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 6월의 산업활동이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면에서 사상 최악이다. 수출도 7월말 현재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장 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 실적이 하나 둘씩밝혀지고 있다. 소비와 투자의 감소, 수출의 정체, 상반기중 상장사의 기업 이익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최근 정부가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통화와 재정을 풀겠다고 밝혔으나 이것으로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막고 나아가서 경기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얼마전에 금리가 떨어지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로 30% 정도의 주가 반등이 있었으나 엔화의하락으로 다시 떨어졌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재무위험이 낮은 몇개기업만을 선택하여 일정한 주가 범위 안에서 사고 팔고를 되풀이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먼저 상반기중 업종별 경기 동향을 상장회사의 영업실적과 관련하여 정리해 보자. 내수 중심 업종중에서는 특별한 품목 몇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판매량이 줄어드는 심각한 불황에 들어가 있다. 판매량이 늘어난 품목은 라면, 할인점, 도시가스 정도다. 라면은 소득이 줄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할인점 역시 백화점의 매출 감소와 좋은 대비를 보인다. 도시가스는 보급이 진행중인 단계여서 증가속도는 과거보다 못하나 약간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다음은 수출인데 올해 상반기중 한국의 총수출은 지난해에 비해0.8%(금 제외)정체를 보였다. 수출물량은 40% 급증했는데도 수출단가의 20% 하락으로 금액으로는 답보상태였다. 그래도 원/달러 환율이 작년보다 평균 70% 올랐기 때문에 원화 표시 매출은 70% 내외늘어난 셈이다. 주요 품목만 보면 상반기중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철강제품(32.4%), 석유화학(11.8%), 섬유제품(9.0%), 일반기계(8.8),반도체(1.6%) 등이다. 조선의 경우는 주가 측면에서는 수출 실적보다도 수주량이 중요한데 상반기중에 수주액이 84%로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수출이 줄어든 품목은 섬유직물(△11.9%),자동차(△5.8%) 등이다.지금 한국 경제에서 최대의 관심대상은 월간 경상흑자 규모다. 만약 월간 경상 흑자가 지금의 30억~40억달러에서 10억달러 이하로떨어진다면 한국은 다시 매우 불안한 상황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수출의 동향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7월의 수출 동향은 좋지않은 신호를 보이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수출의 동향이 최대의 관건이다. 우선은 수출 비중이 높으면서 동시에 원재료의 내수 비중이 높은 회사를 찾아야 한다. (표참조)올하반기 경기 역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수출물량이 40% 가까이 늘어나는데도 내수가 너무 죽어 제조업체의 가동률은 65%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재고율은 1백20%대로 사상 최고 수준에 있어 재고를 처분하는데 적어도1년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연말까지 실업률은 계속 올라갈 것이며, 원/달러 환율이 1천2백원대로 떨어져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에 정부가 경기의 심각한 불황을 막기 위해 통화와 재정을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이 하반기의 경기 불황을 완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유동성 장세 위력 제한적먼저 금리 인하의 효과를 살펴보자. 금리 인하가 실제 기업의 고정비를 줄이려면 금융 시장에서 자금이 자유롭게 흐르면서 금리가 떨어져야 한다. 지금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위험을 통제하기위해서 정부가 금융시장 곳곳을 직간접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그룹사중 어려운 회사는 협조 융자나 워크아웃(Workout)에 넣어 자금 관리를 하고 있다. 부실 은행 5곳을 인수하면서 부실은행과 거래하던기업들 역시 향후 5개월까지는 기업 신용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또 앞으로 지금까지 정리한 금융기관보다 비중이 훨씬 더 큰 기존대형은행이 부실 채권을 정리할 것이므로 연말까지 기업 신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어렵다. 즉 기업의 위험이 시장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서 자금 거래가 일어나면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위험 정도를 실사중이거나 기업 정리가 유예된 상태에서 일부 시장에서만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가 통화를 풀어 금리가 더 떨어지더라도 이 자금이 시장을 통해 기업으로 자유롭게 흘러가기 보다는 관리된 시장에서 관리된 금리로기업에 흘러갈 가능성이 더 크다.적자재정 확대효과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실업의 증가다. 이번의 적자재정 확대가 경기를 지원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이다. 물론 실업 자금의 지원이 내수로 연결되겠지만 그 효과는 생활필수품으로 한정될 것이다. 오히려 걱정되는것은 일본의 경우처럼 한국도 소득이 주는 가운데 저축이 더욱 늘어 본격적인 디플레로 들어갈 가능성이다. 재정의 효과가 제대로나타나려면 일단 실업률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한편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국면을 지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이런 상황에서 지난 며칠 동안 주가가 제한적으로 상승하다가 일본의 엔화가치 하락으로 다시 하락했다. 그 때 주가 상승을 예상했던사람들의 주장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일본이 총리가 바뀌면 어쨌든개혁을 빨리 할 것이고, 또 하나는 금리가 떨어지므로 유동자금이주식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후자는 소위 유동성장세론으로 연결된다. 유동성 장세란 실물경제의 경기사이클이 불황의 골을 지나고 있을 때, 경기 회복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통화를 풀어 통화량의 사이클이 상승하면서 두 사이클이 교차하는 시기에 발생하는 주가 상승을 말한다.유동성 장세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도라는 위험이 적어야한다. 지금처럼 기업의 정리가 유예된 상태에서는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 주가가 올라가더라도 잠재된 위험이 현실화될 조짐을보이면 주가는 다시 출렁이게 된다. 이럴 때의 투자전략은 재무 구조가 건전하고 어느 정도 실적이 밑받침되며, 투명성이 높은 몇개기업만을 선정하여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고 팔고를 되풀이하는 것이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