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에서는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물류에 대해서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언제든지 다른 기업과 협력할 준비가 돼있습니다.』동원산업(주) 강병원사장은 물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물류가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부문이 아닌한 서로간의 제휴를 통해 물류비를 줄이고 물류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게 강사장의 「물류소신」이다.물류는 동원산업의 여러 가지 업무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있다. 물류는 분명 동원산업에 매출액을 가져다주는 핵심 사업분야는 아니다. 그러나 물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동원산업에 있어서 물류는 상품의 질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동원산업이 생산하는 식품은 보관 방법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눠진다.첫째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통조림과 음료, 먹는 샘물 등이고둘째는 5℃에서 보관해야 하는 김치류와 육가공류, 어묵 등 냉장식품이다. 셋째는 영하 20℃에서 보관해야 하는 냉동식품, 넷째는 영하 50℃에서 유통되는 참치회다. 특히 냉장, 냉동식품은 운반 과정에서도 적정 온도로 유지돼야 하는데 온도 관리가 잘못되면 제품의질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게 된다.동원산업은 물류가 갖는 이런 중요성을 인식, 88년부터 물류 개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물류관리팀 신현권부장은 『상온 식품만생산하다 88년부터 냉장 및 냉동식품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며 『냉장 및 냉동보관이 필요한 식품을 취급하게 되자 물류 과정을 개선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한다.88년 이전까지 동원산업에는 물류라는 개념은 없었다. 판매관리부에 물류과가 있긴 했지만 실제 물류는 영업사원이 담당하고 있었다. 영업사원이 물건을 차에 싣고 소매점을 돌아다니며 마케팅도하고 물건도 날라다 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냉장, 냉동식품을 판매하게 되자 영업사원이 작은 트럭을 몰고 다니며 물건을 배달하는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96년이후 물류 소프트웨어 개발 박차동원산업이 물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88년 당시에는 물류를 다른기업에 아웃소싱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아웃소싱이란 개념이워낙 낯설기도 했지만 냉장과 냉동 물류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있는 물류 전문기업도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동원산업은 스스로시간과 노력 자본을 투자하며 물류 시스템을 갖춰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냉장차와 냉동차 등을 확보하면서 영업사원들의 업무에서 물류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92년에는 기존 판매관리부에서 물류과를 완전 분리, 물류부로 승격시켰다.93년부터는 광역 물류센터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각지역의 영업소마다 작은 창고와 자체 트럭을 보유하고 개별적으로 재고 관리 및배송을 담당해왔는데 이 영업소 창고를 통합, 주변 지역을 모두 관할할 수 있는 광역 물류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부장은『물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거점이 있어야된다고 판단, 대전을 시작으로 95년까지 전국에 8개의 물류센터를마련했다』고 말한다.2년간 영업소 창고를 통폐합하면서 물류 거점이라는 물류 하드웨어를 확보하는데 주력한 셈이다. 광역 물류센터 확보를 통해 당시 동원산업은 36억원 가량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96년부터는 물류 소프트웨어 정비에 나섰다. 제품을 하역, 보관,운반하는 전과정이 잘 연결되도록 정리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분야를 찾아 업무를 개선했다. 예를들어 96년 1백32명이었던 물류관리직원을 97년까지 1년동안 88명으로 줄였다. 88명의 인원 중에서 본사 물류관리팀 직원은 단지 10명뿐이다. 신부장은 『인원을억지로 줄인게 아니라 자연 감소가 있을 때 충원하지 않고 인원 정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한다.이와함께 실제 판매량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의 제품만 물류센터에보관함으로써 재고 관리비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또 제품 수배송을 중앙에서 관리, 트럭이 빈채로 돌아 다니는 것을 최소화하고 배송 경로를 조정, 적재율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통해 수배송 비용도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또 하역 업무의 일부와 수송 업무를아웃소싱하고 트럭도 연간 계약으로 외부에서 빌려 썼다.동원산업은 이런 물류 효율화 추진 과정에서 물류비를 더 줄일 수있는 방법은 공동물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다른 기업 물류대행사업도 추진강사장은 『같은 슈퍼에 서로 다른 회사의 트럭이 각각 물건을 반정도만 채우고 와서 물건을 내려놓고 빈 차로 돌아간다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에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소비재 제품을 취급하는 제조업체들과 물류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이 결과 지난해 레스코라는 공동물류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지난해 1월 설립된 레스코는 동원산업이 34%를 출자하고 애경산업과 삼양사가 각각 19%, 대한통운이 18%, 일본의 미쓰비시상사가10%를 출자했다. 강사장은 『이제 동원산업과 애경산업, 삼양사의제품은 한 유통센터에 보관되고 같은 트럭에 실려 운반된다』며 『이런 공동물류를 통해 대략 20% 정도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레스코를 설립함으로써 동원산업은 장기적으로 물류를 두가지 경로로 분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냉장, 냉동식품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동원산업의 자체 물류관리팀이 담당하고 상온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식품은 모두 레스코에 위탁할 계획이다. 현재는 레스코가 물류센터를 의정부와 용인의 양지 등 두 지역에만 가지고 있어 수도권 부근에 배송되는 물량만을 담당하고 있다.김종성 레스코부장은 『올 11월에 부산에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물류센터망을 확보하면 상온에서 유통되는주주사들의 모든 제품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부장은또 『레스코를 이용하면 10%의 물류비 절감은 기본이고 최고 30%절감까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인다.강사장은 『레스코는 합작에 참여한 주주들만의 회사가 아니라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회사』라며 『물류부문에서 협력하기를 원하는 기업이면 언제든지 레스코를 이용할 수 있고 또 레스코의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레스코 외에 동원산업 자체적으로도 물류 협력 체제를 구축해가고있다. 물류 인프라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물류를 대행해주는 일이다. 강사장은 『우리는 지금까지의 투자를 통해 경쟁력있는 물류 인프라를 확보했다』며 『새롭게 물류 시스템에 투자해야 하는 기업은 투자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없이 우리의 물류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현재 동원산업 물류관리팀은 한미약품의 음료 「미스틱」과 신송식품의 장류, 하림의 닭고기 등을 위임받아 물류 및 판매업무를 대행하고 있다.신부장은 『동원산업도 92년에 물류 업무를 아웃소싱하려다 믿을만한 전문기업이 없어 직접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다』며『우리의 물류 시스템이 물류 인프라가 미비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다.강사장도 『경쟁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 이제는 협력을 통해 서로 서로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할 때』라며 『기업 정보가 유출된다는 지나친 피해의식만 없앤다면 경쟁사끼리도 제휴를 통해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