전액 삭감됐다. 그나마 연간 7백만원 가량의 업무추진비가 제대로 지급되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최근 기업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임원들의 입이 「뾰루퉁」하게 나와 있다. 사석에서는 『임원들이 동네북이냐』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이미 임원들은 고통을 앞장서서 분담하라며 임금이대폭 깎였다. 삼성그룹은 20% 삭감했고 대우그룹도 15%를 줄였다.김상무는 「S대 상대를 졸업하고 20년간 회사를 위해 일해 온 결과가 이것뿐이냐」라는 자괴감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권한은 적고 「책임」만 지는 자리가 임원들의 현주소라고 소개한다.기업이 위기를 맞았을때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사기를올려 고비를 넘기는 미국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파산직전의 기업을기사회생시킨 전문경영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크라이슬러사를 회생시킨 아이아코카 전회장과 월트디즈니사의 옛영광을 회복한 아이스너회장 그리고 GE를 세계최우량기업으로 변신시킨 잭웰치회장 등이 자주 회자되는 전문경영인들이다.이들의 성공이면에는 「스톡옵션」이라는 당근이 존재했다. 회사와개인의 성공을 연결시키는 보상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다. 체계적인 보상시템으로 전문경영인들은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면 천문학적연봉을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씨티은행과의 합병을 발표한 트래블러스그룹의 샌포드 웨일회장은 지난해 무려 2억3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기본급은 7백만달러지만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억만장자가됐다. 월트디즈니사의 아이스너 회장은 지난 96년 1억9천만달러의연봉수입을 올렸다. 역시 스톡옵션이란 마법덕분이다.국내에서도 일부회사가 스톡옵션을 도입하고 있다. 에넥스 제일화재 등 7개사가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이들회사는 중장기발전계획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활용한다. 경영성적이 좋은 전문경영인들에게 포상의 하나로 제공하는 미국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주방기구 제조업체인 에넥스는 지난해 9월 임원 6명과 직원 1백30여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2000년 9월부터 1년동안 회사주식을1만5천원에 살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 것. 법무팀 정형진 과장은『임금을 보전하고 임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제공했다』고 설명했다.스톡옵션 덕택에 미국 전문경영인들과 신입사원간의 연봉은 하늘과땅차이. 96년 미국 대기업 사장의 평균연봉은 5백78만달러로3만5천달러를 받는 대졸신입사원의 1백65배였다. 반면 1996년 한국의 사장들 평균임금은 1억원으로 1천5백만원을 받은 대졸신입사원의 7배였다. 일본은 2천7백64만엔과 2백80만엔으로 10대 1정도다.◆ 공헌도에 맞는 인센티브제도 도입해야 도약서울대 경영대 조동성교수는 한미일 3국의 전문경영자간 임금격차를 역할 차이에서 찾고 있다. 즉 한국과 일본의 사장들은 품질을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등 효율성 향상에 관심이 많지만 미국사장들은 향후 발전방향 등 전략적 의사결정에 역점을 둔다.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은 회사가 순익을내면 자기몫을 주장하고 최고경영진들이 가져가는 성과는 줄어든다. 반면 전략적 의사결정은 직원들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이들의반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거액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세계적인 조직인사 컨설팅업체인 타워스 페린의 박광서 한국지사장도 『전문경영인들이 기업가치 창출에 미치는 기여도는 일반사원들과 같을 수가 없다』며 『이들의 공헌도에 걸맞은 인센티브시스템을 만들어야 구조조정이후 국내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사장은 특히 「재벌총수」들이 전문경영인들을 자신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도전세력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고충고한다. 전문경영인들이 회사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대주주들도 주가상승에 따른 자본이득과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구조조정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전문경영인들에게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제도를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고병우 동아건설 회장「2001년 7월10일부터 1년간 2천5백92원에 주식 10만주를 살 수 있게함」.지난 7월10일 동아건설 임시주총에서 통과된 내용이다. 회장으로취임한 고병우 전건설부장관의 스톡옵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고회장은 동아건설을 맡아 회생시켜달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경영전권을 행사하고 3년후 주식 10만주를 살 수 있는 옵션을 달라고 제시했다. 즉 경영이 정상화되면 4월9일부터 7월9일까지의 종가평균가격인 2천5백92원에 10만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대신 보너스 등은 받지 않기로 했다. 고회장이 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4백%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1백50∼2백%로 낮추는 등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회복노력이 순탄하게 진행돼 주가가 오를수록 고회장은 이익을 본다. 만약 동아건설의 주가가 3년후 2만원으로 회복된다면 고회장은 17억4천80만원[(2만원-2천5백92원)×10만주]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그러나 고회장이 3년안에 동아건설을 떠나면 무효가 된다.고회장의 스톡옵션제의에 대해 동아건설 임직원들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전문경영인 영입조건이라 우선 신선하다』며 『회사회생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다시 살려놓겠다는 강한 애착이 엿보인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